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6. 아버지가 어리석으면 자식이 다친다

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Ch.6

by 하트온

챕터 6. 하나님의 보호하심(방패, Shield and Buckler)


타일러 오빠가 떠난 이후


셋째 아들 타일러가 떠나고, 교통사고가 일어난 지도 아홉 달이나 지났다. 그 사이 15세가 넘은 넷째 오드리 (타라의 언니)는 자기 자동차가 생기고, 알바를 구해 돈을 벌기 시작하자 집에 붙어 있지 않는다. 아버지가 구속을 하려 할수록 더 집을 떠나갈 뿐이다.


이제 아버지는 10살짜리 타라와 타라의 넷째 오빠 리처드를 데려다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폐자동차 및 각종 폐기계에서 쓸만한 금속을 분리해 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알루미늄과 강철과 구리,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여러 가지 금속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언니 오빠들이 왜 다 떠났는지 알겠다


아버지의 일을 함께 도우면서, 타라는 자식을 위험에 빠뜨리는 아버지의 큰 문제점을 보게 된다.


아버지는 시간에 심히 쫓겨 제정신이 아니다.

날카롭고 무거운 쇠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장갑도 안전모도 쓰지 못하게 한다. 작업 속도를 늦춘다는 게 이유다. 그녀는 거의 손가락을 잘릴 뻔하면서,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오빠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집으로 달려오던 일, 누군가는 손가락이 잘려서 엄마가 데리고 응급실로 데려가던 일들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걱정마라. 이곳은 하나님과 천사들이 우리 곁에서 지켜주고 있으니 넌 다치지 않을 거다 (Don't worry, honey. God and his angels are here, working right alongside us. They won't let you be hurt.)


타라가 함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걸 깜박한 그의 실수로 타라가 손을 다쳤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언니 오빠들은 아버지와 이 일을 하는 게 너무나 싫었던 게 틀림없다. 다칠 때마다 얼마나 더 무섭고 싫었을까. 리처드도 타라도 아버지와 함께 이 일을 하는 것보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리처드는 아빠 몰래 지하실에서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하고, 타라도 집에 있는 책들을 들춰보기 시작한다.


타라는 리처드처럼 숨어서 책을 본 것이 아니었으므로 아버지의 레이다에 걸리고, 아버지는 딸이 수학책을 보는 것을 보고 타일러를 떠올리는 것 같다. 그 책들이 자녀를 일루미나티가 되도록 이끄는 물건이라는 생각에, 타라가 책을 볼 시간이 없어지도록 딸에게 안해도 될 일을 만들어 주기까지 한다.


아버지가 옳다고 믿고 싶고,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마음이 큰 타라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책들 대신 몰몬 신앙 서적들을 읽기 시작한다. 이해가 가지 않아도 그 책들을 열심히 읽는다. 타라는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일하다 문제가 생겨도 소리치는 대신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하나님과 천사들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일러가 뿌린 씨앗


하지만 타라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번 뿌려진 씨앗이 자라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타라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고,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수록 타일러 오빠를 생각한다. 타라가 아는 젤 착한 사람이 타일러인데, 그런 타일러가 악한 선택을 했을 것 같지가 않다. 가족보다 좋아서 가족을 떠나면서까지 선택한 대학이라는 곳이 그렇게 악한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돕다, 아버지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타라가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그 부상의 상처가 어느 정도 낫고 선명한 흉터가 자리 잡을 때쯤, 타라의 마음에 있던 학교에 대한 열망은 이제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열매로 자라 있었다. 그녀는 결단을 하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저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 기도해 보았고, 저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I want to go to school. I've prayed, and I want to go.)


아버지는 성경을 집어 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집에선, 우리는 하나님의 계명만 따른다.(In this family, we obey the commandments of the Lord.)


아버지는 돌아서는 딸에게,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를 기억하냐고 묻는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것을 묻는 의도를 바로 알아차린다. 아버지는 타라에게 이제 너는 믿음의 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버린 어리석은 '에서'같은 인간이라고 욕하는 것이다.




이 챕터를 읽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자꾸만 아이들이 다치는 장면, 살갗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흐르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나와서, 마치 무서운 영화를 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틈으로 겨우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살피는 그런 심정으로 책을 겨우 읽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데도, 상황을 개선하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자꾸만 하나님이 지켜주신다고만 말을 하는 그 아버지가 너무나 어리석고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데, 그런 아버지라도 의리 지키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기쁨이 되는 인정받는 딸이 되고 싶어서, 끝까지 자신의 욕구를 틀어가며 노력을 하는 타라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끝까지 아버지가 부여하는 세계관, 가치관을 깨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에서, 나는 내 아버지가 옳다고 믿기 위해, 내 마음을 틀고 왜곡시켰던 어린 시절의 순간들이 기억났다. 아이들은 정말 끝까지 내 아버지가 옳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내 정체성이고 중심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흔들림과 혼돈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뼈를 뒤틀지언정 내 아버지가 옳기를, 믿고 따라갈 사람이기를 바란다.


타라는 아버지를 끝까지 따르다가, 자신이 믿던 아버지가 제 목숨을 위험하게 했음을, 그러고도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강박과 두려움 속에 빠져 있을 뿐임을 철저히 깨달으며 자각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타라가 그렇게 심하게 다친 순간에도 '왜 그 쉬운 일을 못해. 금방 하면 될 걸' 이런 실망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그녀는 분명히 느꼈다. 그 순간에 하나님이 천사가 지켜줘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일 텐데도 그녀는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자신을 느끼며 뭔가 억지 신앙심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아버지의 빈 구멍을 확실히 보게 되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책 읽지 못하게 공부하지 못하게 하려고 별짓을 다 하고, 아이들은 숨어서 어떻게든 공부하려고, 어떻게든 학교 가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대부분 아이들과 부모의 심정과 정반대여서, 이 무슨 아이러니하고 대조적인 그림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놀고 싶어 하는 것은 아이들이 그만큼 편안한 환경에서 맘 편히 살기 때문인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현재 환경이 싫고, 언젠가는 떠나서, 다르게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을 때, 깊은 산골 오지 벽지에 사는 아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손으로 책을 구해 보고 공부를 해 낼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내 아버지도 내가 밤늦게 공부하는 것을 싫어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 잠들 때까지 불 끄고 누워있다 다시 일어나 불을 켜고 더 늦게까지 공부하곤 하였다. 타라와 리처드의 행동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아버지란 존재는 아이들에게 중심이고 하늘이다. 아버지가 옳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하고, 세상 전부인 줄 알았던 아버지를 깨고 뚫고 빠져나와야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일이다. 타라가 느꼈을 - 지금도 느끼고 있을 - 고통과 상처가 내게 생생히 전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뭄바이의 관종 여우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