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집 대출금을 다 갚고 나서
빚 청산
이제 끝났다. 그동안 꾸준히 카드 빚, 학자금 빚을 다 갚고, 지난 2021년 10월 마지막 남은 대출금을 다 갚고, 오늘 15년 전 마련한 집이 완전히 우리 부부의 소유가 되면서, 빚잔치가 끝났다. 속이 후련해서 날아갈 것만 같다. 물론 재산세 및, 여러 가지 세금과 공과금, 각종 생활비가 필요하니, 계속 돈은 필요하지만, 집값을 포함한 빚의 부담은 정말 어마어마했고, 그 빚을 낙타 등에서 덜어내고 나니, 정말 나머지 짐들은 그냥 즐거운 산책길에 들고 가는 작은 백팩 하나 수준이다. 이제 숨이 쉬어지고, 가는 길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는 빚을 힘들게 갚으면서 큰 교훈을 얻었다. 모든 선택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면 바로 그 욕망이 순식간에 엄청난 빚으로 변신한다는 것을 말이다. 빚을 청산하고 형편이 편안해져 가다가도, 조금 더 큰 집에 이사가고 싶어지거나, 더 고가의 차를 욕망하거나, 주식으로 돈을 불리고 싶거나, 자녀를 위한 명문 사립학교를 원하는 순간 또다시 빚더미에 앉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욕망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끊임없이 고통을 부르는 것만 같다. 남편과 나는 다시는 또 빚지는 일이 없게 하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지금 막 대출금을 다 갚은 이 집에서, 모든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며 감사하며 살아가자고 약속했다. 그래야 속 시원하고 부담 없는 이 자유, 겨우 되찾은 자유를 앞으로도 계속 뺏기지 않고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똥이 더러워서 갚아버린 대출금
생각해 보면, 이런 오랜 세월 집값을 갚는다는 일이 참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언제부터 자연이 누구의 땅이었는가. 누군가들이 언제부턴가 대대로 땅을 차지하고, 서로 사고팔며 니 땅 내 땅 나누어, 내가 사는 집 하나의 완전한 소유권을 얻기 위해 오랜 세월 고삐 꿴 소가 끌려다니는 것처럼 다른 도리 없이 무거운 책임과 부담에 짓눌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김삿갓 대동강 물 떠 판다는 소리만큼이나 어이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젠 진짜 물도 떠서 팔고, 나무도 팔고, 꽃도 팔고, 어딘가에선 맑은 공기도 팔고 있는 시대인지라, 이젠 이렇게 물도 사고 땅도 사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집값 갚는 게 당연하게 인식되어 버리니, 어디다 호소할 데도 없다.
그냥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순간, 집 하나씩 주는 사회는 될 수 없는 거냐고 끝까지 따지고 요구하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무서운 독재사회를 부르는 미친 생떼라고 결론짓게 된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아무 군소리 않고 묵묵히 집 값을 열심히 갚았다. 정말이지 지난 1,2 년은 너무 지겨워져서, 웬만한 다른 소비를 다 중단하고 버는 돈을 집에 다 넣었다. 처음 10년 가까이는 별생각 없이 은행에서 요구하는 한 달치 상환금만(대부분 이자였음을 나중에 알았다) 냈었다면, 대출금을 제대로 갚은 것은 버는 대로 다 넣어 집값을 갚은 지난 5-6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군가는, 집 대출금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게 세금 면제 혜택이 있으니 다른 빚은 몰라도 집 대출만큼은 빨리 갚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빚으로부터의 자유, 정신적 자유가 훨씬 더 중요한 가치였으므로, 귀 닫고 앞만 보며 우리의 뜻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의 위험성
빚이 된 욕망은 사람을 돈만 걱정하고 따라다니게 만든다. 돈 때문에 불안해지게 만들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도록 사람을 한없이 경솔하고 어리석게 만든다. 그래서, 욕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정말 마음 깊이 깨달았다.
더 가지고 더 올라가고 싶은 욕망, 남이 누리는 것 다 해보고 다 가지고 싶은 욕망, 더 편리하고 싶은 욕망, 더 있어 보이게 꾸미고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참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욕망하는 일이 정상이고 바른 일인 것처럼 모두가 부추기고 모두가 덩달아 춤을 추고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한 사람도 욕망으로 고통받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어딜 가나 많은 것을 양손 가득 쥐고도, 더 가지지 못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욕망 덩어리 그 자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욕망 덩어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차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다시 욕망을 온 마음에 덕지덕지 붙이고 그 욕망들이 이끄는 대로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 일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며 다시 선언한다. 다시는 욕망이 나를 고통 속으로 끌고 가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나에게 진정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유를 가장 우선으로 지키겠다고!
대문 사진 출처: Pixabay(by mostafa_mera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