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자아 양육 일기'
지금 사춘기 자녀를 돌보는 것이 힘든 누구에겐가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힘든 날 제 마음을 날 것 그대로 토로했던 일기를 공개합니다.
2019년 5월 15일,
아이와 정말 유치하게 싸워버렸다. 정말 어른답지 못하게,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 버렸다.
잘해보려고 하다가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진 느낌, 정말 내가 성격장애자처럼 느껴지는 절망적인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정말 부끄럽다.
마음을 나누는 진짜 친구도 없는 느낌이 드는 밤. 비참한 고립감까지 밀려드는 밤이다.
내가 미처 인지 하지 못하는 어떤 증후군이, 문제가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저 아이를 내가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앞날이 막막한 느낌이 나를 덮고 누른다.
[여기서부터 '자아 양육 일기']----------------------------------------------------------------------
요즘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또 생기니 많이 실망되지? 점점 나아지는 중인 것 같아 희망에 들떴다가, 엄마 역할을 잘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가 이렇게 넘어지니 더 실망되고 힘들 거야.
우리 옛날에 너 중학교 때 기억 한 번 해 볼까?
그때 너는 때때로 학교 뒤뜰에 혼자 앉아서 생각을 했었지. 네 미래가 보이지 않고 깜깜하다는 느낌에 시달렸었지. 마치 혼자 동굴 속을 걸어가는 느낌이었지.
하지만 이렇게 어느샌가 네 인생은 어두운 동굴을 벗어났고, 너는 이렇게 평화롭고 밝은 미래를 살아가고 있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먹고 잘 살아가고 있지. 완벽하지는 않아도, 서로를 위해주며 매일의 삶 속에서 천국을 이루어 가고 있지.
너는 지금 아이를 볼 때마다, 깜깜한 동굴 속을 헤매는 느낌이겠지만, 이 동굴 길 또한 언젠가는 끝나. 그리고 때때로, 아니, 수없이 넘어지고 고꾸라지겠지만, 결론은, 옳은 길, 가야 할 길을 걷고 있다는 거야. 아이가 가는 이 길이 지금은 깜깜해도, 아이는 옳은 길을 걷고 있는 거야.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곁에 있어주는 일... 우리 포기하지 말자. 적어도 네가 먼저 절망하지는 말자.
네 아이는 잘 자랄 거고, 잘 될 거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멋진 어른으로 자랄 거야. 적어도 네가 그것을 의심하지는 말자.
아이가 힘들게 할 때, 네 감정이 너무 격앙된다 싶으면, 바운더리를 잘 세우자.
"엄마가 지금 화가 많이 났으니까 나중에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이야기하자"
이렇게 시간 벌기만 잘해도 반 이상 해결돼. 아이도 너도 감정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어려운 거 아니고, 네가 모자란 게 아니야. 네가 청소년 남자아이 다루는 게 생소한 일이라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야.
네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 내가 장담해. 아이에게 시간을 더 주고,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아이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기분이 어떤지, 조금만 더 공감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일이야.
넌 할 수 있어! 오늘 넘어졌어도 괜찮아.
내 손 잡고 또 일어나자.
내가 손잡고 같이 걸어 가 줄게.
적절한 타이밍을 내가 더 잘 알려줄게.
때때로, 쌓아가던 것이 또 와르르 무너졌다고 느껴질 수 있어. 하지만 걱정 마. 무너지면 또 쌓아가면서, 고쳐가면서 사는 게 인생이야. 얼마나 높이 쌓는가,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옳은 삶을 쌓아가는 그 자체, 그 과정, 그 마음이 중요한 거야.
포기하고 그만두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쌓아야 할 것을 다 잘 쌓고, 맺어야 할 열매를 풍성히 맺게 될 거야.
하나님을 믿어!
너를 매일 씻어 주시는 보혈의 능력을 믿어!
네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믿어!
네가 많은 축복을 받고 있다는 걸 믿어!
오늘 실수를 많이 해서,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 알아. 하지만, 그것이 너라는 사람의 가치를 무너뜨릴 수는 없어. 네가 네 가정이 쉽게 무너지도록 하나님께서 가만히 보고 계시지 않아!
너는 여전히 사랑받기에 부족함 없는 소중한 존재야.
네 가정은 하나님이 소중히 보살피는 가정이야.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너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야! 꼭 기억해줘!
이 이후에는 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이후의 모든 과정들은 그저 비슷한 날들의 반복이었으며 제가 일기 없이 감당할만했다는 뜻입니다. 아이와 다시 전처럼 편안하고 평화로워지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사이 아이도 저도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이제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말이든 하면 엄마가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존중해 준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터져 나오곤 하던 부정적인 감정들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춘기는 지금까지 보아온 익숙한 어린이가 아닌, 어른의 길에 들어선 새로운 인격체와 만나 부모 자식 간 신뢰를 다시 탄탄히 회복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집에 사는 가족이니 지금도 서로에 대해 가끔 짜증 나고 가끔 거슬리는 그런 일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서로를 더 신뢰하고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관계 안에서 아이는 이제 많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사춘기 자녀를 감당할 때의 고통도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엄마란 존재는 자식에 관련된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저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비전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