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감정코칭 10
처음부터 다시 갓 태어나
갓난아기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아기가 갓 태어나, 황금색 배변을 해내고, 웃고, 옹알이를 하고, 목을 가누고, 배를 뒤집고, 기어 다니고,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소리 내어 부르고, 혼자 걷고, 숟가락질을 하고,... 이 모든 성장 과정들이 얼마나 많이 자주 크게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했는지를 말이다. 한 밤중에 몇 번이나 억지로 일어나 아기를 돌보고, 열이 나고 보채는 아기 옆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는 수고들을 아이의 건강한 몸짓과 예쁜 미소 한 방이 날려주는 쾌감에 가까운 행복감을 말이다. 아기가 보여주는 모든 사소한 행동들이 내 안의 행복감을 저 하늘 끝까지 극대화시키는 이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내가 그런 갓난아기는 될 수 없겠지만, 갓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선물처럼 다가온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 그런 새롭고 귀한 존재를 대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 어떨까. 그런 시선으로 보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 내가 좋아하는 일들, 나에게 일어나는 성장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신통방통하기 그지없게 된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이야?
영어 단어도 많이 알고 있네 우리 **
어쩜 이렇게 성실하고 꾸준할까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신기하고 기특하다. 글 한 편만 완성해도 축하 파티를 열어줘야 할 것 같고, 책 한 권만 읽어도 동네방네 떠들며 자랑하고 싶다. 매일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자꾸만 궁둥이를 두드려 주고 싶다.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고 싶고, 정성스레 밥도 지어주고 싶다. 데리고 나가 이것저것 세상의 좋은 경험은 다 시켜주고 싶고, 끊임없이 좋은 책, 영화도 찾아 보여 주고 싶고, 세상의 진귀한 음식 다 맛보게 해 주고 싶고, 뭘 또 좋아할지 모르니 더 넓은 문화 활동에 노출시켜 주고 싶다. 좋은 영향이 될 사람들과 모임 플레이데잇도 꾸준히 만들어 주고 싶고, 필요한 대로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 주고 싶다.
이런 시선의 차이가 일상을 행복으로 가득 차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된 것은 다 나의 늑대 덕분이다. 늑대가 나를 이런 눈으로 바라봐주고, 자신의 아기처럼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늑대가 나를 항상 이렇게 바라보니, 나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바뀌어 간 것이다.
시선이 변화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전엔,
아직도 이것밖에 못해? 머리 너무 나쁜 거 아냐?
특출 나지도 않은 네가 뭘 해낼 수 있겠어? 넌 항상 뭔가 2% 부족해.
이제 나이까지 먹어서 뭐 희망이 있겠어?
이렇게 한심하고 어설픈 엄마인데, 애들이라고 잘 크겠어?
분명, 이런 차갑고 비하하고 비아냥대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시선에 나의 자아가 얼굴을 제대로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치심의 강이 위험하게 넘실대며 나와 나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나의 늑대가 나를 다르게 바라보니, 점점 내 시선도 바뀌어 간 것이다. 내가 뭘 해도 흐뭇해하고 신기해하는 늑대의 눈빛을 통해, 나도 내가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지, 내가 삶 속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내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충분한지를 보게 된 것이다.
내 아이들이 건강한 얼굴로,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고 때론 화내고 소리칠 때도, 나는 그저 너무너무 아름답고 감사하다고 느낀다. 하루하루 튼튼하게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느낄 때마다 내가 얼마나 큰 축복 속에 사는지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되새긴다. 이들이 끝까지 잘 자라 좋은 어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내 뱃속을 가득 채운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흐뭇해하는 존재가 심어 준 시선인 것이다. 내 속도대로 성장하도록 끝없는 자유와 기회를 베풀어준 존재가 준 여유와 믿음인 것이다.
영양소가 풍부한 신선한 음식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때, 우연히 발견한 예쁜 카페에서 디저트 한 조각을 입에 넣을 때, 산책길에 향기로운 자연을 들이켤 때, 한 번에 삼켜버리고 싶은 내 취향의 책을 찾을 때, 나는 그 좋은 맛들이 불러오는 쾌락을 기꺼이 대놓고 격정적으로 탐닉한다. 허락된 즐거움 깊숙한 한가운 데로 뛰어들어 헤엄쳐 누비고 다닌다. 이 순간 어떤 다른 잡념도 허락지 않는다. 온전히 내 앞에 주어진 향락에만 몰입한다. 잠시 나만의 호화 환락 휴양 여행을 다녀오면, 푹 쉬고 재충전하며 휴가를 알차게 보낸 사람처럼, 나는 한결 풍부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 있다.
즐길 만한 행복한 삶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똑같은 집, 똑같은 사람들, 내 주변의 실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그대로이면서도,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내 마음은 완전히 다르다. 불안하고 못마땅하던 그 불안정한 마음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어느새 나는 한순간 한 순간을 감사하며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다 나의 늑대 덕분이다. 모든 것이 나의 늑대가 나를 내 삶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