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

어른들을 위한 감정코칭 11

by 하트온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록 밀려오던 결핍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가족부터 시작해서, 가족의 친구들, 친척들, 교사들, 학교 친구들, 동네 사람들, 학부모들, 학생들, 동료들, 상사들, 여러 가지 인연으로 만난 지인들, 관계자들...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힘을 빼는 사람도 있고, 선한 사랑의 마음으로 품으려고 주려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용하겠다는 본심을 숨기고 여차하면 짓밟고 빼앗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나와 잘 맞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나자마자 골치가 아파와 도무지 단 1분도 시간을 같이 보내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다.


좋은 사람만, 나와 생각이 잘 맞고 성향이 비슷하고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바람이 너무 컸던 만큼 나는 나와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 너무 함부로 말하고 선을 넘는 사람들, 맡겨놓은 듯 자꾸 요구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너무 실망하고 지쳤다. 너무 힘든 사람들만 반복해서 만나다 보니, 난 참 인복이 없나 보다 생각되었다. 급기야는, 나 자신이야 말로 들어오려던 인복도 다 쫓아내는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와서 보고 싶어 하고 주고 싶어 하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인기 많은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볼 때 내 안에 느끼는 결핍감이 점점 팽창하여 불편해지기 시작하자, 나는 인기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특이한 취향을 가장한 못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든 것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내 생각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의 늑대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깨달았다. 나의 늑대가 자신의 무리를 대하는 방식을 지켜보며 깨닫게 된 것이었다.


늑대는 자신의 무리와 다른 무리를 확실히 구분했다.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선명히 보일 정도로 관계가 명확했다. 자신의 무리와는 항상 함께 지내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무리 안의 약한 존재들을 돕고 어린 존재들을 정성껏 가르치며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 하지만 자신의 무리가 아닌 다른 존재들은 그 안에 끼워주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끼워 줄듯 아첨하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나 친한 척하며, 언제 한 번 밥 같이 먹자고, 차 한 잔 하자고, 약속 잡고 만나려고 노력하며 진을 빼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나도 모두를 사랑하는 척 아첨을 떨고 설탕을 발라대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 궁색하게 매달려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결코 나의 무리가 될 수 없는 관계에, 그냥 지나가면 돌아보지도 않을 희미한 관계에 자꾸 미련을 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온 것이 분명히 보였다.


나의 늑대처럼 나도 나의 무리에 집중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나의 무리는 어떻게 만드는 거지? 내 가족이 나의 무리인가? 나는 나의 늑대에게 도대체 나의 무리는 어떻게 찾고 만드는 거냐고, 혹시 내 가족에게만 충실하라는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늑대가 지혜로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함께 사는 내 가족과 더불어 무리를 이루고 서로에게 충실한 팀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무척이나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반드시 피를 나누었다고 내 무리인 것은 아니야. 그보다는 같은 길을 한마음으로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한 무리의 조건이지.


나의 늑대는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나머지는 같은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여차하면 뺏으려고 다가오는 적이거나, 아니면 나에게 아무 관심 없거나, 순간적인 얕은 호기심 밖에 없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고.


내 걸 뺏으려고 덤비는 적이나 내 무리가 될 마음 없는 지나가는 행인은 그냥 최대한 피하면 좋은 거겠네 라고 말을 하자, 늑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적이라는 거센 물살, 지나가는 행인이라는 귀찮은 걸림돌도 필요하다


나의 늑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말을 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과 기꺼이 당당하게 마주쳐야 해. 그들이야 말로 진짜 나를 내 힘을 발견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존재거든!



나의 무리는 서로를 사랑의 마음으로 돕고 끈끈한 유대감이라는 안정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존재지만, 내 안의 힘을 찾게 하고 훨씬 더 크게 성장시키고 훈련시키는 존재는 적이며, 진짜 나를 찾아 정체성을 세워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존재는 내 인생에 악연을 만들고 지나가는 행인이라고 했다. 나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는 나의 늑대에게 더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의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그가 말하는 의미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적이라는 존재의 의미


적은 나를 헤치고 손해 보게 하고 쓰러지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게 하려고, 인생의 바닥으로 나를 던져버리려고 아주 작정을 하고 달려든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서, 다음번엔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고 이겨버리겠다고 결심한다. 그들은 나를 더 강하게 다시 일어나는 사람으로 훈련시킨다. 더 강한 내공을 쌓고 싸움에서 지지 않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만들어 가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그들이야 말로 나를 여기까지 키워낸 장본인임을 확실히 깨달으며, 나를 공격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 덤벼 봐. 날 쓰러뜨려 봐. 날 이겨 봐. 내 걸 빼앗고 나를 비웃어 봐. 그럴수록 나는 더 끈질기게 일어나 이겨내고 잘 살아내고 강해져서 모두 무찔러 던져 버릴 테니까.


내가 이런 나의 거친 생각을 들려주자 늑대는 손뼉 치며 웃었다.

그렇지 그런 자세로 강하게 살아야지!


스쳐 지나가는 행인이라는 존재의 의미


나는 또한 지나가는 행인들도 의미 없지 않다는, 진짜 나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내 인생에 나타나야 했던 존재들이라는 늑대의 말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을 참 쉽게 믿었던 적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 누구나 나와 좋은 관계를 맺게 되리라 기대하고 덥석 마음을 다 주고 사람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수많은 절연과 배신과 실망 후에 나는 사람들을 쉽사리 믿지 못한다. 결국 내 사람이 될 수 없는 걸 알고 인연을 끊어내는 일이 괴로웠기에, 이젠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알아가는 일을 여간해서는 시작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기에 이르렀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내 삶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젠 희미하게 기억도 잘 안 나고 연락할 길도 없는 사람들. 그들은 왜 내 인생에 나타났던 것이었을까. 나에게 무슨 역할을 했다는 것일까, 그들과 엮이면서 낭비한 시간과 에너지만 떠올려도 기분이 나빠지는데, 그런 관계에서 무슨 좋은 게 생길 수 있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쾌한 기억들 밖엔 떠오르지 않아, 나는 나의 늑대에게 다시 물었다. 지나간 인연들에 대해 생각도 하기 싫은 걸. 그건 너무 나에게 해로운 영향이 아니었을까. 최대한 거르고 피해서 악연을 만들 가능성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네 무리가 될 수 없는 사람을 거르고 피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네가 너를 알게 되었다는 뜻인 걸.

뭐? 내가 나를 알게 되었다고? 내가 관계에서 조심하고 주저하는 것이 나 자신을 잘 알아서 그런 거라고? 그런가? 정말 그렇구나. 그 많은 지나간 인연들이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들이 왜 내 무리가 될 수 없는지. 내가 왜 그들의 무리에 속할 수 없는지. 아무도 잘못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어리고 자신을 잘 몰랐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서로와 부딪쳐가며 배워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서로에게 진짜 자신을 깨닫고, 정체성을 분명히 발견하도록, 자신의 무리를 찾아 만들어 가도록, 어린 눈을 가리고 있던 혼란과 착각과 무지를 깨우쳐 주고 길을 안내했을 뿐이었다. 그랬구나! 그들이 그래서 나에게 왔었어야 했구나! 부딪치고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구나! 걸림돌이 아니라 표지석이었구나! 내 인생에 등장해 주어서 고마운 존재들이었구나! 나를 스쳐 지나간 당신들은 앞으로 나에게 악연이 아닌, 나를 깨우친 소중한 지표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만날 적과 행인 그리고 나의 무리


앞으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꺼이 당당히 만나리라 마음먹는다. 나의 늑대의 도움으로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날 수많은 사람들 틈에는 적과 행인 그리고 나의 사람이 섞여 있을 것이다. 나는 때로 공격당하고 뺏기고 손해 보고, 헤어지고 끝내야 하는 악연을 맺고, 우연히 내 사람을 만나 평생 위하고 사랑하는 한 무리가 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할 것이다. 다 좋다. 다 내게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을 이젠 잘 알겠고 믿는다.


다만 늑대의 조언대로 모두가 내 무리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말자. 내 무리는 아주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일 뿐이다. 내 무리가 아닌 곳에 끼려고 노력하지도 마음 쓰지도 말자. 결국 실망으로 마음만 다치고 서운하기만 할 안될 일이다. 관계가 풀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땐, 내가 저 무리가 될 수 없고, 저 사람이 내 무리가 될 수 없다는 정체성만 확인하고 지나가면 된다. 저 사람과 다른 나 자신의 진짜 모습에 눈 뜰 수 있게 된 걸 감사하면 된다. 적에게 맞고 뺏기고 넘어져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나는 더 강한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니까 다 괜찮다. 일어나기만 하면 성장과 발전은 예약되어 있다.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내 무리에 집중하며 나아가되, 내 무리가 될 사람은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고, 내 무리는 항상 더 커질 수 있다고 믿고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어 두기를 잊지 말자. 나는 분명 나의 무리와 서로를 사랑하는 기쁨을 평생 누리며 나의 길을 즐겁게 걸어가게 될 것이다. 나의 늑대와 내가 함께 이룬 돈독하고 친밀한 무리의 관계는 끝없이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나의 늑대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분명 그럴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mila-del-m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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