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트온 Apr 13. 2021

오랜만에 손톱을 예쁘게 관리했더니

작가의 손톱

여름 준비의 꽃은 매니큐어지


항상 손톱 발톱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이 되면 하고 싶어 진다. 아무래도 여름 원피스를 입고 발톱이 다 드러나는 샌들을 신으면 손톱도 발톱도 더 반짝반짝 화려해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렇다고 네일숍에 가서 예술적 경지의 네일 아트를 하는 신경까지는 못 쓴다. 마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으로 매니큐어 한 병을 사 와서 여름 내내 손톱 발톱에 열심히 바르는 정도의 노력을 할 뿐이다. 


주말에 Terra Coppa 색 매니큐어 한 병을 사 왔다. 색이 따뜻하고 은은하면서도 블링블링 금가루를 뿌린 것 같은 화려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사진 1


평소같으면 손톱을 깎을 때가 지났지만, 깎지 않고 기른 채 그 위에 매니큐어를 발랐다. 손톱이 좀 길어야 매니큐어를 발랐을 때 모양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바르고 말리고, 또 바르고 말리고, 두 번을 바른 후에, 불빛에 비춰가며 너무 얇게 발린 자리만 한 번 더 덧발라 어느 각도에서 봐도 깨끗하고 균일한 색이 되도록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했다. 손톱 끝을 볼 때마다 핑크빛 도는 금보석이 박혀 있는 듯 반짝반짝 무척 마음에 든다.



예뻐지는 아픔과 소확행


손톱이 긴 채로 글을 쓰기 위해 타이핑을 하려니 손 끝 마디가 자꾸 꺾어지면서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한다. '예뻐지려면 아픈 걸 참아야 한다'라고 자라는 내내 누누이 강조하셨던 엄마의 말이 생각나면서 갈등이 생겼다. 예쁨과 아픔을 선택할 것인가. 들예쁨과 편함을 선택할 것인가. 난 사실 너무 많은 영역에서 들예쁨과 편함을 선택해 왔으므로 더 이상 물러날 데도 없는데, 지난해-작년엔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 매니큐어 바를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못했다 -부터 거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매니큐어를 바른 긴 손톱으로 장시간 타이핑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가꾼 손톱을 지금 당장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손톱으로 타이핑하면서, 손가락 끝 근육을 더 키워보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 해보련다. 그러다가 도무지 안될 것 같으면 그땐 포기하고 손톱을 깎아야겠지. 


손톱을 깎게 되더라도, 매니큐어 한 병을 사 온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손톱 손질이든 뭐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확실히 삶의 활력소다. 매니큐어 한 병이 주는 소확행이 제법 쏠쏠했다. 

사진 2


대문 사진 출처: 픽사 베이 (picjumbo_com)

사진 1 출처: https://br.pinterest.com/pin/498210777523148736/

사진 2 출처: 픽사 베이 (Bru-nO)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에서 피부로 느끼는 2021 S/S 패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