'1인분'을 한다는 것
0.02퍼센트의 삶 번외
건강하지 못하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점차 많아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비후성 심근증은 격한 운동을 하거나 부정맥 등이 발생하면 심장마비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호가 바뀌는 횡단보도를 뛰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든지, 정거장에서 막 떠나려는 버스를 보내주는 그런 사소한 일들에서부터 변화가 생긴다. 매일 한잔씩 마셨던 커피를 참고, 스마트 밴드를 이용해 일정 시간마다 심박을 체크하는 것도 바뀐 일상 중에 하나다. 그런 사소한 것들 이외에도 달라진 것들은 많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위생이나 응급상황에 대처할 병원이 있는지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국경없는 의사회나 다른 NGO단체의 장기 해외봉사활동도 이제는 갈 수가 없다. 진단받은 첫날 버킷리스트에 있던 스카이다이빙이나, 스노클링 등은 특히나 하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이 신신당부를 했다.
남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아져버린 내가 과연 누군가를 간호하는 간호사가 될 수 있을지,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때론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간호학과에 다니고 간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초중고 내내 원하던 국어교육학과를 포기하고 간호학과로 진학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꿈꾸는 삶을 살수 있게 도와주고, 희망을 줄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상상하고 원했던 일들은 대부분 못하게 되었지만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라 믿는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늘 하던 사람이 처음하는 사람보다 더 잘한다는 말이다. 이 말를 조금만 바꿔본다면, '아파봤던 사람은 아픈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건강한 사람도 아픈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환자와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게 나의 일은 아니기에 나와 같다는 생각까지,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닫지 못한다. ‘환자는 환자고 나는 나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가는 동료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게 내가 남들과 다른, 간호사로써의 ‘1인분'을 해낼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