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22
남자 친구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추수감사절 저녁, 타라의 가족은 찰스를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타라는 처음 남자 친구를 집에 초대하고 마음이 분주했다. 가능한 숨길 건 숨기고, 예쁘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 타라가 귀한 그릇을 꺼내 정성으로 상을 차리는 모습이 숀 오빠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깟 놈 온다고 뭘 이렇게 난리를 피우냐는 거였다.
숀 오빠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일에 열중할 뿐인 타라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타라는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짜증이 나서 소리쳤다.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숀이 타라를 공격해 쓰러뜨리고 몸을 제압했다. 타라가 소리 지르고 어린애같이 굴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며 사과할 때까지 놔주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어머니가 함께 있었지만, 그냥 그만하라고 소리 한 번 칠 뿐, 타라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녀는 억지 사과를 하고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냅킨을 접어 상차림을 완성하는 내내 숀은 기회 있을 때마다 타라를 찌르고 타라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찰스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아버지는 아직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으셨고, 찰스와 숀 두 사람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게 타라는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어머니 혼자 부엌에 일하게 할 수 없었으므로, 부엌과 테이블을 왔다 갔다 하며 들어 보니, 숀은 자신의 총에 관한 이야기, 사람 죽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찰스에게 늘어놓고 있었다. 타라는 숀의 말이 농담이라는 분위기로 몰아가기 위해, 숀이 하는 모든 말이 굉장한 조크 인양 웃으며 반응했다.
타라가 세 번째 테이블에 왔을 때, 숀이 타라를 끌어당겨 제 무릎에 앉혔다. 타라는 마냥 웃었다. 하지만 타라의 웃고 넘기려는 속임수는 오래갈 수 없었다. 타라가 접시에 빵을 담아 내 왔을 때, 숀은 그녀의 배를 세게 찔렀고, 그 순간 그녀가 접시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났다. "왜 그래?"라고 타라가 소리쳤다.
다음 순간, 세상이 또 뒤집혔다. 찰스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숀은 타라를 마루 위로 쓰러뜨리고 여동생의 몸에 올라 타, 접시 깬 것에 대해 사과를 하라고 난동을 부렸다. 타라가 찰스가 듣지 못하기를 바라며 모기만 한 소리로 사과를 했지만, 그렇게 찰스의 눈치를 보는 타라의 태도가 숀을 더 열 받게 만들었다. 숀은 타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화장실로 질질 끌고 갔다. 타라가 얼핏 보니 찰스는 무척이나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찰스 앞에서 이런 꼴을 보일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타라의 마음에 들끓었다. 온 힘을 다해 숀의 손아귀에서 몸을 빼내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한 걸음도 체 떼지 못하고 다시 숀의 손아귀에 잡혔다. 숀이 타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는데, 그 힘이 너무 셌던 바람에 둘이 함께 욕조 안으로 넘어져 쓰러졌다.
찰스가 와서 그녀를 일으켜 주었는데, 타라는 그 순간에조차 미친 여자처럼 웃고 있었다. 그렇게 웃어버림으로써 상황이 가볍게 무마되기를, 찰스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분위기가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엄지발가락이 부러진 것 같았다. 찰스가 괜찮냐고 물었지만, 타라는 "완전 괜찮지! 숀이 너무너무너무 웃기지." 하며 끝까지 가면을 썼다. 발가락이 아파 타라가 고통스러워하자 찰스가 타라를 부축하려 했지만, 타라는 찰스를 밀어 버렸고, 찰스는 결국 저녁을 먹지 않고 도망치듯 떠나 버렸다.
몇 시간 뒤, 찰스가 전화를 해서 타라에게 교회에서 만나자고 했다. 찰스는 교회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 앉아 울고 있었다. 타라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말했다. 그 순간 타라에겐 사랑도 우정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속이는 일이었다.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는 걸 믿는 일이었다. 그렇지 못한 실제 모습 - 오빠에게 학대를 당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약한 모습 - 을 찰스가 보았다는 걸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타라는 찰스에게 오히려 못되게 굴곤 했다. 찰스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험하는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고, 찰스가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마구 화를 내곤 했다. 아버지와 숀 때문에 쌓인 화를, 아무 죄 없는 찰스에게 푸는 꼴이었다. 두 사람이 언쟁을 하게 되면, 타라는 다시는 찰스를 보고 싶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곤 했는데, 그날 밤 타라는 찰스에게 다신 보기 싫다고 소리를 너무 많이 질렀고, 결국 정말 다신 못 보게 되어버렸다. 찰스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긴 타라를 구원해 줄 수가 없겠다고. 오직 너 자신만 너를 구원할 수 있다고. 그 당시 타라는 찰스가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I became erratic, demanding, hostile. I devised a bizarre and ever-evolving rubric by which I measured his love for me, and when he failed to meet it. I became paranoid. I surrendered to rages, venting all my savage anger, every fearful resentment I'd ever felt toward Dad or Shawn, at him, this bewildered bytander who'd only ever helped me. When we argued, I screamed that I never wanted to see him again, and I screamed it so many times that one night, when I called to change my mind, like I always did, he wouldn't let me.
We met one final time, in a field off the highway. Buck's Peak loomed over us. He said he loved me but this was over his head. He couldn't save me. Only I could.
I had no idea what he was talking about.
아무것도 날 건드릴 수 없어!
타라는 다시 대학 캠퍼스로 돌아가고, 그녀의 쓰린 위장병이 또 도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추수감사절에 숀 때문에 다쳤던 엄지발가락을 방치한 덕분에 다친 자리가 까맣게 변해 버렸고, 제대로 걸어 다닐 수조차 없게 되었다. 로빈이 타라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타라는 한사코 거부했다. 대신 그녀는 알지브라 기말고사 준비에만 미친 듯이 몰두했다. 발가락이 부러졌어도, 이제 더 이상 찰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도, 이 수학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낸다면 다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자신에게 손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다리를 절며 시험을 보러 갔다. 결국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타라는 기뻐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
'이게 증거야: 아무것도 내게 손댈 수 없어. 손대지 않아.'
My algebra final was swept up in this superstition. In my mind, it acquired a kind of mystical power. I studied with the intensity of the insane, believing that if I could best this exam, win that impossible perfect score, even with my broken toe and without Charles to help me, it would prove that I was above it all. Untouchable.
The morning of the exam I limped to the testing center and sat in the drafty hall. The test was in front of me. The Problems were compliant, pliable; they yielded to my manipulations, forming into solutions, one after the other. I handed in my answer sheet, then stood in the frigid hallway, staring up at the screen that would display my score. When it appeared, I blinked, and blinked again. One hundred. A perfect score.
I was filled with an exquisite numbness. I felt drunk with it and wanted to shout at the world: Here's the proof: nothing touches me.
끝없는 아버지와 오빠의 학대 패턴
타라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골 집으로 갔다. 타라는 아버지가 그녀의 막내 오빠 리처드에게 ACT 시험을 보고 대학에 지원하라고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는 리처드가 천재라는 말을 자꾸 했다. 그는 리처드가 대학교육을 받게 된다면, 사회주의자들의 이론이 다 잘못된 것을 증명해 낼 거라며, 미국 대학을 개혁할 거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그런 부추김을 당하는 리처드의 표정은 괴로워 보이기만 했다. 리처드는 이미 ACT 모의고사를 보고 말할 수 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타라에게 고백했다.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게 두려운 리처드의 마음의 부담이 너무 커서, 그는 결코 ACT 실전 시험을 치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는 타라와 숀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파킹랏에서 타라는 찰스의 지프차를 보았다. 일하다 온 타라는 자신의 옷차림을 비롯해 지저분한 몰골이 부끄러워 숀에게 자긴 차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타라의 수치심을 냄새 맡은 숀은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타라를 차 안에서 억지로 끌어내리기 시작했고, 타라가 자기 몸에 손대지 말라고 하자, 숀의 미친 분노 발작이 또 시작되었다.
타라를 차에서 끌어내려, 꽁꽁 얼어붙은 얼음 바닥 위에 눕히고, 그녀의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제압하자, 그녀의 속옷과 뱃살이 훤히 드러난다. 타라가 울면서 제발 자길 놔 달라고, 옷 좀 바로 하자고 사정했지만, 그는 오히려 타라의 손목을 뒤로 꺾어 접질리게 만들어 버린다. 그녀를 질질 끌고 마트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찰스와 일부러 마주치려 애를 썼다. 하지만 찰스는 거기에 없었다. 그 차가 찰스의 차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날 밤, 타라는 그 수치스러웠던 순간에 관해 일기를 썼다.
왜 오빠는 내가 그렇게 사정했는데도 멈추지 않았을까? 좀비한테 당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그는 내 목소리 자체를 들을 수 없는 존재 같았다. (Why didn't he stop when I begged him? It was like getting beaten by a zombie. Like he couldn't hear me.)
그 순간, 숀이 타라의 방문을 노크했고 타라는 일기장을 숨겼다. 그는 조용히 타라의 접질려진 손목과 발목을 점검하고 찜질해 주면서 말했다. 그렇게까지 다쳤는지 몰랐다며, 다음번에 오빠하고 게임하고 놀다가 뭐가 잘못되고 있다, 심하게 아프다 싶으면 꼭 말하라고 했다.
오빠가 나가고 타라는 계속 일기를 이어갔다.
그게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나? 자기 자신이 나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걸 모를 수 있나? 난 모르겠다. 정말 난 모르겠다.(Was it really fun and games? Could he not tell he was hurting me? I don't know. I just don't know.)
타라는 일기를 쓰다 말고, 누워 파킹랏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다가, 자신의 옷이 벗겨지고 수치심이 극에 달했던 순간에, 오빠의 표정을 보았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 화난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그 순간을 분명 즐기고 있었다. 타라 자신의 수치심이야말로 그에게 재미있는 놀이 그 자체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펜을 집어 들고 전에 써 보지 않은 거침없는 솔직한 일기를 써 내려갔다
그가 나를 차에서 억지로 끌어냈을 때, 그가 내 머리 위에 내 양손을 고정하고 내 셔츠가 말려 올라갔던 순간. 나는 그에게 옷을 좀 바로 하겠다고 부탁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거대한 악당처럼 내 몸을 쳐다보았다. 내가 이 만큼 작아서 다행이다. 내가 몸이 더 컸다면 그 순간 나는 그를 갈기갈기 찢어발겼을 것이다.(There was one point when he was forcing me from the car, that he had both hands pinned above my head and my shirt rose up. I asked him to let me fix it but it was like he couldn't hear me. He just stared at it like a great big jerk. It's a good thing I'm as mall as I am. If I was larger, at that moment, I would have torn him apart.)
아무도 아버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타라의 아버지가 타라에게 대학을 못 가게 하는 것과 리처드에게 대학을 가라고 하는 것은 완전 상반되는 요구임에도, 그것은 같은 종류의 학대였다.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 아버지의 망상을 강요하고 부담 주고 휘두르는 행태가 일관성 있게 자녀들에게 심리적 학대를 가하고 있을 뿐이다. 타라가 아버지가 공부를 못하게 방해하고 대학 가면 하나님께 벌 받을 거라고 가스 라이팅 하는 것이 힘들었던 만큼, 아들 리처드는 아버지가 말도 안 되는 기대와 칭찬을 하며 부담을 주는 것이 힘들다. 자기 소신껏 삶을 살아가기 어렵게, 혼돈에 빠져 괴롭게 만들고 있다. 자식들이 아버지를 실망시킬까 봐 벌벌 떨게 만들고 있다.
내 아버지도 내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 내가 집안을 일으키고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망상을 품었다. 자꾸만 똑똑하고 특출한 아이라고, 공부를 잘한다고 1등만 하는 아이라고 - 아버지의 과장까지 보태서 - 자꾸 자랑을 하고 다녔고, 나는 아버지를 실망시킬까 봐 늘 불안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 볼 용기 같은 걸 가질 수 없었다. 미래에 가장 유망할 분야, 취업이 잘 될 것 같은 분야를 골라내야 했을 뿐이다.
문제는 내가 만들어 가는 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쏙 빠져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달리면 달릴수록 빠른 속도로 열정이 고갈되는 걸 느꼈다는 것이었다. 다시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와서 나는 다시 내 마음을 챙겨서 밑바닥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해야 했다. 아버지를 실망시킬까 부담이 없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날 때,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한다. 숀이 찰스 앞에서나 공공장소에서 타라에게 저런 행동을 한 것은, 타라가 그런 장소에서, 특히 남자 친구 앞에서 더 수치심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의 민감한 부분들을 일부러 공격해서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 학대 행위이다. 숀은 분명 여동생에게 심리적 물리적 학대를 가하고 있다.
숀 오빠는 심하게 괴롭히고, 사과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기를 반복하고 있어 어린 타라가 심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중이다. 타라가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인지, 곁에 있는 가족들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타라 작가 근황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타라 작가의 인터뷰 기사들을 몇 개 찾아보았다. 지금 그녀는 원 가족과 왕래를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Educated' 책이 나오고 나서, 책 속에 그려진 자신들의 모습에 화가 난 가족들과 타라 사이에 언쟁이 있었고, 딸의 책에 반격이라도 하듯 타라의 어머니가 'Educating'이라는 책을 최근 출간하였다고 한다.
아마, 타라의 가족들은 고맙고 좋았던 것은 생각하지 않고, 힘든 것만 강조해서 썼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어릴 때 힘들었던 마음을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엄마의 마음이 내 마음을 느끼기도 전에, 죄책감과 섭섭함에 -엄마 탓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 더 빨리 사로잡히는 걸 본다. 자식들은 공들여 키워도 부족한 부분만 생각하고 쉽게 원망한다고 결론을 내리시는 것 같다.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내 엄마로 하여금 내 마음처럼 느끼게 만들 도리가 없다. 결국 내 마음을 돌아봐 주고 들어 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꺼낸 것을 후회하며 대화는 끝난다.
타라도 그럴 것이다. 그녀의 가족이 그녀의 책을 열 번을 읽는다 해도, 책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 타라의 마음을, 타라가 가족에게 받은 영향들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라가 왜 저런 장면들만 기억해서 책으로 묶었을까 싶을 것이다. 자신밖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족의 진실을 폭로하고, 그 진흙탕 속에서 자신을 치유하고 세워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에 타라는 용기를 냈을 것이다.
'Educated' 책은 4백만 부 이상이 팔렸고, 작가는 최소 밀리언 이상을 벌어들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분명 성공한 작가다. 하지만 인생은 한 가지 성공으로 다 해결될 수 없는 훨씬 복잡한 것이다. 자신이 새로운 인생을 세우고 살아가는데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원 가족.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집안 문제를 다 알고 있는 상황이 된 지금.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구하고 돌보기 위해 많은 것들과 싸우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계속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혼돈 속에서, 학대당하며 말로 다 표현 못하고 쌓아 온 감정들,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감정들, 찢어발기고 싶게 화 나는 감정들,... 이것들을 풀 곳은 글 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가족도 들어줄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 서로를 이해해 줄 사람들을 글 세계 안에서 작가와 독자로 만나 연대하고 서로를 어루만져 주며 삶의 의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용기를 내주었기 때문에, 혼돈 속에서 차마 가족에 관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왔던 많은 아픈 소녀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스스로를 구해내고 살아났을 것이다.
글로 치유를 받는다는 것은, 쓰는 것이면서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작가이면서 좋은 독자가 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다. 기브 앤 테이크 둘 다를 잘해야 관계가 유지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글 세계의 기브와 테이크인 쓰기와 읽기, 작가와 독자 역할 둘 다를 잘해야 글 세계 속에서 강한 유대감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글을 열심히 쓰면서, 동시에 내 맘을 여는 작가들에게 좋은 독자로 다가가는 노력도 분명히 하겠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