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9. 세상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Ch.9

by 하트온


챕터 9. 이 세대의 완벽한 의인 (Perfect in His Generations)


1999년


타라는 오디션에 합격하였고, 뮤지컬 애니의 주인공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1999년이라는 사실. 아버지는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날, 세상 모든 컴퓨터 시스템이 무너지고, 전기, 전화 라인, 수도 공급도 모두 끊겨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곧 예수 재림의 날이 도래할 것이라 말했다. (Dad called it Y2K. On January 1, he said, computer systems all over the world would fail. There would be no electricity, no telephones. All would sink into chaos, and this would usher in the Second Coming of Christ.)


타라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만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경고하고 다녔다. 약탈과 기아가 발생할 것이라며,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10년 치 분량의 음식과 연료, 총과 금을 모아 두어야 한다며 떠들어 댔다. 하지만 사람들은 타라 아버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귓등으로 흘려 들었다.


타라의 가족은 노아가 방주를 짓는 것처럼 대비 작업에 분주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과일 통조림을 만들고, 아버지는 땅을 파서 지하 창고를 만들어 식재료와 연료를 보관하곤, 이건 우리 가족만의 비밀이라며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되는 곳이라고 아이들을 조심시켰다. 아버지는 1000 갤론의 연료 탱크를 준비하며 만족감에 콧노래를 불렀다. 지구 종말이 와서 모든 사람이 발이 묶일 때 우리는 운전하고 다니며, 유타주에 가 있는 아들 타일러도 데려올 수 있을 거라며 신나 했다. (He whistled " I Feel Pretty" from 'West Side Story' while he shoveled. His hat was tipped back on his head, and he wore a brilliant smile. "We'll be the only ones with fuel when The End comes, " he said. "We'll be driving when everyone else is hotfooting it. We'll even make a run down to Utah, to fetch Tyler.")



리허설


그동안, 타라는 밤마다 읍내에 있는 Worm Creek Opera House라는 극장에 가서 공연 연습을 했다. 타라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누구도 지구종말이니 Y2K니 하는 주제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때쯤 타라는 세상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식구들 같은 사람들 - 종말에 대비하며, 정부를 믿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 사람들 - 과 종말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고 병원 다니고 할 거 다 하는 보통의 사람들.


타라의 아버지는 타라의 공연 연습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이제 그만하게 할 거라고 했다가, 계속 오디션 보는 걸 도와주기도 했다가, 타라의 공연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가, 극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교사들이 간음과 난교를 일삼는 무리라고 욕했다가,... 거의 매일 밤 딸이 극장에서 노래하는 것을 그만두게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타라가 목 상태가 안 좋다거나 하면 이런저런 방법을 제안하며 매니저 역할, 선수 관리 에이전트 역할도 자처했다.



찰스


타라는 공연 연습을 다니면서, 찰스라는 남자아이를 만난다. 찰스는 타라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은 찰스야. 지난번 공연에서 널 봤어. 너한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뭐냐면, 네 노랫소리가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본 것 중에서 가장 좋다는 거야. (I'm Charles. I saw you in the last play. I wanted to tell you something. I wanted to tell you that your singing is about the best I ever heard.)


타라는 찰스가 관심을 보여주는 게 좋고, 옆에 다가와 웃어주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았다. 찰스는 타라에게 합창단에 참여하라는 초대도 했다. 찰스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도 좋았다. 타라 자신도 그의 친구 무리 중 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이 살포시 들었다. 그가 자신의 집으로 타라를 초대하는 상상을 했다. 게임도 같이 하고 영화도 보는 상상. 지금까지 몰랐던 기쁨이 마음에 한 가득 피어올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가 찰스를 자신의 산골 집으로 초대하는 상상이 떠오르자, 그건 더 이상 즐거운 상상이 아니었다. 패닉이 몰려왔다. 지하 창고를 발견하면? 연료 탱크를 발견하면? 그녀는 그 순간 아빠가 사 오신 총의 목적을 깨달았다. 종말의 날에, 모두가 고통 속에 굶어 죽어갈 때, 외부인의 침입과 약탈로부터 자신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임을 그 순간에 선명히 깨달았다. 우리집에 있는 모든 것은 우리 가족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찰스를 초대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지구 종말의 순간


타라의 가족은 크리스마스도 대충 넘겼다. 아버지도 열심히 일했고, 어머니가 하는 사업도 잘 되고 있었으므로 가난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모든 돈을 종말의 날을 대비하는데 썼다. 온 가족이 최선을 다 했다.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는 노력을 끝까지 했다. 지금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배고픔을 달래 줄 무엇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12월 31일이 되었다. 아버지는 조용했지만, 타라는 아버지에게서 뭔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 (It was December 31. Dad was calm at breakfast but under his tranquillity I sensed excitement, and something like longing.)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었던가. 총을 사고, 음식을 모으고, 다른 사람들에게 성실히 경고해 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를 놀리고 비웃을 뿐이었다. 오늘 밤, 타라의 아버지가 옳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Tonight he would be vindicated.)


저녁을 먹고, 아버지는 이사야서를 몇 시간 동안 읽었다. 밤 10시가 되었을 때 그는 성경을 덮고, 티브이를 켰다. 티브이는 아버지가 최근에 사 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그런 결정을 한 것에 모두 놀랐었다. 타라는 아마도 아버지가 2000년 1월 1일 지구 종말을 예상했기 때문에, 1999년 티브이를 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짧게 잠시 세상을 느껴보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보라고.


당시, 아버지가 티브이를 집에 들여놓고 가장 즐겨 보던 프로그램은 'The Honeymooners'라는 프로였다. 그 날은 특별히 하루 종일 연속으로 쇼를 방영해 주고 있었다. 타라는 11시까지 지구의 종말을 기다리며 몇 분마다 시간을 확인하다, 11시가 지나고부터는 몇 초마다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빠도 마찬가지로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는 듯했다.


11시 59분.


숨이 안 쉬어질 만큼 긴박감을 느꼈다. 1분 후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12시.


티브이가 아직도 꺼지지 않는다. 전깃불도 그대로다. 우리 집 시계가 빠른가 생각했다. 부엌에 가서 물을 틀어 보았다. 물이 나왔다. 아버지는 꼼짝 않고 티브이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12시 5분.


전기가 나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아마도 어딘가 비축해둔 전기가 있어서 몇 분 정도 더 쓸 수 있는 걸까?


12시 10분.


티브이 화면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것 - 전기, 티브이, 물, 따뜻함, 편안함...- 모두를 마지막으로 최대한 느끼려고 온 힘을 다했다.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세상 것들에 대한 향수가 벌써부터 밀려왔다.


꼼짝 않고, 마지막 세상 문명 이기의 럭셔리를 몽창 들이마시겠다는 듯 깊이 호흡을 반복하다 보니, 심한 피곤이 몰려왔다. 타라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1시 30분쯤 자러 들어갔다. 아빠는 그때까지 깨어 있었다. 여전히 티브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아빠의 얼굴이 굳어 보였다. 아무 표정도 미동도 없었다.


타라는 아침보다 아빠가 작아 보인다고 느꼈다. 아빠가 실망하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고도 느꼈다. 어떻게 하나님이 그에게 이러실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아빠같은 신실한 종이, 노아가 방주를 지었던 것처럼, 기꺼이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He seemed smaller to me than he had that morning. The disappointment in his features was so childlike, for a moment I wondered how God could deny him this. He, a faithful servant, who suffered willingly just as Noah had willingly sufferd to build the ark.)


하지만 하나님은 홍수를 주지 않으셨다. (But God withheld the flood.)





몰몬 교회 전체가 지구 종말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성향이 강한 집단이라고 들었다. 음식과 연료를 어느 정도 비축하는 것은 그들 사이에 흔한 일이다. 하지만 타라의 아버지는 같은 몰몬교도들이 보기에도 조금 더 심하고 심각하게 느끼고, 과하게 준비한 사람이었던 듯하다.


1999년 겨울 나는 미국에 있었고, 컴퓨터 시스템이 잠시 무너질 수 있다는, 그래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주변 사람들 중에도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1년 치 물과 통조림 음식을 준비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2000년이 되고, 아무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았고, 준비 많이 한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어느 정도는 불안해서 준비하는 그 심정을 이해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끔 뉴스에서 지구 종말을 준비하며 집 팔고 재산 정리 다 하고, 급기야는 집단 자결까지 이어지는 극단적 이단 집단의 이야기들을 보도한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는 사람들이 결코 이해해 주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며 혀를 쯧쯧 찬다.


어디까지가 사람이 미래를 생각하며 갖추어야 마땅한 유비무환의 정신 이성적 준비이고, 어디까지가 두려움에 망상에 빠진 사람의 어리석은 행동일까. 타라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가 열심히 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동기부여가 되어 열심히 살아가는가를 반드시 돌아보며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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