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5번가, '시티센터디씨'

미국 대선 직후 워싱턴 디씨 주말 풍경,CityCenterDC

by 하트온

CityCenterDC

주말에 이곳은 여름 날씨였어요. 사람들은 코트를 벗어던지고 대부분 반팔 차림이었고, 심지어는 웃통을 벗고 뛰어다니는 청년들도 많았던 일요일, 저도 화창한 날씨가 나가자는 대로 이끌려, 디씨에 브런치를 먹으러 나갔었어요.


나가보니 디씨의 명품 가게들이 모두 이렇게 보호벽을 세워놓았더라고요.

dc1.jpeg CityCenterDC의 골목길 1
dc2.jpeg CityCenterDC의 골목길 2


그렇다고 가게들이 문을 닫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자세히 보시면 작은 출입문들이 있어요.


알고 보니 지난 화요일 (11월 3일)에 있었던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가 부를지 모를 만약의 폭동 사태를 대비해 디씨의 명품 가게들이 모두 보호벽을 설치해 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명품 가게와 친한 사람이 결코 아니지만, 이 거리에 제가 좋아하는 단골 식당이 있어서 자주 오는데, 심지어 식당도 출입구만 빼고 이렇게 다 벽을 세워놓았더군요.


몇 달 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도화선이 된 시위가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일어났을 때, 디씨가 가장 격렬했던 곳 중 하나였고, 그때 가장 많이 부서지고 약탈이 심했던 장소 중 하나가 여기 이 명품 샾 골목이었어요. 사람들이 명품 가게를 깨고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장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때, 막심한 손해를 입었던 명품 가게들은, 시위나 폭동이 예상되는 일이 있을 때, 이렇게 보호벽을 설치하기로 시당국과 함께 합의를 한 모양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도 힘들고, 시위를 등에 업고 설치는 약탈자들 때문에도 힘들고, 거리에 문을 열어놓고 가게를 운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오늘자 뉴스 기사를 찾아보니, 오늘 이 가벽들을 일제히 내렸다고 하네요.


몇 십만, 몇 백만의 사람이 모여도, 가게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는 한국인의 시위,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한국인의 촛불 행렬, 떠날 때는 깨끗이 청소까지 하고 가는 사람들의 성숙한 시위 문화, 거리를 내 것 같이 아끼는 주인 의식이 하루속히 이곳에도 전수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시위 문화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대거 넘어와 이 땅을 정복하고 가득 채워야 할 것들은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건, '미용 기술'과 '패션'. 제가 그리 까다롭거나 눈이 높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 손에 돈을 가득 들고나가도 발걸음이 선뜻 향하는 미용실 찾기도, 입어 보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옷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책과 음악을 비롯한 모든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K- 아트 센터'가 이곳 디씨에라도 멋지게 자리 잡아 주면 더 좋겠죠?


요즘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에 입덕 해서, 몇 날 며칠을 달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미국인 덕후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후유증으로 꼽는 건


야, 아이씨, 대박, 헐, 진짜, 배고파,... 같은 말이 입에 붙음.
집에 간다고 말했을 때, 손목을 잡으며 '가지 마'라고 하지 않는 미국인 남자 친구에게 실망됨.
남자 얼굴 보는 눈이 높아져, 임시완, 박보검, 김재욱 같은 얼굴이 아니면 잘생겼다고 못 느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밤에 초대해서 같이 라면 끓여 먹고 싶음.
한국에 이사 가고 싶어 짐.


등등이 있다고 하네요.


한국이 고픕니다. 너무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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