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삶

미니멀 라이프, 그다음엔?

by 하트온

물건은 이용하고 사람은 사랑하고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세상이 혼돈에 빠졌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었다. 그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인 데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그 쉬운 것을 혼돈하여 현대인 모두가 고통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뼈를 때려, 웃음이 나면서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물건을 사랑하게 만들고, 사람을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보도록 부추기는 문화의 중심에 뭐가 있을까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나 스스로의 힘으론 가질 수 없는 것을, 내 주변 사람 인맥이 닿는 대로 이용하여 가질 수 있다는 생각. 이 생각은 생각보다 삶 깊숙이 만연해 있었다. 그 생각은 결과에 속히 이르고자 하는 급한 마음, 과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인스턴트화된 사회의 마음에 닿아 있었다.


성장 과정에 가치를 두지 않는, 그 급한 마음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재 당신이 얼마를 버는 어떤 위치의 사람이라고요? 그래서 학위는 뭘 가지고 있는데요? 자산 총액이 얼마죠? 연봉은 얼마?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못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가방 가격까지 알아야겠는 불편한 호기심이 넘친다.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관심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결과만 중요시 여기는 급급한 마음이 불편하다. 내 인생의 결과만을 모아 재단해서 그 사람이 할 일은 비교하고 서열을 매기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게 서글픈 일이다.



주식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


내 친한 친구가 하는 말이다. 모두가 주식하는 시대란다. 심지어 옆집 고등학생도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 지인들이 모두 주식으로 뭉쳤다. 만나면 주식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이 친구가 나에게도 주식을 하라고 자꾸 권한다. 자신이 해 보니, 이런 방식으로 치고 빠지면 수익이 반드시 있다고, 자신이 찾은 방식대로 꼭 해 보라고 권해준다. 그 친구가 나를 많이 아끼는 마음이다.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을 정보를 나에게만 믿고 쏟아주는 것이다.


나는 친구가 주식을 하는 마음이 뭘까 생각을 해 보았다. 인테리어 디자인, 아트를 좋아하던 친구가, 주식에 온 정신을 집중하게 된 이유가 뭘까. 아이들 대학 학비를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 노후 자금을 만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 중심에 있다. 그 마음이 무척 급해졌기 때문에 주식에 온 마음, 온 신경이 향해 있다. 결과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느리게 천천히 가는 나의 속도를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겠다.


어쩌면 성장에 의미를 두고 천천히 나다운 속도로 가겠다는 나의 태도가, 경제적 목표를 이루는데 효율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작은 집, 돈이 들지 않는 방식의 자녀 교육,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나의 낮은 경제적 목표들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위한 효율일까. 무엇을 위한 거금 마련일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은 효율이, 거대한 결과물을 쌓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녀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재산을 남겨주기 위해서 희생하는 삶이 고귀에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과연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정말 자녀에게 결국 도움이 되는 일일까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의미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가 마음 자세 마음의 방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결과 중심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나 혼자 어리석고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래도 할 수 없다. 내 마음은 그렇게 생겼고, 결과보다 과정에 더 의미를 두는 내 가치관은 흔들리지 않는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주식에 온 마음을 줄 의욕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하나하나 각자에게 의미 있는 것을 쌓아가는 우리 가족의 일상과 바꿀 마음이 전혀 없다. 그 과정을 무너뜨리는 어떤 것도 허용할 마음이 없다.



친구야 미안한데 주식은 못하겠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사람을 사랑하는 결론이 나는 일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수시로 점검할 수밖에 없다. 사실은 다른 것을 바라면서, 겉으로만 사람을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하는 것은 정말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나를 속이는 위선의 삶, 그것은 나에게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미니멀리즘 덕분에 마음 상태를 점검하는 기술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다 꺼내놓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마음에 적용한다. 마음에 있는 생각들, 감정들을 모조리 꺼내 넣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버리고, 내게 의미가 있는 것만 취한다.


친구가 주식을 권하고 간 후, 나는 내 마음에 들어온 각종 마음들을 다 펼쳐 놓고 그중 몇 가지를 취하고 몇 가지는 비워냈다. 자녀의 교육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자녀에 대한 사랑을 취하고, 노후를 미리 계획하자는 마음에서 내 인생에 대한 사랑을 취했다. 그리고, 주식은 버렸다.


주식을 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주식은 단순히 투자 상품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주식이 대표하는 회사들, 그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뒤에 있다. 나는 주식을 이용하지도 못하겠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도구로도 활용하지도 못하겠다. 웨렌 버펫 같은 기업 운영에 박식한 사람처럼, 주식을 사서, 회사에 투자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함께 잘 될 길을 찾고, 그런 길도 훌륭하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 길이 내 길은 될 수 없다. 내가 그것을 위해 아무것도 쌓아 온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주식을 한다면, 어느 회사의 흥망성쇠에 의존하여 도박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나는 불확실한 현상을 놓고 기대하며 마음을 졸이는 도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도박은 내 안에 너무 큰 감정 낭비, 에너지 낭비, 시간 낭비를 만드는 종목이어서 애초에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을 버리기로 했다. 다른 사람은 상관없고, 오직 내게 필요 없어서 비워내는 나만의 결론이다. 나에게만 적용되는 미니멀 라이프 선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글이고, 내가 오랜 시간 쌓아온 것도 글밖에 없다. 나는 글을 계속 써 나가는 걸로 사람을 사랑할 방법을 찾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길을 찾기로 정리를 마친다. 내가 성장하는 만큼 자녀를 바르게 사랑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나는 나의 노후를 준비하는 길을 끊임없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며,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 내 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에서 찾고자 한다. '나'만이 내가 투자하는 '회사'고 '주식'이다. 내가 성장하는 만큼이 나에겐 투자의 최대이율이고 대박 난 주식이 남기는 이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