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매일 인도를 만난다

인도가 내 삶에 몰려와서

by 하트온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면서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생각도 못하는 시대에, 요즘 인도라는 나라가 먼저 나서서 나를 파고드는 느낌이다. 최근에 연락된 고등학교 동창 한 명이 인도의 뭄바이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그녀와 통화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영감을 받아 쓰기 시작한 소설이 '뭄바이의 관종 여우'다. 처음엔 그녀와 통화하면서 듣게 된 그곳 이야기들이 너무나 신기하고, 그 새로운 느낌이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혼자서 펼치길래, 그것들을 조금 끄적거려 놓는 차원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거의 매일 밤 내 영혼은 뭄바이를 헤매며 싸돌아다니고 있다. 글을 한 번 쓰기 시작하니, 주인공이 뭄바이에서 느끼고 경험할 만한 것들을 조사하기 위해, 인도 뭄바이의 교육 여건, 공해, 수질, 물가, 인구, 주요 관광지, 주요 사업, 주요 빌딩, 공항, 유명 호텔, 큰 역사적 사건, 그리고 인도 여행기를 기록한 브런치 글과 유튜브 영상까지 다 찾아보고 있는 나... 곧 뭄바이 전문가가 될 기세로 인도 뭄바이가 내 삶에 무지막지한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직접 가서 오감으로 느끼는 여행보다야 훨씬 못하겠지만,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해외여행의 길이 뚫린 것 같고, 보물 같은 기회를 얻은 것 같기도 해서, 물들어올 때 노 저으며 소설 속 세계 탐험을 즐기고 있다.



교육 사업 인도 학생 등록 수가 늘면서


2021년이 시작되면서, 인도 학생들이 줄줄이 몰려들어 등록하고 있다. 얼마 전에 영향력 있는 어떤 인도인의 집에서 파티 - 코로나 상황에 어떤 파티를 했는지는 의문? - 가 있었고,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교육 사업이 이 지역과 근처 타주에 사는 인도인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인도인 고객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인도 가정의 학생들이 고객 인종 비율 50% 에 육박한다. 나머지는 한국인/중국인 30% 백인 10% 흑인 10% 정도.


인도인 학생들의 대학 입시 준비 과정을 도우면서, 많은 다양한 가정을 접하게 된다. 한국인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열이 높고, 대부분 부모들이 굉장히 열심히 살며, 교육 수준, 생활수준이 높은 편이다. 특히 의료계와 IT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대학 입시 준비 서비스'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경제적 여유를 필요로 하기에, 고객들 대부분이 생활수준이 높은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형편에, 능력있는 부모에, 비싼 사립학교에, 대학 입시 과정까지 다 도와주는 멘토가 옆에 붙어 있어도 많은 아이들이 괴롭다. 괴로운 아이를 따라가 보면 가정에서 아버지에게 불리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불리를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당하는 불리는, 학교를 옮기거나, 괴롭히는 아이들과 한 번 맞짱을 뜨거나 하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에게 불리를 당하는 아이들은 많은 경우 빨리 자라 집을 나오는 수밖에 답이 없기에 아직은 어리고 연약한 아이들이 아버지를 견디며 집을 벗어날 날만 기다리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다.



인도 소년 알마니(가명)


우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 하루는 쉰다. 그런데, 어제 일요일에 알마니라는 인도 남학생에게 문자가 왔다.


의논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전화 통화할 수 있나요?



알마니는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학생이다. 고등학생인데도, 지금은 코로나라 집에서 실컷 게으르게 생활해도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인데도, 이 아이는 이른 새벽에 나가 온라인 수업 시작 전까지 던킨 도너츠 가게에서 알바를 한다. 아이는 이미 몇 천불 (몇 백만 원) 정도의 돈을 스스로 모았는데, 자신이 번 돈으로 주식을 해서 만 오천 불 (천오백만 원 정도) 정도로 불려놓기까지 했다. 공부하랴, 일하랴, 주식 신경 쓰랴,... 이 아이의 모든 에너지는 대학을 가고, 자신의 삶을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를 털어놓기 전까지, 그냥 성실하고 부모가 멋진 가치관으로 무장시킨 아이라서 그런 줄만 알았다.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는 분노조절 장애자고 (치료를 시도했으나, 치료 과정 중에 세 번이나 쫓겨난 이력이 있다고 한다), 이제 아들 둘이 건장하게 자라 - 아이들이 체격도 크고 스포츠도 만능 - 힘으로 안되니, 분노가 차오를 때 아이들을 괴롭히는 방법이 더 교묘해져간다고 한다. 알마니가 급하게 전화통화를 요청한 건, 그 아이가 주식 어카운트와 은행 어카운트를 열 때 미성년자라서 아버지의 이름을 같이 넣고 했는데, 아버지가 아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 아이가 열심히 모은 돈 만 오천 불을 말도 없이 가져가 버린 때문이었다. 이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소중하게 여기던 아이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멘토 선생님의 전화를 요청한 것이었다.


아무리 멘토 선생님이 좋은 말을 해 줘도, 이 아이는 매일을 아버지를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지금 당장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나고 싶은 만큼, 언젠가 독립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부지런히 준비시키고, 갈고닦는 수밖에 없다. 수백수천의 학생들을 만나는 교육 사업을 하다 보니 세상에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아버지, 자식과 관계를 망쳐버리는, 그래서 자식을 너무 힘들게 하는 아버지들이 너무 많은 걸 보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알마니는 그나마 천성이 성실하여 이 와중에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일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와 관계가 어려운 아이들은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노력 자체를 포기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인도인도 보통의 사람일 뿐이다


인도인이라도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다양한 가치관, 다양한 사고,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인간이 겪는 고통을 다 겪는다. 인도만의 문화와 역사, 언어, 사고방식이 만드는 차이들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 고기를 먹는 사람이 적다거나 힌두교 신자가 많다거나,... -, 몰려드는 인도를 겪으며 나는 그냥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걸 본다. 다양한 가치관과 성향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때론 즐겁게 때론 아프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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