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주는 교훈

by 하트온

오늘은 월요일, '데이브 램지 쇼'를 하나 듣기로 스스로와 약속한 날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약속을 오늘도 지켰습니다.


오늘 제가 선택한 것은 '우리 문화에 문제가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kGR2CosDCQ


이 영상에 앞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젊은 사람의 사연*'을 듣고 상담했다고 합니다.


*이 영상 이전에 올라온 사연 줄거리: 한 청년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 약혼자는 '물리 치료'를 공부 중인에, 그녀의 학자금 빚이 20만불 정도라고 해요. 졸업을 하려면, '물리치료 실습 과정'이 남아 있으므로 더 빚을 질 예정이고요. 현재 청년은 부동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무급 인턴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 다 매우 바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들어오는 수입은 없고, 빚은 늘어가고 있는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분가할 능력이 안 되어 남자 부모님 댁에 얹혀서 2년 이상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해요. 데이브 램지는 '이 청년이 한 문제에서 도망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문제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여운이 가시지 않아, 데이브와 존이 좀 더 생각을 나누는 타임인 듯합니다. 미국 혹은 현대사회의 문화적 문제점을 자각하는 듯한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아서 클릭했는데, 그 내용이 참 중요한 것 같아서, 브런치에서 나누기 위해 번역(의역)을 해 봤어요. (그냥 편의상 두 사람의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 램지는 반말, 존은 존댓말 어투로 번역했습니다.)



램지: 요즘은 점점 더 젋은 층이 우리 램지쇼를 듣고 사연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야. 젊은이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요즘 깨닫는 게 있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의 인생에 짐을 과하게 지우는 (Overload)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나부터도 그런 편이긴 하지만. 아까 그 청년이 가진 스트레스 요소들, 그 중 한 가지만 떠안아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그 많은 스트레스를 다 안고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일 거야. 그런데 문젠, 그 청년이 가진 모든 스트레스 근원들이, 다 스스로 선택해 끌어들인 것이었단 말이지. 그 스트레스들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손상시키고, 재정, 커리어, 관계까지 인생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매우 높지. 그런 스트레스의 위험성을 요즘 사람들이 깨달아야 하는데 말야. 스스로에게 과한 짐을 지우는 요즘 사람들의 문화적 문제가 결국은 ‘슈퍼맨 신드롬’과 비슷한 거야. 내 아내라면 이렇게 말할 거야.


당신은 '예수'가 아니오. 그건 '예수님'이나 할 일이지. '메시아 짓'은 그만해요. 당신이 그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 없고, 고칠 수도 없고, 당신이 그 모든 곳에 다 갈 수 없어요. 예수님일은 예수님께 맡겨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책임지려고 고통받는 경향이 있어. 마치 낙타 등에 짐을 너무 많이 싣고 있어서, 이젠 지푸라기 하나만 더 올려도 낙타 등이 부러질 그런 상황처럼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뭔가 '바쁨'과 '효율'같은 게 작용하는 문화적 경향인 것 같은데. 이게 ‘스마트폰’ 문화인 걸까?



존: 사회 문화 패턴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심리적 문제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를 더하는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가령 마음이 힘들어지면, 초를 몇 개 더 사고, 요가 클래스에 새로이 등록하죠. 뭔가를 없애서(덜어내서) 혹은 멈춤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요. 그게 첫 번째 요인이라고 하면, 두 번째 요인은 우리 사회는 너무 ‘바쁨’에 중독되기 쉬운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빵을 먹으면 버터가 따라오죠. 헤로인을 하면 코카인도 따라오고... 결국은 약물에 중독되고 사람들은 그들을 재활 프로그램이나 감옥에 집어넣게 되죠. 바쁘게 사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어죠, 하나를 하면 또 다른 것이 따라오죠. 바쁘게 살면 큰 재산이 따라오죠, 혹은 바쁘게 공부해서 의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따라오겠죠. 마약을 하는 것이나, 바쁘게 공부하고 성취하는 것이나 사실은 몸에선 같은 화학 물질이 작용하고 있는 거예요. 멈출 수 없이 계속 달리게 만드는 거죠. 성취를 하거나, 마약을 하거나, 이걸 해서 인생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고 증명을 하려는 거죠.


제가 저 자신에게 심한 짐을 지우고 있으면, 제 친구들이 전화해서 이렇게 말해요.


네가 요새 뭘 위해 그렇게 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하라고, 너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부담을 좀 덜어내고 여유를 좀 가져.


램지: 그 친구들이 하는 역할이, 우리가 방금 저 청년에게 해 준 역할같군.



존: 그렇죠. 그렇게 자신에게 짐을 쌓고 또 쌓다 보면, 뭔가 잘되고 있는 게 아니라, 깨진 독에 물을 붓는, 아무 남는 것 없는 일을 위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죠. 어떤 때는, 아예 다 내려놓고 땅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나아요.



램지: 옛날과 지금의 차이는, 옛날엔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데 훨씬 더 시간이 걸렸어. 요즘은 전화기 몇 번만 두드리면 일이 다 해결 돼. 산타 할아버지가 24/7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말야. 훨씬 더 효율적이고 문제 해결이 빠르긴 한데, 지혜와 여유가 들어 올 공간이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아. 이젠 물건을 오더 하고, 이틀도 못기다리지. 그날 당장 물건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이 됐어. 문제는 효율과 생산성은 지붕을 뚫고 나올 지경인데, 우리 마음은 그만큼 더 평안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아. 사람들은 세상이 더 발전하고 일이 쉬워져서 내가 뭔가 더 나아진 것처럼 착각하지. 일이 쉬워졌으니까 좀 편안하게 마음먹고 여유를 가질 수도 있는 상황같은데, 그렇지 않아. 효율이 넘치고 여유가 없으니 더 빨리 번아웃되어버리는 것 같아. 요즘 사람들은 감정적인 여유 (margin)가 없다는 게 큰 문제야. 사람이 살 수가 없어.



존: 맞아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병에 걸리고,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하고, 괴로워하죠. 세상은 더 풍족해졌지만, 우리 인생은 더 힘들어졌고 사람들은 더 빨리 죽어요. 쉬지를 않으니까요. 계속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놓질 않다가 자신을 태워버리는 거예요.


만약 누군가 인생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느낌, 뭔가 잘못되가고 있는 느낌이 들고, 너무 등이 무겁고 힘들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한번 진지하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의논해 보고, 땅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볼 마음을 먹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램지: 사람은 여유(margin)가 필요해. 감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여유 없이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듯 살면, 결국은 잘되고 있던 모든 것에도 악영향이 가.



존: 여유를 가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추수감사절에 저 혼자 숲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게 연습이 된 적이 없으니까 불편하고 지루하고 너무 힘들었거든요.



램지: 아무것도 안 하는 여유를 연습하기보다, 내가 모든 걸 다 떠안고 해결하려는 습관을 그만두는 연습, 20분 안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접는 연습,나 자신에게 여유 있게 일을 부과하는 연습이 급선무라고 봐. 너무 많은 나무를 싣고 가는 트럭을 한 번 상상해봐. 한 번에 다 옮기겠다는 욕심으로 차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너무 많이 싣고 가다가 타이어 하나라도 터지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짐을 더 적게 싣고 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게 훨씬 나았을 거야. 한 번에 다 옮기려 하기보다, 두 번 왔다 갔다 하겠다고 마음먹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해.


그리고 세상 큰 부자들을 보면, ‘토끼’는 없어. 모두 ‘거북이’지, 서둘러서 되는 일은 없어. 천천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씩 여유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만이 그 사람을 오래도록 일할 수 있게 하는 거지. 그래서 결국은 ‘거북이’가 항상 이기는 거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교훈이 바로 그건 거야. 서둘러 몰아서 과하게 스케줄을 잡으면 빨리 지치고 결국 단시일에 그만두게 된다는 것.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가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것.





저는 오늘 참 중요한 말을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무척 열정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에게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열매가 없는 느낌에 늘 마음을 다치는 편이었어요. 저의 엄마가 늘 하셨던 말,


너만큼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고시 하나 정도는 패스해 줘야 하는 거 아니니?


매일 학교- 도서관-집을 반복하는 생활을 했고, 대학 때도 방학이면 고3 학생들처럼 독서실을 잡아 놓고 공부했고, 심지어 직장 생활하면서도 새벽에 일어나서 영어 수업을 듣고, 밤에도 '꼭 영어 한 시간 공부하고 자기'를 어긴 적이 없고, 지금까지도 배우기, 공부하기를 그만둔 적이 없는 저.


뭔가 마음을 먹으면 '토끼'처럼 성큼성큼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너무 여유 없이 힘들게 몰아붙이다가, 결국은 혼자 지쳐 나가떨어져 길게 낮잠을 자야 하는 패턴이었다는 걸 지금 깨닫습니다.


때론 멈추고 내가 이고 지고 있는 짐을 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보다 더 적게, 가다가 여러 가지 일이 생겨도 감당할 여유를 만들어 놓고 출발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 거북이처럼 천천히 오래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들을 곱씹어 봅니다.


1.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짐만 골라, 여유 공간을 충분히 주고 짐을 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가다가 다른 짐이 생겨도 감당할 여유가 있고, 좀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겨도 무너지는 일 없이 오래갈 수 있습니다. 내가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할 수 있고, 한 달 뒤에도 할 수 있고, 일 년 뒤, 십 년 뒤에도 할 수 있는지, 내게 다른 가족이 생기고, 상황이 바뀌어도 할 수 있는지, 지금 시작하려는 이 일이 그만큼 내게 중요한 일인지를 미리 심사숙고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나는 내 페이스대로 혼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옆에 토끼들이 무리 지어 성큼성큼 서두르며 훌쩍 저기 앞서 가고 있어도, 나는 거기에 동요되지 않고, 내가 편히 여유 있게 갈 수 있는 만큼의 발걸음을 디디며 그 페이스를 담담하고 당당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론 외롭고, 때론 혼자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힘들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이 습격해 오는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을 굳게 먹고, 그렇게 꾸준히 오래갈 수 있어야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2. 끊임없이 나에게 맞게 양 조절,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다가 힘들어지면 멈추고 짐을 더 빼거나, 속도를 더 줄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올 때,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거나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내 마음도 잘 돌보며, 때론 자신을 설득하며 토닥이며 나아가야 합니다.


3. 남의 시선, 남의 말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는 더 할 수 있는데 왜 더 부지런히 있는 힘껏 노력하지 않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너 같은 느린 스타일은 안돼.", "야, 넌 요즘 트렌드도 모르냐?" 토끼들이 지나가며 한 마디씩 할 때, 내 멘탈이 무너져선 안됩니다. '남의 일에 상관 말고 너는 네 인생이나 잘 살아, 나는 내 인생 알아서 잘 살 테니까.' 소신 있고 신념 강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4. 내 인생에 잘 되고 있는 것들이 다치지 않도록 잘 지키며 가야 합니다: 때로 한 가지 목표가 생길 때, 다른 것들을 쉽게 희생시킵니다. 고시 공부한다고 억지로 헤어진 연인, 대학원 간다고 무리하게 낸 빚, 매일 밤 시간을 쪼개 열심히 하느라 줄인 잠,... 결국 희생된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반격합니다.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던져버린 것 것들이 다시 부메랑 되어 날아와 내 인생 전체를 해롭게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스스로를 여유 없이 몰아붙이는 삶이 되지 않도록, 잘되고 있는 것들은 계속 잘 되게 지키는 여유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양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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