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그다음엔?
일을 하게 만드는 두 가지 동기
학교 다닐 때,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에 대해 배웠던 것이 기억난다. 무슨 과목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선생님 얼굴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동기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구나 정도 외우고 지나갔던 어렴풋한 기억만 있다.
그때 선생님이 무엇이 사람에게 더 옳은 동기인지, 사람이 추구해야 할 동기인지를 깊이 사유하고 자신의 철학을 설파했더라면, 그것이 내 삶을 바로 세워가는 계기를 마련했더라면, 나에게 가르침을 준 선생님 얼굴을 망각하는 안타까운 불경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교과서 요약본을 줄줄 칠판에 써주고, 우리는 그것을 외우고 시험을 보던 나날들은 기억할 가치도 기억할 필요도 없는 잡동사니 상자처럼 가끔 이런저런 희미하고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기억 단상들을 수면 위로 불쑥 떠올려내곤 할 뿐이다.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를 추구해야 한다고 분명히 가르침을 주었었어야 했다.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일을 찾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한 소신을 세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야만 했다.
내적 동기만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내적 동기는 나의 성장을 목표로 내가 좋아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느끼고 일을 해내려는 의지인 반면, 외적 동기는 보상을 바라고 혹은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외부적 시선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불러오는 행동 동기다.
나에게 내적 동기는 나와 타인을 동시에 사랑하는 일이다. 나에게도 재미있고 좋은 일이어야 하며, 타인의 삶에도 가치로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가야 나는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반면, 외적 동기는 내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생각하지 않는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얄팍한 이기심이다. 누군가에게 보상을 받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질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는 마음밖에 없다면, 그것은 결국 내 체면만 생각하는 -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것은 아닌 - 가식적 행위에 그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 없는 무정하고 양심 없는 행위까지도 나아가게 만드는 무서운 동기다. 내 마음이 아닌, 남의 마음을 이루기 위해 목적과 수단이 되어버리는 영혼을 팔게 만드는 동기다. 나에게 돈을 주고 보상을 주는 사람의 도구로서만 사는 삶은 나를 성장시킬 수 없고, 만족시킬 수도, 내 삶을 나아가게 할 수도 없다.
미니멀리즘을 적용해서 내면 정리를 해 나가는 입장에서 내적 동기는 취해야 할 것이고, 외적 동기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의미 없는 외적 동기를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은, 가령 세금 납부 같은 의무는 불쾌해도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지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마음은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내지 않으면 너무 귀찮고 부당한 일을 겪게 된다면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외적 동기가 쌓이고 쌓여 내 삶 전체를 잠식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모든 것이 의무감으로,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곤란을 일을 피하기 위해서만 하는 일이 되어 버리면, 나의 정체성을, 내 마음을, 결국 내 삶 전체를 부정당하고 잃어버리게 된다.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요'라고 밖에 말 못 하는 인간성을 상실한 무엇이 된다. 그런 태도가 버릇이 되면, 내 주변 모든 대상에 대해 자유로운 사랑을 잃은 안 하면 안 되는 도리만 가득한 삶으로 변질해 버리고 만다. 그런 삶은 무겁다. 너무 무겁다가 결국 나를 삼켜버리고 만다. 도리의 삶에 먹히면 도리만 요구하고 찾는 도리 몬스터, 꼰대 좀비가 탄생한다.
외적 동기가 마음을 삼켜버리기 전에, 항상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리해놓는 일이 필요하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마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마음은 지켜 내야 한다. 모든 것이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자녀와 사랑을 나누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것이지, 나중에 효도를 받기 위해 지금 내가 돌보는 의무를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와 한 마음으로 깨 볶으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좋은 것이지, 내가 받을 것을 받기 위해 줄 것을 주어야 하는 채무 관계가 아니다. 부모 또한 사랑으로 이어나가야 할 관계지, 키워줬으니 시키는 대로 해 주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의무로 내버려 둘 관계가 아니다. 끊임없이 진실된 마음을 소통하고, 사랑을 키워가야 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없는, 의무로만 점철된 가족관계는 마음에 얹힌 커다란 쇳덩이처럼 징그럽게 차갑고 무겁고 힘들다. 때로 자식이나 배우자와 맺는 관계를 사랑의 관계로 만들지 않고, 코를 꿰어 끌고 다니려고만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본다. 상대가 아무리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해도 소통을 단절시키고 관계를 무겁게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다. 내 코에 코뚜레를 끼우고, 내 마음에 쇳덩이를 얹어 부리려는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가까운 부모 자식, 배우자, 절친 관계라도 결국 내가 살기 위해 끊어내야 할 수밖에 없다.
내적 동기를 지키고 가꾸는 삶
일단 자유롭고 보자. 무거운 건 다 내려놓고 보자. 마음이 자유로워야 나는 내 마음이 우러나는 대로 즐겁게 의미 있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마음이 자유롭지 않고 무거운 짐이 가득하다면, 내 마음이 원하는 일 같은 걸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진다. 내적 동기는 간데없고, 외적 동기만이 내 코를 꿰어 나를 끌고 다니게 된다.
내 삶이 너무 이리저리 당겨지고 구겨져 있다는 느낌, 너무 무겁고 축축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한 번 탈탈 털어내 보자. 거기 뭐가 들어있는지 구석구석 한 번 살펴보자. 쨍한 햇살 아래 마음을 끄집어 내 빳빳하게 새것처럼 한 번 말려보자. 내 마음이 거기 있지 않은 것들, 내 삶이 아닌 것들, 내게 의미가 없는 것들 모두 말려 내 버리자. 보낼 사람은 보내주고, 비워낼 물건은 비워내 보자. 내가 털어 낸다고 남이 나를 원망하고 싫어하겠다면 그리할 자유를 주고, 내 자유를 찾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이다.
날아갈 듯 가벼워진 마음이 되어, 내 마음의 바람이 부는 대로 한 번 날아가 보자. 한 번 밖에 없는 내 소중한 인생을, 마음에서 우러나는 삶, 나의 내면에 충실한 진정 의미 있는 삶이 되게 만들어 가자.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Tumi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