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Harbor, MD
전통 무역 중심지 항구에서 고급 번화가로
내셔널 하버라 이름 붙은 이곳은 메릴랜드주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항구로, 위로는 미국의 수도 디씨 남단과 맞닿고, 서쪽으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버니지아 알렉산드리아와 인접해 있는 곳으로,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무역 중심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었다.
이 곳이 이렇게 뉴욕 센트럴 파크와 그 주변처럼, 주변 자연 경관을 살려 도심 속 공원으로, 고급 주택과 화려한 호텔, 유명 셰프의 맛집이 가득한 쇼핑 거리로 탈바꿈한 것은 고작 10-20여 년 전이다.
차를 타고 내셔널 하버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MGM 카지노(도박장)와 멀리서도 놓칠 수 없는 거대 패리스 휠(대관람차)이다.
만인의 놀이터
내셔널 하버는 다양한 목적으로 찾아온,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모두 품을 수 있는 참 독특한 곳이다. 혼자 와서 물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조깅하는 사람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가볍게 친구 지인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삼삼오오의 무리들, 아이들과 놀이 공원 분위기를 즐기러 온 가족들,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 먼 곳으로부터 찾아와 호텔에 머물며 카지노를 즐기거나, 관광을 즐기는 여행객들, 컨퍼런스나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자신의 일에 진지한 사람들까지... 항상 여기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오늘 우리 가족의 일정
집으로 사람을 초대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친한 친구 가족과 교류할 방법으로, 우리는 이곳에서 친구 가족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친구 가족은 한 번도 내셔널 하버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오늘을 디데이로 잡았다.
오늘따라 날씨가 무척 좋았다. 친구 가족과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함께 강가를 산책했다. 한참 산책을 한 후에 카페에서 음료수를 투고해서 아이들 목을 축여주고, 우리는 다리를 건너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로 넘어가서 그곳의 유명한 미술관 갤러리 하나를 둘러보고, 이탈리안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휴일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 있었다. 시청 계단 위는 무대 공연장이 되어, 어느 가수 지망생 청년이 노래와 색소폰 연주 공연을 멋들어지게 하며 중간중간 자신의 인스타를 팔로우해 달라고 크게 외치고, 호랑이 같고 곰 같은 특이하게 큰 개들을 끌고 나온 사람들이 시선을 마구 끌고, 식당 앞 야외 테이블마다 저녁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핑크빛 낭만 한 가득, 예쁜 봄옷을 차려입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걸음걸이에 알렉산드리아 다운타운은 파티 분위기 그 자체였다.
우리도 그 분위기에 취해 이리저리 쏘다니다,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 주어야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예쁜 색의 아이스크림 한 컵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충만한 행복감!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오늘 우리가 여기서 보낸 시간은 어떤 느낌으로 남을까를 문득 상상해 본다. 타국 생활은 항상 이방인 같고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지우고 지나간 시간들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자꾸 아시안 외모의 나를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려 하는 자의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 느낌에서 빠져나올 길을 찾지 못하면, 평생의 기억 속에 쓸쓸한 고립감이 깃드는 것을 막아내기가 힘들다. 오늘 내가 다녀온 그곳이 나를 위해 존재했고, 나를 맞아 기뻤음을 굳게 믿어야 한다. 내가 이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내가 그 순간 그곳에 존재했던 것이, 나다운 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임을 믿어야 한다.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 속에서 내가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충분히 치열하게 존재했다는 것에, 나 자신이 내 생에, 나의 선택들에, 내 필요에 충실했음에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충분히 좋은 하루였고, 충분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