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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Apr 15. 2021

브런치 작가의 클럽하우스 배우기

열흘간의 클럽하우스 탐방 경험

클럽하우스로의 초대


클럽하우스 초대란 걸 받았다. 초대를 받아야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음성/오디오 위주의 SNS가 생겼다는 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길을 한 번 개척해 본다는 마음으로 지난 열흘 동안 잠들기 전에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노력을 해 보았다. 


클럽하우스 앱을 깔고, 전화번호를 찍고, 전화로 보내주는 코드를 찍고, 이름을 적고 계정 이름 - heart0n -을 정하니 바로 계정이 만들어졌다. 중간에 관심사를 물어보고, 그 관심사를 주도하는 유명인사들을 골라주며 팔로우하겠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클럽하우스 시스템에 따른 절차를 다 밟고 나니, 마치 나이트클럽 문 앞에서 통과되어 마침내 입장하는 기분으로 온갖 토론방, 대화방 리스트를 볼 수 있는 사이버 공간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앱인 만큼, 토론/대화방의 3분의 2 이상은 영어로 진행되는 방이었으며, 아랍어(혹은 힌디어?), 한국어, 일본어로 진행되는 방들이 간간이 보였다. 영어로 진행되는 방들은 사업 CEO 혹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직업적 관심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방, 혹은 철학적 심리적 주제, 혹은 시사 문제나 뜨거운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는 방도 많았고, 배우나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의 관심사를 다루는 모임도 많이 보였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방은, 시차 때문에 관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아침에 일어나 보게 되는 방은 한국에는 밤늦은 시간인만큼 음악이나 시가 흐르는 감성 충만한 방 혹은 진지한 철학적 주제, 혹은 감명 깊었던 책이나 영화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방들이 보였다. 그리고 저녁 시간쯤부터 - 한국에는 아침 - 간밤에 일어난 세계 뉴스 기사를 소개하는 뉴스 방, 성경 읽기 방 같은 아침에 그냥 틀어 놓고 듣기에 좋은 방들이 여럿 보였다. 이 외에도 그냥 마이크를 켜놓고 함께 운동이나 명상, 혹은 공부, 예술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반말로 오늘 하루 어땠는지, 클럽하우스에서 누굴 만났는지 등을 나누며 수다를 재미있게 나누는 방도 있었다.



브런치 작가의 클럽하우스 활용하기


오늘 처음으로 내가 주도적으로 계획해서 방을 한 번 열어 보았다. 결론은 아무도 오지 않아, 나 혼자 1시간 전화기 앞에서 대기하다 - 나는 그 시간 동안 한 번씩 전화기를 쳐다보며 책을 읽었다 - 끝났다. 방 제목으로 [하트온  독서치유] 내 인생을 바꾼 책이 있나요? 이런 비슷한 제목을 썼던 것 같다. 독서치유 클럽이나 성장 글쓰기 클럽을 운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부족한 모습으로나마 그 시작을 해 보고 싶었다.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과 오디오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낯선 일이기도 하고, 미국 생활을 너무 오래 한 후유증으로 한국어로 토론을 이어가는 실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기도 하고, 차분하게 남 앞에서 차근차근 길게 말을 이어가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해서, 솔직히 자신감은 매우 부족한 입장이었지만, 내 안의 어떤 욕구가 그 모든 어려운 장애들을 뚫고 나가려 하는 것을 느꼈다. 내 안의 바람, 나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 쏟아 놓고 자세히 훑어보니, 다음과 같은 것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말하기 욕구: 나는 언젠가 브런치 작가들과 만나게 되거나, 혹은 언젠가 출간 작가가 되었을 때, 북 토크를 하거나, 강연회 같은 것을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할 수 있도록 말하기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하고 싶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가 그것을 연습할 수 있는 절호의 통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 진행 욕구: 나는 항상 북클럽이나 글쓰기 모임을 열고 진행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전에 도서관 사서로 일할 때, '인터내셔널 맘스 북클럽'이라는 성인 북클럽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정말 재밌고 유익한 모임이어서, 도서관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가장 아쉬워했던 경험으로 남아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서교실/글쓰기 교실을 진행해 본 적도 있는데, 아이들을 돕는 것도 싫지는 않았으나, 나는 역시 어른들과의 모임을 훨씬 더 좋아하는 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클럽하우스를 통해 독서치유모임을 진행해 보는 꿈을 꾸고 있다. 코로나에, 바쁜 생활 스케줄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클럽하우스는 효율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배운 것


지금 나는 말주변도 진행 능력도 너무 도태된지라, 제대로 운영할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시도도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시도를 하면서 배우는 쪽을 택하고 싶다. 


오늘 시도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또 알아가야 할 숙제를 얻었다. 

나도 언제나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내가 정하는 주제의 방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방을 열면 모더레이터가 저절로 된다는 것을 배웠다.
모더레이터가 되면, 어떤 것들을 - 사람들의 발언권 - 통제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오늘 내가 시도했던 방식에서, 사람들을 전혀 끌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답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얻었다.


오늘 부족한 자신감이라는 장애를 뛰어넘어,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운 스스로를 칭찬하며, 평소보다 밥도 많이 주고 디저트로 찹쌀떡과, 커피도 정성껏 차려주었다. 수고했다, 하트온!


대문사진 출처: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612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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