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손톱
여름 준비의 꽃은 매니큐어지
항상 손톱 발톱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이 되면 하고 싶어 진다. 아무래도 여름 원피스를 입고 발톱이 다 드러나는 샌들을 신으면 손톱도 발톱도 더 반짝반짝 화려해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렇다고 네일숍에 가서 예술적 경지의 네일 아트를 하는 신경까지는 못 쓴다. 마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으로 매니큐어 한 병을 사 와서 여름 내내 손톱 발톱에 열심히 바르는 정도의 노력을 할 뿐이다.
주말에 Terra Coppa 색 매니큐어 한 병을 사 왔다. 색이 따뜻하고 은은하면서도 블링블링 금가루를 뿌린 것 같은 화려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평소같으면 손톱을 깎을 때가 지났지만, 깎지 않고 기른 채 그 위에 매니큐어를 발랐다. 손톱이 좀 길어야 매니큐어를 발랐을 때 모양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바르고 말리고, 또 바르고 말리고, 두 번을 바른 후에, 불빛에 비춰가며 너무 얇게 발린 자리만 한 번 더 덧발라 어느 각도에서 봐도 깨끗하고 균일한 색이 되도록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했다. 손톱 끝을 볼 때마다 핑크빛 도는 금보석이 박혀 있는 듯 반짝반짝 무척 마음에 든다.
예뻐지는 아픔과 소확행
손톱이 긴 채로 글을 쓰기 위해 타이핑을 하려니 손 끝 마디가 자꾸 꺾어지면서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한다. '예뻐지려면 아픈 걸 참아야 한다'라고 자라는 내내 누누이 강조하셨던 엄마의 말이 생각나면서 갈등이 생겼다. 예쁨과 아픔을 선택할 것인가. 들예쁨과 편함을 선택할 것인가. 난 사실 너무 많은 영역에서 들예쁨과 편함을 선택해 왔으므로 더 이상 물러날 데도 없는데, 지난해-작년엔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 매니큐어 바를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못했다 -부터 거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매니큐어를 바른 긴 손톱으로 장시간 타이핑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름 열심히 가꾼 손톱을 지금 당장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손톱으로 타이핑하면서, 손가락 끝 근육을 더 키워보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 해보련다. 그러다가 도무지 안될 것 같으면 그땐 포기하고 손톱을 깎아야겠지.
손톱을 깎게 되더라도, 매니큐어 한 병을 사 온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손톱 손질이든 뭐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확실히 삶의 활력소다. 매니큐어 한 병이 주는 소확행이 제법 쏠쏠했다.
대문 사진 출처: 픽사 베이 (picjumbo_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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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출처: 픽사 베이 (Bru-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