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워싱턴 디씨 이모저모

American History Museum in Washington DC

by 하트온

지난 주말 저는 디씨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을 연 두 번째 박물관, American History Museum을 방문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 따라 그냥 휙 둘러보고 나오던 역사박물관이, 코로나 상황에 겨우 문을 연 귀한 배움의 장이라는 대수로운 느낌이 들면서,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해 볼까 고민한 끝에, 저 나름의 주제 - '1900년대 미국 수도 워싱턴 디씨의 이모저모'-를 정해서, 120년 전 이 도시의 모습을 익히자는 목적을 가지고, 사진도 찍고 글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이 역사박물관은 특히 '탈 것 (배, 기차, 자동차,...)의 역사'를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바로 아래 사진들은 1903년 최초로 미국을 횡단한 자동차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 당시는 도로도 잘 닦여있지 않았던 시대고, 사진에 보시다시피 에어컨은커녕 지붕도 없이, 바퀴도 자전거 바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마치 경운기 같은 허술한 기계를 타고 궂은 날씨와 길이 아닌 땅을 헤쳐가며, 가끔 주저앉는 자동차를 고쳐가며 대륙을 횡단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성취를 해낸 인물은 버몬트 주에 살던 의사이자 사업가로 활동했던 H. Nelson Jackson이라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자동차 정비공 Sewall K. Krocker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운전을 감행한 일은 당시 세간의 이목을 굉장히 끄는 일이었다고 해요. '미국 최초 자동차 횡단 성공'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이들에게 빼앗기기 싫었던 두 팀이 이들의 도전을 알고 뒤따라 출발했지만, 이들을 앞지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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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미국 횡단에 최초로 성공한 자동차



1900년대는 이동 수단으로 마차와 자동차, 기차와, 전차, 자전거가 공존하던 시대였는데요, 특히 자전거는 19세기 말부터 가까운 거리 이동을 위한 이동 수단 및 주말 레크리에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자전거는 1890년대에 도로 개선을 위한 정책 로비에 큰 몫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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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 Cleveland Safety Bicycle (1899) and Woman's Overman Victoria Safety Bicycle (1889)


1900년 즈음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는, '빨강 머리 앤' 이야기에도 말타고, 마차타고, 촛불로 불밝히고, 펌프질로 물받아 설거지 하며, 하루 종일 농사짓는 19세기 스타일 시골 생활에 20세기를 여는 신문물의 영향이 하나씩 들어오던 중,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교사의 등장, 과학 수업에서 전기의 원리를 가르치는 장면에 시골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장면이 기억 납니다.


19세기에는 수도권 인구가 증가하고 여러 가지 이동 수단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디씨 근교에 새로운 주거형태인 '교외(suburbs)'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자연과 가까이하는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동시에 도시로 직장 출퇴근 및 쇼핑이 용이한 삶이 가능해진 것이지요. 이들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기차, 마차, 전차, 케이블 카 등이 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도시를 떠나 교외 생활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가난한 이민자들과 거리를 두고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다고 해요. 또한, 공기 좋고 한적한 교외에서 지내는 것이 건강과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19세기 도시는 밀려드는 이민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민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북적북적 섞여 사는 곳이었던 반면, 교외는 그보다 인종별, 사회계층 (가계 수입) 별로 커뮤니티가 선명하게 구분되는 경향이 많았다고 합니다.


교외 생활은 도시 안에서의 삶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겐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기도 했어요. 교외에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집과 마당을 더 책임지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당시 대부분 전업주부였던 여자들에게는 쉽게 걸어갈 수 있던 시장과 쇼핑센터, 그리고 친구 집에서 많이 멀어지는 '고립', '은둔 생활'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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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전후 유행하던 방갈로 집 디자인과 벽걸이 전화기


당신이 1900년대 이곳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라면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택했을 것 같은가요? 도시 안에서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함께 북적대는 활기 넘치는 삶, 혹은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기 좋고 조용한 교외 커뮤니티? 혹은 여전히 말타고 농사짓는 19세기 스타일의 시골생활? 저는 자전거를 타고 도시 곳곳을 활보하며, 이런저런 삶의 현장들을 관찰하고 노트를 펼쳐 펜에 잉크 묻혀가며 글을 쓰는 상상을 해 봅니다. 인터넷과 컴퓨터, 자동차의 발달에 감사의 마음이 물밀듯 밀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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