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8. 댄스와 노래의 차이

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Ch.8

by 하트온

챕터 8. 꼬마 창녀들 (Tiny Harlots)


위험한 폐자재 수집일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폐자재 수집일을 하러 나가지 않을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바로 타라의 언니인 오드리가 한 것처럼 일거리를 찾아 집 밖으로 돌면 되는 거였다. 아버지가 돈 벌러 나가는 자식은 억지로 주저앉히지 않는 편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아직 11살 밖에 안된 소녀라는 사실이었다.


타라는 베이비시터 (어린아이 보는 일, 고용하고자 하는 이웃이 있으면 성인이 아닌 청소년이라도 할 수 있는 알바) 광고지를 붙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1마일을 달려가 읍내로 나갔다. 읍내라고 해 봤자, 교회와 우체국과, Papa Jay's라고 불리는 주유소 하나가 다다.


타라는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멀나 모일 (Myrna Moyle)이라는 아주머니가 우체국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Papa Jay's 주유소를 운영하는 남자의 아내다. 아빠가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다. 서부 지역 출신의 리버럴 (민주당 지지자)이 와서 마을 물을 흐린다고 아버지가 욕하는 것을 타라는 여러 번 들었다. (Every Sunday Dad came home from church shouting about Myrna and Jay Moyle, and how they were from Monterey or Seattle or wherever and thought they could impose West Coast socialism on the good people of Idaho.)


타라는 멀나 아주머니에게 게시판에 카드를 한 장 붙여도 되냐고 물었고, 아주머니는 무슨 내용의 카드냐고 물었다. 타라는 아이 돌보는 알바 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I said I hoped I could find jobs babysitting.) 아주머니는 어떤 시간대에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타라는 대답했다.


언제든지요, 아무 때나요. (Anytime, all the time.)

아주머니는 학교에 가지 않아, 오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기 딸, 메리가 아마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물어보겠다고 했다. 메리는 학교에서 간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아버지는 공무원과 동급으로 의료시스템 관련 종사자들을 세뇌된 한심한 부류로 생각한다는 걸 타라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메리를 돕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는 일해도 괜찮다고 했다.


메리는 매주 월수금 오전에 메리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고, 메리의 친구 이브도 베이비시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어, 화요일 목요일 오전에는 이브의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을 했다. 그리고 멀나 아주머니의 소개로 랜디라는 견과류 -캐슈, 아몬드, 마카데미아,...- 를 취급하는 일을 하는 아저씨를 돕게 되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베이비시터 일이 끝나면, 랜디 아저씨의 사업장으로 달려가 저녁때까지 견과류 포장하는 일을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많이 받은 게 아니었지만, 그때의 타라는 한 번도 돈을 벌어 본 적이 없었기에 큰돈을 벌고 있는 듯 생각되었다. (I wasn't paid much, but as I'd never been paid anything before, it felt like a lot.)


댄스 레슨


어느 날 타라는 메리 아줌마가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보고 반했다. 그녀에게 아이 보는 값으로 돈 대신 피아노 레슨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손가락 연습 기술들을 타라에게 가르쳐 주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타라는 아버지가 시킨 대로 집에서 홈스쿨로 배울 거 다 배우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메리 아줌마는 타라가 친구들하고 만나기도 하는지 묻더니, 자기 동생 캐롤라인이 Papa Jay's 뒷마당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댄스 클래스를 여는데, 거기 타라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많이 모인다고 말해주며 그 수업에 와도 좋다고 초대했다.


타라는 몹시 그런 기회를 원했던 모양이었다. 수요일에 랜디 아저씨의 일을 일찍 끝내고 Papa Jay's로 가 보았다. 여자아이들 모두 검은 레오타드와 하얀 타이즈, 반짝 거리는 투투 치마를 입고, 귀여운 발레슈즈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리 아줌마의 동생인 캐롤라인은 깔끔하게 화장하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있었다.


첫 발레 수업이 끝나고 캐롤라인은 타라에게 검은 레오타드와 댄스 슈즈를 사길 권했다. 타라가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돈이 없다는 의미로 생각한 캐롤라인이 다른 아이에게 빌려보자고 하자 타라가 이렇게 말했다.


단정치 않아요.(It's not modest)

타라의 말에 캐롤라인이 기함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자, 타라는 속으로 '캘리포니아 출신 같으니라고' 속으로 경멸했다. 결국 캐롤라인은 타라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했고, 타라의 어머니는 타라를 데려가서 레오타드와 댄스 슈즈를 사 주셨다. 아버지에겐 비밀로 하고 방에 잘 숨기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여자라면 발목 이상 어떤 신체 부위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Dad said a righteous woman never shows anything above her ankle.)


타라는 여자아이들과 함께 모두 똑같은 동작을 구사하며 춤추는 이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뭔가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라는 공동체 속에 속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고,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리사이틀을 하기로 일정이 잡혔다. 캐롤라인이 타라의 어머니에게 복장에 대해 의논했을 때, 어머니는 치마 길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고, 선생님이 짧고 속이 다 비치는 투투 치마를 입는다고 하자 어머니는 우리 딸은 안될 것 같다고 거절한다.


다음 수요일에 발레 수업에 가 보니, 크리스마스 리사이틀에 입을 복장이 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캐롤라인 선생님이 더 어린 -6세- 반 학생들에게 붉은색 투투 치마와 살이 다 비치는 얇은 타이즈를 입혀놓은 것을 보고 타라는 속으로 '꼬마 창녀들' 같다고 생각했다. (The younger class had just finished, and the store was flooded with six-year-olds, prancing for their mothers in red velvet hats and skirts sparkling with sequins of deep scarlet. I watched them wiggle and leap through the aisles, their thin legs covered only by sheer tights. I thought they looked like tiny harlots.)


선생님은 타라를 배려해서 타라 클래스를 위한 복장으로 큰 회색 티셔츠를 준비했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보일 수는 없는 복장이었다.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리사이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사이틀 당일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저녁에 '뭐'가 있어서 애 데리고 나가봐야 한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꼬치꼬치 캐물었고 어머니는 결국 댄스 리사이틀이 있다고 고백해야 했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그토록 경멸하는 그 집안 딸에게 발레 레슨을 받아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난리를 칠 줄 알았지만, 아버지는 난리를 벌이는 대신 모자를 집어 들고 차를 함께 타고 리사이틀 장소인 교회로 같이 향했다.


타라는 아버지가 너무 신경 쓰여서, 동작을 하다가 치마가 올라가 자신의 다리가 노출될까 봐 걱정하느라 제대로 배운 동작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발레 공연을 완전히 망쳐버린다. 다른 여자아이들이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난리가 났지만, 그녀의 눈엔 딱 한 사람, 아버지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The music ended. The girls glared at me as we left the stage - I had ruined the performance - but I could barely see them. Only one person in that room felt real to me, and that was Dad.)


멀리서 분위기만 봐도 타라는 아버지가 화가 나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소리치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머니가 선수 쳐서 크게 화를 내며 캐롤라인 선생님을 대놓고 욕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아버지의 화가 좀 가라앉는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그 선생에 대한 거친 말들이 그의 속을 긁어주는 것 같다. 사실 당시엔 어머니가 왜 화를 내는지 타라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타라는 안다. 남편이 싫어하는 것을 더 열불 내며 싫다고 말해주는 것이 어머니 방식의 그 순간을 모면하는 지름길이었음을.


타라는 그날 밤이 늦도록 아버지의 설교를 들어야 했다. 캐롤라인의 댄스 수업은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댄스 수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실상은 아이들에게 무례와 난잡을 가르치려는 사탄의 속임수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댄스'라는 이름에 신실한 몰몬교도들이 깜빡 속아, 하나님의 교회에서 딸들이 창녀처럼 뛰어다니는 걸 보도록 만든 사탄은 아주 약아빠진 존재라고 말했다. (He said Caroline's class was one of Satan's deceptions, like the public school, because it claimed to be one thing when really it was another. It claimed to teach dance, but instead it taught immodesty, promiscuity. Satan was shrewd, Dad said. By calling it "dance, " he had convinced good Mormons to accept the sight of their daughters jumping about like whores in the Lord's house.)


어머니의 죄책감으로 시작된 타라의 노래가 아버지의 기쁨이 되다


타라의 댄스 리사이틀이 그렇게 끝나버린 것에 대해, 타라가 더 이상 댄스 수업에 갈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어머니는 죄책감이 들었고, 타라가 댄스 대신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타라가 타일러 오빠가 주고 간 붐박스로 성가대 음악 - Mormon Tabernacle Choir-을 열심히 듣는 것을 보고, 타라에게 노래를 가르쳐 줄 선생님을 구했다. 레슨은 비쌌고, 선생님도 그리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몇 번의 레슨 후에 타라가 교회에서 노래 부를 준비가 되었다고 선언해 버려, 교회 예배 시간에 모든 성도들 앞에서 찬양을 불러야 하는 계획이 잡혀 버렸다.


타라는 너무 떨리고 자신감이 없어 당황스러운 순간에, 자신이 늘 들었던 성가대 노랫소리만을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일이 자신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타라에게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웃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성가대 대장이 성가대에 합류하라고 초대하고, 누군가는 장례식이나 다른 행사에도 와서 노래를 불러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타라는 모두에게 그러겠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아버지가 타라를 칭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심지어 아빠가 경멸하는 리버럴 Papa Jay가 와서, 하나님의 천사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고 칭찬하는 말을 하자, 아버지는 오랜 친구라도 되는 듯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타라 인생에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아버지는 타라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런 모습이 되었다. 힘든 일 하고 사는 피곤함도 잊고,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판단도 잊고, 딸의 노래에 대한 칭찬에 즐거워하기만 하는 모습. 딸의 노래와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면,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일루미나티에 대한 적개심도 잠시나마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아버지는 좀 먼데 있는 타운에서 '애니' 공연을 기획하는데, 타라의 음악 선생님이 거기 가서 오디션을 보라는 제안에, 어머니는 멀어서 연습하러 못 다닌다고 하는데도, 아버지는 오디션에 보내라고, 돈은 자신이 마련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딸이 자랑스럽고, 딸의 노래 실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그의 다른 모든 적개심과 두려움을 덮는 것을 보면서, 타라의 아버지가 무척 혼돈에 빠져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나마 딸의 노래와 사람들의 찬사로부터 많은 위로와 충족감을 느꼈겠구나 잠시라도 그를 위해 좋은 일이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행복의 근원을 외부에 두는 일만큼 위험한 일도 없기에 그의 행복감이 얼마나 갈까 싶어 벌써 불안해진다.


타라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하는 종목에서 탁월하게 잘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너무 온도 차가 큰 것을 느끼며 조건적 사랑을 하는 부모 아래 자라는 것처럼 불안감과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늘 자랑하고 다니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시험 볼 때마다 시험 잘 쳤냐고 물어보셨었다. 나는 한 개만 틀려도 스스로를 잘 용서 못하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항상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고, 내가 시험 본 결과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그의 표정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낙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부정적 사고에 갇혀 너무 지혜가 없었고, 아빠는 어리석게도 내 성적, 내 결과에 자신의 행복을 매달고 있었다.


타라가 오디션을 보면, 그의 아버지가 그 결과에 더 마음 졸이는 걸 보게 될 텐데, 오디션 결과가 어떻게 될지, 타라 아버지의 행복감은 조금 더 오래갈 수 있을지, 다음 챕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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