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릅니다.
아마도 많은 책을 읽으면서,
막연히 나도 그런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것을 친구에게 말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한 번도 글쓰기 자체에 몰두하고 정성을 들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아무리 재능을 타고난 일이어도
매일 꾸준히 정성을 들이고 돌보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 삶에서 글쓰기는 항상 뒷전이었어요.
돈이 되는 공부, 자기 계발, 돈이 되는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항상 우선순위였고,
시간적 여유가 주어질 때도,
시간을 탕진하기 쉬운 쉽고 재미난 유혹들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누군가 심어놓은 씨앗인 듯 제 마음에는 어린 시절의 꿈이 항상 살아 있었다는 거예요.
자랄 수 있는 환경과 돌봐주는 정성이 주어지지 않아 성장이 멈추어 있을 뿐,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이었어요.
어느 순간, 저는 글쓰기의 욕구를 크게 느끼고 단편 소설 한 편을 씁니다.
그 소설을 제가 사는 지역 문학 공모전에 출품했고, 저는 당선이 됩니다.
그 작은 성취를 시작으로 저는 각종 글쓰기 공모전을 시도해 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저는 글을 더 이어가지 못하게 되는 슬럼프에 빠져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 -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싶은 욕구 - 가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장악하고,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은 욕구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도록 눈을 가렸어요.
내가 글을 쓰면서, 동시에 그 글이 너무 재미없고 가치 없게 느껴지는 고통을 수없이 경험했어요.
몇 년 동안 그랬습니다.
수없이 도전했지만, 수없이 실패했습니다.
수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수없이 중도에 그만두었습니다.
제 컴퓨터 안에는 100편도 넘는 쓰다 만 소설들이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깨달았어요.
저는 작가가 되기 위해 안달하고 있었던 것이지,
진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요.
그걸 깨닫게 된 계기가,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면서였어요.
저는 모 신문 교육 칼럼니스트로 오랜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쌓여있는 글이 아주 많았고,
몇 편의 글을 대충 묶어 작가 신청을 했었습니다.
그런 저를 브런치에서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보여주면 뽑아주겠지 하는 태도로 재도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떨어지고 저렇게 해도 떨어지는 경험을 수차례…
속이 쓰렸습니다. 재도전해서 떨어질 때 더 속이 쓰렸습니다.
붙는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유명 작가가 당장 되는 것도 아닌데,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포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도전 끝에 작가 신청에 합격한 사례들을 들어 보면서,
그동안 제가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 한 가지에 대한 팁을 얻었습니다.
블로그를 열고 매일 부지런히 글을 쓰는 것.
예전에 썼던 글들, 경력을 다 내려놓고,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되자,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르는 자체가 매우 떨리는 일이 되더군요.
망설이고 또 망설이면서,
몇 달을 거의 매일 글을 썼어요.
좋은 글을 쓰려고 하기보다, 꾸준히 글을 쓰는 데 집중했어요.
글을 매일 쓰는 과정 속에서, 점점 어떤 것들이 제 뇌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글이 인기 있을까,
어떤 글이 그럴듯해 보일까,
어떤 글이 나중에 커리어나 출판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런 잡념들이 사라져 갔어요.
매일 시간을 정해 글을 써 보니,
처음엔 이런저런 주제로 나오던 글이
나중엔 일정한 어떤 주제로 일관성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주제에 집중해서 생각해 보니, 그 주제는 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제 삶의 여정과도 밀접히 연관된 것이었어요.
내가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사람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고,
그것은 저의 사명과 인생의 의미로 다가왔어요.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누구와 소통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브런치에 매우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전하고 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침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고,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을 때,
이렇게 단번에 합격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귀자는 말을 들은 순간처럼,
심장이 뛰어오를듯한 기쁨을 느꼈어요.
‘브런치 작가’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은
저에게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성취입니다.
제가 가려고 하는 길에 확신을 주는 첫 신호라고 할까요?
이것은 성취이자 동시에 매우 떨리고 설레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사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글을 발행해야 좋을지, 어떻게 구독자를 모을지 잘 모릅니다.
좋은 글을 계속 쓸 수 있을까 부담도 되고,
전처럼 글을 쓸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질까 두려운 마음도 있어요.
다만, 그 전과 지금이 다른 것은 제가 붙잡을 수 있는 무엇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써야 할 글, 그리고 꾸준히 매일 쓰는 성실한 태도.
이것들을 굳게 붙잡고 나아가 보려 합니다.
제가 글을 써 나가는 여정 지켜봐 주지 않으실래요?
제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알아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