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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Sep 12. 2020

결핍감의 고통을 씻다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

결핍감의 고통을 어주는 스토리텔

© ivanovgood 출처 Pixabay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결핍감에 대하여 


저는 결핍감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저를 사리분별 잘하는 똑바로 잘 큰 사람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결핍감이 저의 중심을 마음껏 흔들고 괴롭히도록 오랜 시간 마음을 내어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핍감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 힘든 복잡한 색의 감정입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에 대한 슬픔. 
너무나 있기 바라는 것이 없는 것에 대한 탄식.
상실감이면서, 자기 연민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졌는데, 나는 가지지 못한 사실에 대한 질투 가득한 분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 노력으로 절대 가질 수 없는 운명임을 잘 아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 같은 절망이기도 합니다. 


이 어둑한 감정은 조그만 자극에도 화르르 불길을 일으킬 준비가 된 폭탄처럼, 어린 소녀의 마음속에 위험하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비교될 일이 많을수록 결핍감은 더 자주 폭발했고, 점점 더 깊은 상처와 고통을 불러왔어요.


그 어린 나이에 저는 이 끊임없이 아픈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 가슴이 찢어지고, 찢긴 살이 매일 또 찢기고, 한시도 피가 마를 날이 없는 상처 투성이 가슴으로, 일상을 겨우 버텨내는 그런 느낌으로 살았습니다.


그 시간들은 죽음과 매우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 시기에 자칫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지금의 저는 없을 거라 생각하면 지금 떠올려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위태로웠던 시간.


죽어가던 저는 하나님을 만나면서 다시 살아났어요. 하나님은 사랑을 가르쳐 주는 신이고, 저는 사랑을 배워야 해결되는 문제를 안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사랑이 조금만 생겨도 사람은 살아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만나도, 애벌레가 순식간에 나비로 변하지는 않아요. 사랑을 배우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지요. 사람의 사고 습관이 달라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특히 저처럼 고집 센 사람은 더 많이 걸려요.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 회복과 함께 제 삶에 큰 회복과 치유가 일어났지만, 제가 처했던 특별한 환경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오래 똬리를 틀어 온 결핍감은, 고치기 힘든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를 나쁜 버릇처럼,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저를 꾸준히 따라다녔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이 저에겐 풀어내야 할 인생의 숙제였어요.



마침내 결핍감을 딛고 일어나다


오랜 숙제 끝에, 저는 최근에야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오래 고통스러워하고 고민했던 것에 비해 답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결핍이 들어가는 내 인생의 문장을 살짝 고치기만 하는 되는 아주 쉽고 단순한 것이었어요. 


결핍에 많이 시달린 삶이 아니라 

많은 결핍을 딛고 일어선 삶


결핍이라는 고난 때문에 넘어지고 다친 자아가 아니라 

결핍이라는 고난을 통해 더욱 아름다워진 자아로 


고쳐 쓰면 되는 것이었어요. 조금만 바꿔주면 되는 것이었어요! 그것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나의 마음 자세, 내 인생을 향한 나의 시선과 태도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였어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결핍감은 더 이상 저에게 고통을 주지 않아요. 어떤 부족함, 결핍감에 대해서도,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이겨냈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강하게 단련되었고, 지금 여기까지 왔어. 그리고 내 삶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이 될 거야.


인생이 동전의 양면임을 이제는 압니다. 고통, 고난 뒤에는 성숙과 성장이 온다는 것을, 정련한 뒤엔 정금 같은 자아가 뿌듯한 빛을 발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이젠 더 이상 내 인생은 왜 이러냐고, 나는 왜 나를 이해와 사랑으로 잘 키워주는 부모가 없냐고, 왜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않느냐고, 왜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밖에 없냐고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결핍의 가치, 결핍감이라는 감정의 가치를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의 결핍으로 인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이해하는, 더 마음이 큰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핍감이라는 아픈 단련을 이겨내고, 정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고 느껴요.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저의 결핍이 담긴 저의 글은 저의 사명이고, 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보석이 되었습니다. 제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고, 지금부터 쓰는 제 이야기가 진짜 저의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랍니다. 우리는 모두 ‘내 인생 이야기’라는 소설의 작가입니다. 그러니 마음껏 관점을 바꾸어 가며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다시 쓸 수 있어요. 내 인생 이야기가 내 마음에 꼭 들 때까지 말이에요. 나의 결핍,  나의 고난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 때까지 말이에요. 


‘처음부터 편안하게 아무 어려움 없이 오래오래 굴곡 없이 잘 살았습니다.’


이런 인생이 모두가 바라는 인생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첫 문장은 좋은 글의 시작은 될 수 없어요. 처음에 많은 문제를 안고, 많은 고난을 겪던 주인공이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고 풀어가는 과정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법입니다. 결핍, 침범, 학대,… 각종 고난과 불행에 시달렸던 과거는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명작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됩니다. 결핍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이야기는 더욱 독특해지고, 채워지고 풍성해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나의 결핍, 나를 강하게 단련한 그것, 지금의 나를 만든 그 결핍을 딛고 일어나야 해요. 그것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나의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해요. 지금 당신은, 먼저 글쓰기를 시작한 저의 글을 읽고 있지만 언제가 당신의 멋진 인생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아름다운 그 이야기가 저는 정말이지 많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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