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옷 고르기 힘든 해
미니멀리스트의 쇼핑 타임
더 이상 비슷한 옷을 자꾸 사들이는 충동구매를 그만하고, 집에 있는 옷들 열심히 입기를 몇 년간 실천해왔다. 낡거나 싫증이 나면 버리거나 도네이션 하고, 꼭 사야 할 때, 내 마음에 드는 옷을 가격표 안 보고 사주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었다. 드디어, 정말 입을 옷이 없어서, 필요한 옷가지들을 사야 하는 때가 왔다. 여름 원피스를 포함해 계절을 나기 위해 필요한 기본 템들을 장만하기 위해 오랜만에 몰*에 나갔다.
*몰(mall): 백화점들과 유명 브랜드 가게들, 그리고 먹거리를 파는 카페테리아, 식당, 카페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대형 공간. 쇼핑몰. 쇼핑센터
마음먹고 나왔건만 사고 싶은 옷이 없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녀 보며 느낀 요즘 대세 스타일은 아래 사진에 나오는 것 같은, 크롭탑에 배기 스타일 찢청. 제시나 화사가 입으면 어울릴 것 같은 옷들 천지였다.
레이디 가가 무대의상 수준이 아닌 한 남의 옷차림에 크게 관심 없는 미국이라는 환경인지라, 내가 입고 싶다면 무슨 스타일이건 입으면 그만이지만, 너무 허리까지 꽉 죄는 바지도, 배를 드러내는 차림도 일상생활을 너무 불편하게 할 것 같아 손이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봄에 입을 만한 자켓을 둘러 보니,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어깨에 뽕 들어간 오버 사이즈 핏 자켓. 나는 1980-90년대에도 지금도, 어깨 뽕이 있는 자켓은 입지 않는다. 어른 옷을 입은 아이가 된 듯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랄까.
여름 원피스라도 건져 보려고 열심히 둘러봤지만, 올해 여름은 롱드레스가 유행인지, 옷가게마다 걸려 있는 드레스들이 땅을 질질 끌고 있는데, 도무지 먼지 가득 묻어있을 것 같은 축축 늘어진 옷을 들춰 볼 힘이 나지 않았다.
짧은 드레스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너무 벙벙하거나, 너무 잠옷 가운 같거나, 너무 짧거나, 가슴이 너무 깊게 파였거나,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드레스들 일색.
며칠 후 다시, 다른 브랜드 가게들이 있는 다른 몰에 나가 볼 계획이다. 올봄, 내가 좋아할 만한 옷을 찾을 수 있을까. 돈을 들고도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지 못하는 이 배부른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갈까.
한국의 샤방하고 까리한 예쁜 옷 브랜드들, 제발 미국에 좀 진출해 주면 안 될까.
사진 1 출처: https://fustany.com/en/fashion/trends/denim-jeans-fashion-trends-2020-2021
사진 2 출처: https://www.thetrendspotter.net/fashion-trends-spring-summer-2021/
사진 3,4 출처: https://www.marieclaire.com/fashion/g116/summer-dresses/?slide=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