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일기 1 2024년 3월 11일
노루잠 조각을 누덕누덕 기운 보자기 하나로
긴긴밤을 겨우 덮어내고
찬란한 햇살, 생동하는 봄기운이 순식간에 번지는 기적을
유리창 너머로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집 앞 꽃나무도 봉우리를 한껏 열고
꽃을 틔울 준비가 되었다고 뽐내고 요염을 떠니
아! 샘이 납니다
제 마음에 꽃샘추위가 일렁이자
꽃나무들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힘들어합니다
겨울 샘은 곧 사그라들어요
눈물 나게 부럽지만 너의 봄까지 막을 수는 없기에
으악, 겨울은 소리치고 싶어요
나 너무 춥고 아프고 괴롭다고
끝을 알 수 없는 겨울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돕는 이들 앞에서 그럴 수 없어
비명들을 꿀꺽 통째로 삼켰다가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으웩으웩, 조용히 게워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