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눈으로, 있는 그대로

어른들을 위한 감정 코칭 14

by 하트온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 내려놓고


건강하고 싶어서 비타민 영양제를 챙겨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싶어서 해보는 것도 많다. 그중 하나가 긍정성이었다. 무엇이건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해왔다.


잠시, 그 노력들을 멈추고 속 생각의 상태 그대로를 나의 늑대에게 늘어놓았다.


솔직히 인생이 참 그래. 고통과 좌절의 연속인 것만 같아.


사고와 육체의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모든 것이 말랑할 때 좋은 어른을 만나 충분한 사랑과 관심과 양육을 잘 받고, 자신의 성향대로 지원받고 연마할 수 있다면, 모두가 강건한 정신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못하고, 젊고 어리석은 양육자의 탐욕 가득한 심리에 휘둘리며 마음을 다치고 상처를 극복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신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젊은 청년기 내내 만족하고 현재에 몰입하여 즐긴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가질 수 있다는 생각, 더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려 주변 사람이 가진 것을 보고 탐하느라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게 꽃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비교의식과 열등감에 짓눌리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늙어간다는 것이 생생히 느껴지는 중년이 되어서야 탐욕과 물질의 덧없음을 깨닫고 만족을 배우게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무너져 가는 노화 속도를 감당하는 마음이 벅차고 우울하다.


완전히 늙어버리면 이제 좀 인생을 알 것 같고 마음이 편해져, 현재에 몰입하며 즐겁게 지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청천벽력 같은 병마가 수시로 습격하여 심신을 격한 고통과 죽음의 공포로 흔든다. 세상에 무용지물이 되어간다는 자각이 극도로 낮은 자존감과 거대한 불안을 동반하고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안심하고 편하게 행복하게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결코 주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부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소신과 행복을 지켜낼 수 있는 어른을 능가하는 강한 어린이가 될 수 있다면, 더 가지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이 가진 것이 충분하다고 만족하고 너무 애쓰지 않을 수 있는, 무념무상 무소유를 지향하는 청년이 될 수 있다면, 젊음에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노화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깨닫고 즐거워하는 중년이 될 수 있다면, 고통도 죽음도 세상 기준도 기꺼이 초월하는 강한 정신을 가진 노인이 될 수 있다면,... 그럴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생은 고통의 연속일 뿐인 것이 아닐까. 이것을 부정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불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듭 인생의 어두운 면들을 자신의 내면 깊은 그림자 속에 묻어 버리고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 아닐까.


나의 늑대가 지혜로운 형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살아갈지를 내가 결정하는 거야.


내 안에 자꾸 부정적인 생각을 들끓게 하는 것은 나의 솔직한 생각이 아니라, 자꾸만 외부 기준이 교묘하게 스며들어와 비교하고 비하하는 마음을 잉태하는 것이라고 나의 늑대가 단호히 말했다.


다들 본심은 외모지상주의 아냐? 예쁜 게 좋은 거 아냐? 이왕이면 젊고 건강한 게 좋은 거 아냐? 고생 안 하고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은 거 아냐? 다들 재벌집 자식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태어나고 싶지 않아? 솔직히 많이 가진 게 좋지, 적게 가지는 것에 만족하자 하는 건 가난한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 아냐? 잘 사는 집이 애들을 더 사랑으로 잘 키울 여유가 있지 안 그래?


이런 생각들이 솔직한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외부 기준에 심하게 휘둘려 사는 마음의 착각, 허상일 뿐이라고 늑대가 설명했다. 서열을 만들고 차별을 낳는 진흙탕 같은 마음 바탕을 가진 이런 세상 기준을 정말 내 솔직한 생각으로 받아들일 테냐고 늑대가 반문했다.




깨끗한 눈으로


나는 한참 생각을 해본 후 대답했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이 가득한 세상은 끔찍해.


항상 마음을 청소해. 안 그러면 먼지 같고 찌라시 같은 세상 기준이 자꾸 들어와 마음에 쌓여. 그냥 두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버려.



어릴 때, 엄마 아빠가 매일같이 집을 쓸고 닦고 청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매일 같이 이런 수고를 하는지, 청소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럴 시간에 좀 편안히 먹고 놀고 즐기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이해를 한다. 세상은 흙먼지가 가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집은 순식간에 먼지 쓰레기로 뒤덮인다는 것을. 그러니 내가 사는 공간을 깨끗하게 지키고 싶다면, 자주 청소를 해 주는 것이 옳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늑대의 말을 듣고 깨닫는다. 세상이 자꾸 뿌려대는 관념과 기준을 청소해 내지 않으면 순식간에 내 마음을 잠식하고 만다. 그것들을 그대로 두면, 결국은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마음대로 조종하려 든다. 나를 약하게 만들고, 내 정신을 노예로 삼으려는 수작이다. 늘 점검하고 먼지를 쓸어낼 필요가 있다. 매일, 내 정신을 무책임하고 잔인한 돌멩이 같은 모든 세상 관념에서 독립시키고 해방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가 강한 정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 자신을 위해 옳은 기준을 세우고 의미 있는 삶 최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자꾸 남에게 빌린 잣대를 손에 들고 일반화하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과장하고, 극단적으로 향하는 먼지 묻은 안경을 쓴 내 시선이 머리를 들고 내 삶과 내 삶을 둘러싼 세상을 해석하려 하는 것을 자각한다. 내가 부지런히 해야 할 일은 자꾸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경에 묻은 먼지를 자주 닦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나의 늑대의 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깨끗한 안경을 써야 있는 그대로가 있는 그대로 보인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에야 참 기준이 보이기 시작한다. 옳은 기준은 우리를 좌절과 불행 속으로 몰아넣지 않는다. 기꺼이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마음 한 편에 의심을 품은 가식적 긍정이 아닌 진정한 수용이 일어난다. 진심으로 기꺼이 수용할 때에야 내 마음은 고통에서 구원받고 행복할 수 있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sandrapeters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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