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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Dec 31. 2020

코로나에 지지 않고 '집콕' 휴가 재미있게 보내기 2

2020년 12월 30일 바다 에너지 얻기


아이들 '만들기 공간' 대정리 중...

연말 대정리가 시작되었다.


쓸데없는 물건들을 가려내고, 도네이션 할 것들은 도네이션 하고, 버릴 것들은 버리고, 재활용 새활 용할 것들은 다른 자리에 다시 배치하고,... 어제 서점 나들이 다녀온 후 오후 내내 온 가족 모두 열심히 일하였지만, 아직도 이렇게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박스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 


결론은 더 많이 없애야 한다는 것. 아빠와 아이들이 힘 모아 돈 모아 자꾸 레고를 사들이니, 점점 레고가 늘어나서, 집이 집이 아니라, 레고 가게가 되어가는 느낌. 우리 집은 이제 공식적으로 아기 출입 금지 구역이다. 아가가 레고 피스를 삼키면 위험하므로.  대신 레고 덕후는 환영. 앗, 코로나라 아무도 놀러 올 수 없구나. 코로나 덕분에 집을 마음대로 레고 놀이방으로 만들어 버릴 자유가 있는 셈이기도. 이런 자유 원했었나? 이런 자유보다, 연말엔 친구를 초대해서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신나게 떠들고 놀고 싶다고!  





겨울 바다로 달려 가고파.


어젯밤까지 이어진 레고 정리에 지친 우리는, 에너지 충전이 심히 필요했으므로 마음을 채워 줄 자연의 힘과 즐거움을 찾아 집 근처 바다로 향했다. 

춥고 흐리지만, 그래도 속을 뻥 뚫어주는 바다 풍경 바다 소리

사진엔 담지 않았지만, 겨울 바다치곤 사람들이 꽤 있다. 보편성이나 대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한 우리 가족은 여름바다보다 겨울바다를 더 많이 찾는 편인데, 겨울바다의 묘미는  무엇보다 '바닷소리 밖에 들리는 것이 없는 정적 미'. '우리 가족이 바다 전체를 다 차지한 듯한 전세 미'다. 하지만 코로나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자연을 예전보다 더 자주 찾는 경향이 있고, 오늘같이 흐리고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나와 산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만든 한 가지 장점이라면, 바닷가 식당이나 가게들이 주로 여름 한 철 장사를 바라보고, 겨울에 문을 닫는 반면, 올해는 겨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서인지, 대부분 식당들,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내 평생 사는 동안, 동전의 앞면이 오면 뒷면도 오고, 뒷면이 오면 앞면도 오는 '균형 법칙'이 깨지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 자연법칙에 대한 믿음 때문에, 나는 코로나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코로나라는 놈이 이렇게 일상을 후려치는 뒷면을 제대로 보여줬으니, 이제부터 얼마나 큰 앞면이 내 삶을 환하게 채워갈지 기대가 될 정도다. 나는 뒷면부터 보여주고 시작해서 앞면 확인할 일 밖에 없는 관계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모자 쓰고, 소시지 잠바 입고, 스카프로 꽁꽁 싸맸음에도, 추운 날씨에 거센 바람이 부는 바닷가를 오래 걸었더니, 입김이 마스크 안에서 '상변이'하여 빗물처럼 흘러내려 마스크 안에 물기가 흥건해져 버렸다. 마스크를 더 끼고 있기가 힘들어, 차로 들어와, 챙겨 온 책 - 최근에 구매한 소피 킨셀라의 신간 <Love Your Life>을 꺼내 본다. 

최근에 구매한 소피 킨셀라의 신간 <네 인생을 사랑하라>

소피 킨셀라는 '쇼퍼홀릭 시리즈'로 유명한 '로코' 전문 영국 작가다. 나는 한 작가에 꽂히면, 그 작가가 쓴 모든 책을 찾아 읽고, 신간이 나오는 족족 모두 사 보는 그런 성향이라, 1년에 한 두권 신간을 내는 이 작가의 책을 한 스무 권쯤 - '마델린 윅함'이라는 다른 작명으로 쓴 책들까지 포함 - 읽은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이 작가의 소설 이야기를 더 자세히 쓰겠다.


아마 작가는 40-50대 정도 되었으리라 짐작되지만, 통통 튀는 문체와 요즘 영국 신세대 트렌드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은 20대 못지않은 '청춘력'이 넘친다. 


이 책도, '신박한 데이트 앱'으로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아보려는 '요즘 신세대 영국 여자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소설은 첫 몇 페이지를 읽어내는데 가장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 시간은 바로 내가 책 속의 인물들과 사회 문화적 시간적 거리를 좁히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책을 읽다 덮었다 다시 읽다 덮었다 하며 때론 몇 날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다 완전히 거리를 좁히고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책은 일사천리로 읽힌다. 내가 '소피 킨셀라'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분의 통통 튀는 살아 있는 문체가, 소설 속 인물과의 문화적 시간적 거리를 좁히는 처음 몇 장을 읽어내기 편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소설을 고를 때 문체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문체가 즐겁게 도와준다면 소설의 첫 몇 장 작가의 세계로 몰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버티고 집중해 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소피 킨셀라의 여주는 주로 뭔가 콤플렉스가 있고 그것을 비참해하고 숨기려고 하다가, 사실은 그 숨기려고 했던 것이 엄청난 매력이고 자산임을 깨닫고 자신이 가진 것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며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성장 이야기로 전개되는 편이다. 그리고 상대역 남자는 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나, '있는' 집 아들이지만 뭔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콤플렉스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편. 서로를 향한 호감과 트라우마 콤플렉스가 씨실과 날실이 되어 그들의 연애사를 드라마틱하게 엮어간다. 


새 책의 여주와 남주는 전형적인 '소피 킨셀라 스타일' 캐릭터일지 아니면, 뭔가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에 변화가 일어났을지 작가의 패를 짐작해 보고 확인하는 그런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은 '겨울바다' 거친 숨과, 달콤한 '소피 킨셀라'의 신간 도입부가 내 연말 하루를 채웠다. 이제 남은 집 정리를 마저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코로나와 싸워 이기는 하루!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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