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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Oct 05. 2023

10년 후 미래일기

2033년 10월 5일

오글 거림 주의! 10년 후에 제가 바라는 염원과 열망이 '절제와 겸손 같은 미덕 하나 없이' 담겨 있어 낯부끄러울 지경의 글로 다가갈 수 있음을 미리 경고드립니다. 수년 전에 쓴 일기입니다만 욕망을 판단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상당히 커서 발행하지 못하고 내내 서랍에 있었어요. 자신을 사랑하는 훈련에 매진 중인 <자아 양육 학교> 학생들 포함, 솔직한 내면의 꿈 바람을 있는 대로 다 글로 펼쳐놓고 미래 설계하기를 시도하고 싶은 분들께 예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용기 내서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다시 이 글을 손 보면서, 저의 앞으로 10년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제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정확히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파란 하늘, 맑고 평화로운 시골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나는 참 행복하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참 한결같이 꾸준히 걸어왔고, 멀리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부터 시작된 나의 새로운 꿈을 위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혼돈 속에 헤매고 방황했던 그전까지의 시간이 아까웠던 만큼 나는 쉼 없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걸어갔다. 꾸준히 걸어간 그 걸음걸음이 모여, 그땐 상상하지도 못했던 여기 이 자리에까지 나를 데려와 주었다. 


 10년 전쯤엔,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까, 이게 정말 의미 있는 노력일까, 조금 지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내 안의 어떤 간절함이 이끄는 대로 <자아 양육 학교>를 시작하면서도, 그 시작이 여기까지 오는 첫걸음이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저 너무나 많은 사람이 부모에게서 정서적으로 필요한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 내면 아이가 느끼는 시큰한 결핍감과 미성숙한 선택들이 부르는 실패감에 둘러싸여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보았고, 성인 스스로 자기 안의 내면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 무언가 시작을 해야 했었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게 다였다.  


지난 10년 동안 자아 양육 학교를 통해 함께 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단단하게 자신을 키워 성장시켜 내고 성숙하고 건강하고 번성한 삶을 이룬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각자 스스로를 사랑으로 돌보고 키워낼 줄 아는 우리 모두가 되었다. 이 돌보고 사랑하는 실력이 가족을 넘어 주변 관계에까지 가지를 뻗으니, 사람들은 더 이상 관계 문제로도 고통받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자아 양육 학교 사업은 이제 그 분명한 형체를 드러내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어 날로 순조롭게 번창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물질적인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다. 많은 사람들을 돕고 살리고 있다는 의미와 보람을 가슴 벅차게 느낀다. 마음이 살아나고 건강해지는 '하트온 현상'이 지구촌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걸 보면서, 괴로운 삶에서 빠져나오는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는 말들을 들으며 나는 매일매일 설렘을 느끼며 살아간다.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서, 나는 세계 어느 곳에 앉아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 여름은 남편과 남프랑스 별장에 와 있다. 근처 유기농 농가에서 시골 할머니가 지어주는 신선하고 영양 가득한 아침을 먹고, 주변 마을을 산책했다. K 팝 K 드라마를 선두로 한류 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스며들고, 문학과 철학 사상, 과학 심리학 경제학,... 모든 분야에서 한국 문화 정신이 선도하기 시작하면서, 10여 년 전까지 남아 있던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잔재가 지금은 깨끗이 사라지고, 특히 마음을 스스로 살리고 돌보는 '하트온 현상'을 세계인 모두가 감사하게 되면서, 어딜 가든 한국인에게 감사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세계인의 마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기후 변화 위기를 절감한 후부터 전 세계가 함께 환경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지구 공기와 물은 점점 더 맑아지고, 오염되지 않은 녹지대는 점점 더 늘어가는 추세다. 지금 여기 남프랑스 지역만 해도 신선한 공기를 담은 미풍과 그 미풍에 흔들리는 야생화 가득한 들판, 모네가 그린 한 폭의 그림 같은 정다운 자연 풍경들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며 감동을 준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지만, 어느 때보다 심신이 건강하고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자신감, 내가 나로서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만족감, 내가 오늘도 강하게 살아있구나 하는 생동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나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내 꿈이었던 소설을 계속 써 나가고 있다. 2008년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열 권 이상의 장편 소설을 출간하고,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무너져 가던 마음에 '하트온 현상'을 일으킨 자아 양육 학교 운영자로서 뿐 아니라 소설 작가로서 이름을 꽤 알리고 있다. 지금 남프랑스에 와 있는 것도, 글 작업을 위해 영감도 얻고 좀 쉬며 재충전하기 위해서다. 


나는 종종 전 세계 유명 서점과 도서관들로부터 소설 사인회 요청이나, 세계 곳곳의 마음 치유 단체들로부터, '글쓰기 치유', '자아 양육 일기' 강연을 해 달라는 초청을 받는다. 집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내 글에 영감과 긍정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요청들을 나는 종종 수락하는 편이고, 남편도 함께 다니며 외조를 잘해준다.  


나의 유년기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과 어려움 덕분에 지금까지 글을 써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과 사유가 내 글과 내 사업의 자양분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힘들고 아픈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를 공감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삶의 고통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비결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과거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건,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건 글을 읽으면서 치유를 받고 있다는, 회복하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한다. 참 감사한 일이다. 처음부터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수가 폭발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점점 내 글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내 책을 모으는 마니아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100여 권이 넘는 내 책들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내 상처가 누군가에게 치유제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 나는 분명히 알겠다. 나는 글을 통해 치유받았었고, 지금은 글을 통해 진실되게 살아갈 수 있다. 내 상처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글 세계 속에서 기쁨과 해방감을 느낀다. 나에게 글은 나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 치유를 돕고 생명을 살리는 사명의 연장이다. 그래서, 돈, 명예, 인기와 상관없이 나의 글쓰기는 계속되어 왔고, 계속될 것이다.  


아까 남편과 아침을 먹으면서, 두 아들 녀석과 영상통화를 했다. 아들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신나게 하고 모두 스무 살에 대학 학위까지 마치고, 일찌감치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찾아 창업하고 자신들의 사업을 건실히 관리해 나가고 있다. 남편과 내가 하는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기도 하면서, 그 녀석들 각자가 개척해 낸 사업이기도 하다. 또한 두 녀석이 항상 협력해야 하는 관계에 있기도 하다. 두 아들은 서로에게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업 파트너이면서,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하다. 둘이 사이좋게 일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이 참 보기 좋다. 엄마 아빠에게 하루도 사랑한다는 말을 빼먹는 날이 없었던 귀여운 아이들이 어느새 아름다운 마음, 따뜻한 시선, 온화한 태도를 장착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늠름한 청년들이 되었다. 어릴 땐, 서로 싸우기도 하고 힘든 사춘기 시절도 있었지만, 덕분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사랑하고, 똘똘 뭉치는 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소중히 감사하게 여기며, 동시에 인류에 유익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 스스로 삶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하게 한 것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충분히 겪게 한 것이, 지금 큰 빛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이 아이들은 어떤 일을 겪어도 잘 헤쳐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 같은 뜻 같은 사명을 공유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예쁜 사랑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착하고 예쁜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 가는 길, 끝없이 성장해 가는 길에 시기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응원하고 지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늘 부모로서 나의 역할 또한 유연하게 변신하며 나아간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삶을 이끌어 가시는 기적을 경험하였고, 그래서 하나님께 계속 맡겨드리는 삶을 살아간다. 이 삶 속에는 평안과 기쁨이 가득하고, 삶의 의미와 본질이 충만하다. 이 기적 같은 삶의 체험들을 나와 내 가족은 계속 경험하며 서로와 나누며 기쁘게 살아갈 것이다. 이 성장과 배움의 길에 '멈춤'은 없다. 끝없이 꽃이 피고 지고 또 피는 것처럼, 살아있는 한 끝없이 선한 영향을 끼치며, 사랑으로 대하며 나아갈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98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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