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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Dec 29. 2020

코로나 '집콕' 영화제

한국 영화 10편 감상 후기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듯, '뉴욕 한국문화원'이라는 기관에서 온라인 '한국 영화의 밤'을 마련해 준 덕분에, 12월 한 달 동안 무려 10편의 한국 영화를 볼 수 있었다. 

http://www.koreanculture.org/films/2020/12/01/korean-movie-night-at-home-part-2

여기서 보여주는 영화들은 만약 내가 영화관에 가서 골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좀처럼 선택하지 않았을 영화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내가 평소 즐겨보지 않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도전해 본 신선한 기회가 되었다. 귀한 영화를 무료로 보고, 내가 보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 각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짧게 써 보려 한다.  


[오케이 마담]  


엄정화와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이선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액션 코미디 영화. 이 영화의 매력은 한마디로 '넘치는 반전미'다. 딸 하나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인 줄 알았던 꽈배기 맛집 사장(엄정화)과 컴퓨터 수리 전문가 (박성웅) 부부의 실체는 알고 보니 무시무시한 북한 간첩 출신 '목련화'와 그녀를 감시하던 전 국정원 멤버. '이선빈'이 북한 간첩인 듯 분위기를 잡아가다가 갑자기 인간병기 '목련화'가 엄정화라는 반전이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친다. 북한 테러리스트 집단이 비행기를 '하이재킹'하는 위험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가족과 비행기를 구하는 활약을 펼치는 엄정화의 코믹하고 매력적인 액션 연기가 어마 무시하게 빛난다. 이상윤의 '20 년 전 엄정화와 인연이 깊었던 북한 간첩 리철승' 연기도 멋졌고. 나름 엄정화를 열심히 돕는 약간 덜떨어진 비행기 승무원으로 나오는 배정남의 연기도 반짝반짝 매력적이었다. 김남길의 카메오 연기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싶은 피식 웃음을 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과 전도연, 배성수... 엄청난 배우들이 몰입감을 확 끌어올리고 시작하는 영화다. 2011년에 발표된 일본 소설가 소네 게이스케의 소설 <藁にもすがる獣たち>이 원작. 모든 것은 '돈가방'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때리는 남편을 죽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도우려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려 자수하려던 불체자 애인도 죽이고- 타 낸 보험금(신현빈). 남의 돈에 탐욕이 생겨 사람을 속여 잔인한 살인을 한 또 다른 여자(전도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빚에 시달리며 한탕만을 바라다 돈을 목욕탕 옷장에 숨겨놓고, 결국 쓰레기 차에 치여 죽는 남자 (정우성),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욕탕 아르바이트를 하다 돈을 발견하는 남자(배성수), 돈을 좇는 사람들의 피 터지는 싸움과 허무한 죽음들. 개인적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르와르 물은 좋아하지 않는 데다, 정우성이 인생의 바닥까지 내몰린 돈이 급한 찌질한 아저씨 역이어서 아쉬움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뺑반]


무려 조정석과 류준열, 공효진이 주인공. 조정석은 스피드에 미친 돈 많고 힘 있는 양심 없는 사이코패스. 공효진과 류준열은 뺑소니범 잡는 경찰로 나온다. 느낌에 자동차와 스피드를 좀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매우 잘 만든 영화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평소 자동차도 스피드도 잘 모르는 입장이라 영화의 매력을 알아봐 주기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매력적이어서 연기 보는 맛으로 끝까지 보긴 했지만, 스토리 전개나 소재가 너무 취향과 맞지 않아 집중하면서 보기는 힘들었던 영화.


[배심원들]


전혀 기대 안 했다가,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 대한민국 첫 국민 참여 재판이 시행되던 첫 재판 이야기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한다. 원래 이미 피고가 '유죄'로 판결이 내려진 것에 배심원들과 형량 조정만 하면 재판이 끝나는 쉬운 상황에서, 기억을 잃은 피고가 죄를 인정했다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번복하여, 배심원들이 유죄 무죄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으로 상황이 바뀌어 버린다. 모두가 '유죄'라고 보는 상황에서, 대세에 따라 대충 넘어갈 줄 모르는 한 청년 (박형식)이 도무지 함부로 판단할 수가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배심원들 모두 정황 판단을 정확히 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가 보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해 보고, 수사 기록도 살펴보는 등, 일어난 일을 정확히 보고 판단하려는 과정에서 온갖 해프닝과 갈등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유죄'라고 확신하며 결론을 못 내리는 청년을 집에 못 가게 묶어 둔다고 답답해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마음이 바뀌어 결국, 판사 (문소리)의 마음까지 바꾸어 '유죄'로 거의 확실시되던 피고가 '무죄' 판결을 받는 감동적인 결말. 


[천문]


한석규가 세종대왕, 최민식이 장영실로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한국의 '천한 종놈'으로 태어나서 평생 무시당하고 맞다가 저세상 간 암울한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그러한 암울함을, 세종과 장영실 사이의 동화 같은 우정, 밤 하늘 별을 사랑하는 두 남자의 낭만적 교류로 밝은 기운을 조성해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느껴졌으나, 조선시대에 디즈니 감성을 억지로 끼워 넣는 느낌이랄까. 약간 과한 설정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연기의 신, 최민식과 세종 대왕 전문 배우 한석규 두 사람이 끌어가는 이야기는 그들의 연기력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리틀 포레스트]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집밥, 요리, 느린 삶, 킨 폭스, 소확행, 귀농, 자연으로 회귀, 힐링 영화... 요즘 트렌드 '힐링' 예능, '요리' 예능, 각종 시골 먹방의 원조 스토리. 한국의 시골 라이프를 그리고 있지만, 전통문화, 전통 음식, 전통 집 구조에 갇혀있지 않아,   한국 옛 정취와 낭만과 여유는 누리되, 편리함을 갖춘 서구적 부엌 구조, 다른 나라 음식에 개방적인 부엌 문화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식 현대 시골 라이프의 그림을 잘 그려낸 것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바쁘고 분주한 삶을 내려놓고,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시골 라이프를 선택하게 만든 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먹거리에 대해, 행복한 삶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였고, 화면이 아름답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예쁜 힐링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내 절친을 닮은 주인공 김태리 배우 덕분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며 볼 수 있었다.


[미스 백]


포스터가 너무 어둡게 느껴져 끌리지 않았지만, 막상 클릭 한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었던 재밌게 본 드라마 한 편이었다. 항상 사랑받고 자란 모범생 이미지의 한지민이라는 배우가 어린 시절 상처와 결핍이 가득한 밑바닥 인생으로 나오는 반전으로 시작하는 영화. 상처 많은 그녀가, 철없고 개념 없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지켜주고 싶어 하면서 이야기가 이리저리 꼬여 간다. 아이를 학대해 온 커플은 자신들의 죄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전과 기록이 있는 한지민을 유괴범으로 몰아 자신들을 향한 화살을 그쪽으로 돌리기 위해 오히려 신고를 해버리고. 그런 서로의 입장이 얽히고설켜 만들어 가는 스토리.


[바람 바람 바람]


노출씬은 별로 없음에도, 분위기와 음악과 움직임으로 매우 야한 영화 같은 끈적끈적한 효과를 다 내는 불륜 치정극이자 '바람'에 대한 사색이 가득한 이야기. 자신의 삶을 일으키기 위해 힘과 에너지가 너무나 필요한 상황에서 매력적인 상대가 들이대는 로맨스의 기회는 큰 힘을 줄 수 있지만, 아무리 아름답게 느껴졌던 관계들도 결국은 결혼이라는 관계를 위협하는 후회와 수치, 진짜 바라보고 관심 주어야 할 사람을 놓치고 마는 후회와 회한의 시간을 만든다는 그런 교훈(?)이 남는 영화. 


[변산]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영화 끝나고 주인공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검색해 보게 만들었던 영화. 연기는 연기대로 찰지고, 랩은 랩대로 전문 래퍼 같은 느낌. 랩으로 이어가는 뮤지컬 같은 성장 드라마. 올해 본 가장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로 꼽으며, 박정민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다 따라다니면서 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영화. 김고은을 포함해서 나오는 배우들 모두 연기가 훌륭하지만, 박정민으로 시작해서 박정민으로 끝나는 박정민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아버지에게 상처 받고 돌아가신 엄마가 불쌍한 반항아 눈빛 연기, 찰진 충청도 사투리 연기가 일품이었다,


[명당]


묏자리, 집터, 아이의 책상이 놓인 방향... 풍수지리가 이렇게나 한국 사람들 삶 깊숙이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으나, 어릴 때 우리 집도 조상 묘를 이전한 적이 있을 만큼 그런 것들을 깊이 믿었던 어른들이 생각나 이건 진짜였을 것 같다 싶으면서도 이 정도라면 진짜 미쳤다 싶었던 스토리. 나라가 망하더라도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싶었던 흥선대원군부터, 나라를 살릴 땅에 임시정부와 인재를 배출할 학교를 만들고 싶은 독립투사들까지, 땅의 기운을 믿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그럴듯해서 완전히 믿어질 정도였다. 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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