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상술일 뿐임을 자각할 시간
70여 년간의 성공을 이끌어낸 감성 마케팅
A Diamond Is Forever
1948년 미국 De Beers 광고 업체의 다이아몬드 영업 캠페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의 광고 슬로건은 결혼을 앞둔 젊은 남녀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렇게 결혼 로맨스와 다이아몬드와 우리 사랑 영원하기를 바라는 심리적 필요가 혼연일체로 엮이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 이후 70여 년이란 시간 동안, 다이아몬드는 점점 더 보편적인 결혼 문화의 일부가 되어, 돈을 모으기 위해 결혼을 미뤘으면 미뤘지 다이아몬드 없이 하는 결혼은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남자들 사이에선 다이아몬드 반지 정도는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경제적 지표로 작용하고 있고, 여자들 사이에선 다이아몬드 알 굵기가 얼마나 괜찮은 결혼을 했는지, 얼마나 사랑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결혼 보증서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결혼반지에 얼마 정도 써야 할까?
오늘 내가 들은 램지 쇼 사연은 'How Much Should I Be Spending On An Engagement Ring?'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루이지애나에 사는 그랜트라는 21세 미혼 남성이, 5년 사귄 여자 친구와의 결혼을 계획하며, 데이브 램지에게 반지 값으로 얼마쯤 예산을 잡아야 하는지는 묻는 내용이었다.
데이브 램지가 그랜트에게 연봉을 물어보니 $55,000 (한화 오천 오백만 원 정도)이라고 한다. 한 달 월급은 $3700-$3800불 (380만 원 정도) 되는 상황.
미국 남자들은 보통 3달 월급을 모아 다이아몬드 반지를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데이브 램지는 그건 보석상들이 하는 말이고, 1달 월급을 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보석에 대해 정확히 인지해야 하는 사실들 몇 가지를 말해준다.
보석은 결코 투자가 아니다.
유명한 브랜드일수록 광고비로 엄청난 돈을 떼이는 거다.
보석은 결국 예쁜 쓰레기다
보석은 결국 아내 될 사람 기분을 위해 사는 것이다.
데이브 램지는 아내 될 사람의 기분을 위해, 가짜나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는, 누가 봐도 예쁘고 깨끗한 괜찮은 반지를 사되, 브랜드나 상술에 혹해서 너무 큰돈을 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해 준다.
나에게 보석, 귀금속의 의미
나에게 보석/귀금속은 공학적 용도를 가진 재료에 불과했다. 연구를 하면서 금, 은, 백금, 다이아몬드,.... 를 많이 사용하였고, 그것들의 물성과 공학적 활용도에 대해서는 무척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내 몸을 장식하는 용도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몸에 뭘 부착하고 달고 있는 걸 싫어하는 편이며, 보편적 문화도 남의 시선도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쪽이다.
남편 또한 다이아몬드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미국 문화, 현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평범한 사람이었으므로, 결혼할 사람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믿고 보편적 문화를 따랐을 것이다. 손가락 굵기를 정확하게 재기 위해 따라갔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구매를 거부할 기회가 있었고, 정확하게 내 마음은 '반지가 불편하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내 마음을 잘 듣고 챙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덕분에 결국 나는 감당도 못할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걸 덥석 받아 버렸다. 누구나 받으니 받아도 되는 물건인 줄 알았다.
역시 반지는 너무나 거슬리고 신경 쓰이고 불편한 애물단지였다. 엔지니어로 연구원으로 일을 하면서 반지가 너무 걸리적거려서 한동안은 반지를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니다가 집에 빼놓고 다니다가 지금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엔 있겠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내 입장에서는 생돈 들여 불편한 속박을 사는, 헛돈 날리는 최초의 구매 관망 폭망 사서 고생 경험이라고나 할까. 남편이 열심히 모은 돈으로 산 그 반지를 생각하면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처음부터 반지 따위 사지 않았으면, 아니 결혼반지 문화 같은 게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처음부터 정말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똑 부러지게 알아서 결혼식 간소, 예물 생략 이렇게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몰라도 너무 몰라서 주변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다 보면 상술에 속고, 마케팅에 속으며 휘둘리고 낭비하게 된다는, 내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사서 맘고생 몸고생 사서 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말 이젠 다이아몬드에 대한 환상, 보석에 부여하는 지나친 의미를 좀 깨고 나왔으면 좋겠다. 유부녀가 결혼반지를 내내 끼고 있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귀찮고, 결혼반지라는 예쁜 쓰레기에 지나친 돈을 쓰는 결혼 예식 문화도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식들한테는 그런 것들이 그냥 마케팅 상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속지 말고, '뭣이 중헌 지'를 생각하며 실속 있게 살아가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역시 우리의 데이브 오빠가 내 맘을 어찌 알고 다이아몬드가 '예쁜 쓰레기'- 분명 공학적으로는 중요한 재료지만 -라고 대놓고 말해주니 속이 시원하다. 나는 보석이고 뭐고 내 귀한 살을 압박하고 '끼는' 게 정말 싫다. 모든 면에서 자유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