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생일 이벤트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
쿠키나 브라우니는 수도 없이 많이 구워보았다. 재료가 다 혼합되어 나오는 믹스에, 집에서 달걀과 버터만 넣어 반죽을 만들어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니 라면 끓이기 만큼이나 쉽고 조리가 단순하다. 온도와 시간까지 다 정해져 있으니, 모양이 좀 별로일 수는 있어도, 맛을 내는데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케이크는 좀 부담스러웠다. 믹스를 이용한 베이킹이 아무리 쉽다고 해도, 케이크를 집에서 만들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케이크를 만들려면 이런저런 도구가 더 많이 필요하고, 케이크 빵을 깔끔하게 구워 식혀, 프로스팅도 예쁘게 발라야 하니, 시간도, 절차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시도도 해보지 않았었다.
얼떨결에 홈 케이크 만들기 도전!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섰다. 3월 14일이(여기 시간 내일 아침) 남편 생일인데, 이번 생일에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먹는 것을 생일 이벤트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참에 케이크 만드는 법을 함께 익혀 보자 싶어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먼저 케이크 빵 굽는 연습을 해 보기 위해 케이크 믹스를 여러 개 샀다. 프로스팅 믹스도 대량으로 샀다. 미국 마트에 다 만들어 놓은 프로스팅을 매우 저렴한 값에 팔긴 하는데, 그렇게 유통기한이 긴 프로스팅은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불량식품 같은 맛이 날 것 같기도 해서, 원료 가루 (파우더 설탕 + 코코 가루 + 소금) 믹스를 사 와서 프로스팅도 집에서 완성시키기로 했다.
첫 케이크 도전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케이크 빵으로서는 실패였다. 옥수수빵에 가까운 거친 식감이었다. 반죽을 더 저어주었어야 한다는 느낌이 왔다. 집에 있는 베이킹용 유리그릇에 350도에 구웠는데, 오랜 시간을 구워도 겉만 타고, 빵이 속까지 잘 익지 않았다. 모양도 예쁘게 나오지 않고, 그릇에 들러붙어 빵을 예쁘게 잘라내기도 힘들었다. 제대로 된 케이크 틀을 사야 할 것 같았다.
집 근처 여러 부엌용품 가게를 둘러보다가, 세일즈 하시는 아주머니가 가장 친절했던 윌리엄 소노마라는 가게에서 아주머니가 권해주시는 대로 논스틱 원형 케이크 틀을 사 왔다.
일주일 전 토요일, 집에서 두 번째 베이킹을 시도하였다. 윌리엄 소노마 아주머니가 팁을 주신대로, 350도(화씨)가 아닌 325도에서 35-40분을 굽고, 굽기가 완성되자마자 오븐에서 바로 꺼내 8분 정도 식히고 케이크 틀을 뒤집어 살짝 흔들었더니 케이크 빵이 깔끔하게 떨어졌다. 케이크가 식는 동안 초코 프로스팅을 준비했다. 2시간 정도 기다리니 빵이 적당히 식어, 준비한 프로스팅을 발라 초콜릿 케이크를 완성하였다. 금방 구운 빵에 금방 집에서 만든 프로스팅을 바른 케이크의 맛은 이 세상에 없는 맛이었다. 가게에서 사 먹는 케이크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맛있었다. 금방 지은 밥과, 냉장고에 넣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운 밥맛 차이 정도랄까. 너무 맛있어서 케이크가 빛의 속도로 없어졌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케이크를 구워 먹을 것이라는 희망만이 모두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대망의 세 번째 도전!
남편의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케이크 믹스는 딱 하나 남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오븐 안에서 익어가는 케이크를 내내 지켜보았다.
지난번 빵 굽기에 성공했을 때와 똑같은 325도 40분 조리 시간을 지키고, 오븐에서 바로 꺼내 8분 식히기도 지키고, 깔끔하게 빵을 틀에서 떼냈다. 빵이 식는 동안, 녹인 버터를 휘저어 크리미 하게 만든 베이스에 프로스팅 믹스와 우유 약간을 넣어 부드러운 크림 같은 식감의 초코 프로스팅을 완성하였다.
지난번 케이크에, 프로스팅이 너무 얇게 발라졌었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좀 두껍게 발라 보기로 했다. 지난번엔 남편이 발랐고, 오늘은 내가 발라보았다. 프로스팅 바르는 적당한 도구가 없어서 그냥 칼과 숟가락으로 대충 발랐다. 내일 점심에 초 꽂고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먹기 위해 고이 모셔 두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홈 케이크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내고 보니, 뭔가 인생 버킷리스트 하나를 성취한 느낌이다. 앞으로 가족의 생일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계속 케이크를 만들면서, 케이크 예쁘게 만드는 실력이 점점 더 발전할 것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남편과 나는 많이 다른 사람이지만, 뭔가 함께 하는 시간, 공유할 수 있는 취미 생활 한 가지가 생긴 것 같아서 흡족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여우 같은 남편이 미래의 며느리들과 손자 손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