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Ch.2
미드와이프는 한국어로 산파나 조산원에 가까운 의미다. 미드와이프가 아이를 받는 일을 하는 것을 인정하는 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주도 있다. 미드와이프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단독으로 아기를 받다가 아기가 잘못될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곳도 있다. 미드와이프를 인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는 주에서는 미드와이프가 되는 프로그램과 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거쳐야 미드와이프가 될 수 있는데, 그 요구조건 또한 주마다 다양하다.
이 책의 챕터 2는 미드와이프를 주제로 하는 내용이다. 작가 타라 웨스트오버의 어머니는 미드와이프* 주디에게 필요한 약초를 대는 일(herbalist)을 하다가, 남편 (타라의 아버지)의 권유로 미드와이프가 되기 위해 주디를 따라다니며 배우기 시작한다.
*이 책에 나오는 미드 와이프 주디는 정식 허가를 받은 일이 없으므로, 산파라고 해석하는 쪽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주디를 따라가서 처음으로 난산 과정을 다 지켜본 어머니는 거의 실신 직전의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다. 힘들었던 과정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해 주며, 난 이런 일 못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며, 때론 하나님이 어려운 일을 요구하신다고 아내를 설득한다 ("This is a calling form the Lord, and sometimes the Lord asks for hard things."). '어머니는 정말 미드와이프가 되기 싫었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원했다'라고 작가는 기술하고 있다. 나중에 자녀들이 손자 손녀를 낳을 것을 생각할 때, 자급자족(self-reliance)하는 삶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의존하기 싫기 때문에, 아이들을 병원에서 태어나게도, 정부 시스템에 기록이 남게도 하기 싫은 것이다. 언젠가는 완전히 독립하는 삶을 이루리라고 꿈꾸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싫어도 남편이 해야 하는 하나님의 일이라고 너무 강하게 주장하니, 주디를 따라다니며 아기 받는 산파일을 배운다. 열 명이 넘는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을 다 따라다닌 후에, 어머니는 이제 배울 만큼 배웠고, 손자 손녀도 받을 자신이 생길 만큼 기술을 익혔으니 그만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내가 여기서 그만두는 게 싫었다. 하나님의 사명을 계속하면 하나님의 축복이 우리 가정에 임할 것이라며,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고 아이를 받을 수 있는 진짜 미드와이프가 되라고 설득했다. ("You need to be a midwhife. You need to deliver a baby on your own.")
미드와이프 주디가 마을에서 떠나다
주디가 있는 한, 이 마을에서 자신이 혼자 미드와이프 노릇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던 어머니에게, 그 믿음을 깨는 일이 일어났다. 주디가 남편의 이직으로 마을을 떠나게 된 것이다. 타라의 어머니가 이 마을에서 산파 경험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미드와이프라는 직업이 그들이 사는 아이다호에서는 법적 보호를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까지 가게 될 수 있는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산골 사람들은 몇 백 불에 아이를 받아 주는 일을 하는 미드와이프를 찾을 수밖에 없고, 주디가 없는 상황에서 배부른 산모들이 타라의 어머니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정말 원하지 않았지만, 처지가 딱하고 남편이 너무 바라는 일이라, 어머니는 사정이 딱한 집 한 명 두 명 도와주다 보니, 어느새 수많은 아이를 받은 경험을 가진 미드와이프가 되었다.
작가는 늘 예쁘게 화장하고 꾸미는 스타일이었던 소녀 같던 어머니, 일곱 자녀의 엄마로서만 살아왔던 어머니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이 중요한 일에 큰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외모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민낯으로도 당당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주디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가 이 일을 하면 받아 오는 돈 (아기 한 명 받는 데 50만 원 정도) 은 산골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고, 그만큼 남편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에도 당당해져 갔다. 아버지도 열심히 일했지만, 시골 헛간이나 창고를 짓는 일로 큰돈을 벌 수 없는 입장이었다. 어머니가 벌어오는 돈으로 식료품 가게에 가서 장도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이 열심히 어머니의 힘든 일을 도운 날은 어머니가 외식을 시켜주기도 했는데, 산골 아이들에게는 허름한 식당의 값싼 음식마저도 꿈에도 잊지 못할 엄청난 경험이 되었다.
또한 어머니는 더 나은 미드와이프가 되기 위해 자신을 교육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태어나서 숨을 잘 못 쉬는 아기를 위해 산소 탱크를 구비했으며, 어머니는 출산 과정에서 밑이 심하게 찢어진 여자들을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처리하기 위해 봉합술 (suturing skill)도 배웠다. 어머니는 또한 남편과 상의 없이 큰돈을 들여 전화선을 설치하고 전화를 놓았다. 전화선 연결 공사를 하기 위해 일꾼들이 들이닥쳤을 때 두려움 많은 아버지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쳤지만, 어머니는 당신이 원한 거 아니냐며, 밤에 갑자기 진통을 시작하는 산모들이 바로 연락하지 못할까 봐 안타까워하지 않았냐며 당당하게 아버지의 입을 막았다. 또한 어머니가 큰 책임을 맡게 되면서,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많아지고, 어머니 스스로를 교육하고 배움을 이어가면서, 아이들에게도 허브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들과 의학 지식들을 설명해 주면서 성경공부와 생존기술 이외의 교육활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어머니는 출생증명서가 없는 아이들이 운전을 배우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운전을 할 수 있어야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자녀들이 크면서 곧 깨달았다), 끈질긴 노력으로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어머니가 미드와이프로 일하면서 아주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한 번은 태아의 심박수가 너무 떨어져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아무래도 앰뷸런스를 기다릴 시간이 없겠다 싶어 산모를 어머니 차에 태워 미친 듯이 달리다가 경찰에 걸렸다. 지혜로운 어머니는 경찰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경찰이 자신들을 돕게 만들었으며, 병원에 들어가서도 의사가 의심하지 않게 무식한 아줌마 행세를 하면서도 의사가 산모와 태아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주려고, 산모가 아이 낳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최선을 다 했다.
챕터 2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느낌은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큰 자부심이었다. 어머니의 성품과 삶의 자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작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어머니의 책임감
어머니는 처음 아이 받는 일을 따라갔다 와서 자신감을 보이지도 이 일에 대한 호감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가를 돕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생명이 잘못되는 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열심히 스스로를 교육했으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 판단되면 재빠르게 응급실로 옮기고, 병원까지 따라가서 경찰과 의사 앞에서 불법 산파인 게 들킬까 봐 무식한 바보 행세를 하면서도 끝까지 산모 곁을 지켰다. 또한 한 밤중에도 달려가 줄 수 있기 위해, 세상 기술과 담쌓고 살겠다는 남편의 뜻을 무시하고, 전화기를 놓는 과감한 결단을 감행했다. 어찌 생각하면 불법적인 일이고, 많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지혜와 재빠른 판단과 성실함과 책임감 덕분에 수많은 가난한 산골 집 아이들이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었다. 또한 작가는 글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와이오밍 최고의 Herbalist라고 표현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문을 구하는 어머니의 전문 지식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다.
아름다운 어머니
어머니는 깨끗이 화장하고 단장하고 있지 않으면, 이런 몰골이라 미안하다고 하루 종일 주변 사람들에게 사과할 정도로 외모에 신경 쓰고 깨끗이 단장하고 지내는 것을 큰 덕목으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 앞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가치관과 강박을 내려놓고,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더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작가는 그런 어머니에게서 물리적 치장을 넘어서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의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당당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것 같다.
끈질긴 어머니, 용기 있는 어머니
작가는 어머니에게서 '그릿'을 보았던 것 같다. 싫고 힘든 일 안 할 수 있으면 안 했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반드시 해 내고 마는 어머니, 미드와이프가 그토록 끔찍한 일 같았는데 해야 하면 마을 최고의 미드와이프가 되어버리는 어머니, 전화가 필요하면 전화를 설치해 버리는 어머니였다. 또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제 와서 생일도 정확히 기억 못 하는 판국이라, 기관에 전화하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자기들끼리 의논하는 상황도 겪고,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기관에 전화해서 끝까지 구비하라는 서류와 증인을 갖추고 아이들 출생신고를 해 낸 것은 끈질긴 성품과 함께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개인적 느낀 점
맡은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 무엇이든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맞짱 뜨며 나아가는 강하고 용기 있는 끈질긴 태도, 그것이 건강한 어른이 취할 태도이며,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즐거운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인 챕터 1을 읽으면서는 두렵고 어둡고 속박된 환경에 갇힌 느낌이었다면,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인 챕터 2는 한 어머니의 성장과 변화가 그려진 영웅적인 스토리, 아이들 입장에서 때론 고생스럽지만 신나고 새로운 경험 가득한, 부모에 대한 자부심과 주변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유대감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내가 회상록 회고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어둡고 무거운 고생담을 장시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인데, 이 책 챕터 2를 읽고 나서, 남편을 압도하는 경제적 능력과 실력을 갖추어, 남편이 세우는 제한들을 과감히 넘어 설 자격을 가지게 된 작가의 어머니가, 작가 자신이 아버지가 심어놓은 두려움을 깨고 일어서는데 어떤 활약을 펼쳐 주실지, 자식들을 교육시키지 않는 아들을 은근 못마땅해 하는 할머니가 또 작가 앞에 등장 하실지,... 이제 웬만한 소설보다 이야기가 더 재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