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신명 나는 이야기꾼 1: 로알드 달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안전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이 쓴 이야기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아동작가로 손꼽히는 로알드 달은 1916년에 영국에서 태어나 1990년에 생을 마감했다. 노르웨이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고 전해진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에 입대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다가, 2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 디씨에 살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까지, 초콜릿 역사학자와 약 개발자라는 직업도 거쳤다고 하니, 그의 이야기 속의 무궁무진한 기발한 소재와 아이디어들은 그의 그런 성향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결혼해서 자녀를 다섯이나 낳았다고 전해지는데, 그중 몸이 편치 않은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줄 아이가 있는 아버지의 삶이 그에게 끊임없이 어린이 책을 쓸 동기를 쏟아부어 주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전쟁과 경제공황과 질병의 고통으로 가득했을 20세기 초반을 치열하게 살아낸 그의 이력에 대해 읽으면서, 로알드 달은 가난의 고통을 아는 사람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로알드 달을 세상에 널리 알린 그의 대표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 (1964)>의 주인공 찰리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 어린이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7명의 가족에게 주어진 2개의 방과 1개의 침대. 겨울엔 집안까지 바람이 숭숭 불어 대는 외풍 심한 허술하고 작은 도시 변두리 나무집. 매일 허기지는 고통을 겪는 아이. 일 년에 딱 한 번 생일날에만 받는 작은 초콜릿바를 야금야금 한 달 넘게 아껴가며 먹는 아이.
하지만 그의 글은 아이들의 마음을 춥고 배고픈 환경 어두움 속에 방치하지 않는다. 노인 네 사람이 사이좋게 침대 하나를 나누어 쓰는 마음. 늙은 부모들에게 하나밖에 없는 침대를 드린 자식들의 마음, 아들을 조금이라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때론 자신의 몫을 포기하는 부모의 마음, 아이의 생일에 초콜릿 하나를 사주기 위해 온 식구가 있는 돈을 다 끌어 모아 선물해 주는 마음, 그렇게 받은 초콜릿을 아껴 먹고 더 이상 떼를 쓰지 않는 아이의 절제력과 성숙한 태도. 매일 밤 손자를 기다리는 노인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이야기 듣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아이의 마음,... 이 모든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가난한 집 보잘것없는 환경을 특별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이야기의 무대로 촘촘하고 탄탄하게 엮어간다.
작고 보잘것없는 환경이지만, 마음만은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배를 깔게 하고, 간식거리를 자꾸 밀어 넣어주는 시골 할머니처럼, 로알드 달은 아이들의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기발한 달달 구리를 계속 넣어준다. 초콜릿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각종 달달 구리를 그리는 자세한 묘사는,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롭고 신비로우며, 아이들의 입에 끝없이 군침이 돌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절제하지 못하고 욕심부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에 대한 따끔한 교훈이 아찔한 모험이라는 형태로 아이들의 마음에 긴장과 스릴감을 불어넣어, 끊임없는 달달함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이야기를 형형색색 흥미롭고 다채롭게 짜내려간다.
또한,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아이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잘 나가는 초콜릿 공장이라는 대조는, 성공적이고 풍부한 기발함이 필요한 것이 없는 가난함을 채우고 구해낼 것만 같은 끊임없는 희망을 마음에 품게 함으로써,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 넘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고 또 읽는 이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내가 미국에 도착에서 가장 처음 읽은 책이자, 처음으로 밤새고 읽은 어린이 책이었다. 읽고 또 읽고, 두 아들에게 읽어주고, 지금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거듭 읽어주는 책이다. 왜 이 책을 읽고 또 읽느냐고 물어본다면, 일단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작가 로알드 달이 너무나 신명 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매력적인 이야기 꾼이어서 한 번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끊을 수가 없다. 또한 이 책은 좋은 어린이 책이 가져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흥미롭고, 기상천외하고, 유쾌하고, 신나고, 유익하다. 주인공 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비뚤어지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절제하고 신중하지만 모험을 감행할 용기도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뿐만 아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재미있고 열정적이고 마음에 자신만의 별 하나씩 품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가치가 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어린이에게도 추천하지만 어른에게도 추천한다. 이 책은 어른의 삶 속에 잊혀 가는 우리 안의 어린이를 불러내는 능력이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잠시 어린이의 마음으로 초콜릿 세상을 즐기는 시간. 그런 달콤하고 환상적인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이라, 어느 연령대, 어느 성별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Tanatos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