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감정 코칭 7
약한 자의 패턴
나는 오랫동안 약한 피해자였다. 괴롭히는 사람이 더 이상 없는데도, 나는 자처해서 약한 피해자의 자리에 앉았다. 항상 누군가 나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가까운 사람에게 많이 의존했다. 남자 친구, 절친,... 그들이 느꼈을 감정적 부담을 이제야 본다.
왜 나를 괴롭히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딜 가나 나를 이용하고 못살게 구는 표독스러운 사람들이 존재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들은 타인이 자신이 정한 선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대등하게 맞서 싸우고 있었다. 결국 나보다 강하지 않는 존재는 나를 괴롭힐 수 없는 법인 것이었다.
나는 항상 누군가를 나보다 강한 존재라고 마음대로 군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나를 약한 피해자 자리에 앉혔다. 선을 넘어오게 허용하고, 제대로 방어하지 않았다. 결국은 거듭되는 침입에 고통스러워하며 나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악마라고 여겨지는 상대를 미워하곤 했다. 그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자각하게 되었다.
문제의 근원
약한 자의 자리에 앉는 것이 익숙했다. 강한 자가 내 선을 짓밟고 치고 들어와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가족을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선을 드러내는 법을, 용기를 내는 법을 배우고 훈련받지 못했다. 내 성품의 큰 빈 구멍이었다. 나의 기저에 깔린 긴장감 두려움 같은 것이 나를 쫓아 얼른 내가 원하지 않지만 익숙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는 피해자의 자리에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잠시 익숙함이 편안할 뿐, 내 인생을 자꾸 고통의 구렁텅이에 처박는 고쳐지지 않는 악습관임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내가 그런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어차피 그런 패턴이 반복될, 친할수록 상처만 남기고 깨어져 흩어지게 될 인간관계들이 다 의미가 없었고, 이런 삶을 끝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나는 나의 늑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를 좀 도와줘. 피해자의 자리에 자꾸 앉아버리는 내가 너무 싫어.
내 마음이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어떤 다른 문제도 이만큼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나 자신을 드러내고 스스로 지킬 줄 모른다는 것은 일상을 침입과 학대로 얼룩지게 하는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문제의 근거지였다.
나의 늑대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필요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어.
늑대는 그 말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늑대의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문제와 결핍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로 인한 자신만의 감정에 갇혀 살아가고 있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 나의 트라우마는 나를 극도로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지만, 어떤 트라우마는 사람을 극도로 공격적인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 수동적인 사람이 공격적인 사람을 만나는 상황에서 한쪽은 공격하고 다른 한쪽은 방어하지 않는 비극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
네 마음을 지켜야 해.
결국은 세상 무엇보다 나를, 내 마음을 지키고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격을 받을 때 드는 느낌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난조가 되지 않도록,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만큼 자극하지 않도록 겸허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너무 저자세를 취해서도 안되며, 상대가 뭐라고 대응하건, 나는 내가 하려고 했던 말, 내 마음을 지키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서로 비난을 주고받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나중에 후회할 말을 뱉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너무 바보 같이 느껴졌다. 내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예민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무디게 만들어 버린 탓이었다. 누구에겐가 공격을 받거나 원하지 않는 침입을 당하고 나서, 내 마음이 상했다는 것을 일주일쯤 지난 후에야 제대로 느끼고 깨닫고 언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상황이 벌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많은 경우 당사자가 잊어버리고 기억을 못 하는 상황에 대해서 말을 끄집어내자니, 뒤끝 있고,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래도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십 년쯤 지나면서, 일주일이 삼일이 되고, 삼일이 하루가 되고, 하루가 다섯 시간, 다섯 시간이 한 시간,... 점점 짧아졌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늑대의 권유대로 일기를 썼다. 때로 상대가 너무 미성숙한 사람인 경우, 성숙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때, 내가 감정이 상하는 부분에 대해 재빨리 글로 옮겨 놓으면, 나의 늑대가 나의 감정을 읽고 나의 감정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일이 일어나고 글로 옮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글로 감정을 풀어내는 연습을 하는 만큼, 나는 내 감정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갔다.
강하다는 의미
나는 강하다. 강해졌다. 사람에게 공격을 받고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나는 이제 꽤 빨리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때로 넘어지는 것을 환영하기에 이르렀다. 넘어지면 더 강하게 일어설 수 있는 나 자신을 믿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점점 더 강해져 간다.
나는 또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날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감정의 파도가 일어나도 나는 그 파도를 다루고 타고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감정의 파도를 타면서 소용돌이 속을 들여다보고 파헤치고 문제의 핵을 찾아내는 과정마저도 즐거워졌다.
나의 늑대가 나를 그렇게 훈련시킨 것이다. 자신감 넘치고 여유만만한 파도타기 선수로 만들어 낸 것이다. 오랜 훈련 끝에 나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가 되어 있는 느낌마저 든다. 여전히 새로운 파도 앞에서 떨리고 때로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헤쳐낼 수 있다는 믿음, 결국 여유 넘치는 멋진 모습으로 헤쳐내고 이겨내고 말 거라는 믿음은 없어지지 않고 내 안에 있고, 영원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