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꿈, 진짜 꿈

내 마음을 여행 중입니다

by 하트온

나의 어릴 적 꿈은


아주 어렸을 땐, 발레리나, 연기자, 가수,... 이런 화려하게 치장하고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자리에 있기를 열망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사람들의 관심과 칭찬에 대한 열망이 몹시 컸던 것 같다. 혼자 부지런히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 연습을 하며, 누군가 나를 발견해서 제대로 훈련시켜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내가 사는 환경에서는 그런 꿈이 이루어질 수 없겠다고 지례 짐작해 버렸고, 혼자 끈질기게 노력할 마음을 먹는 대신 쉽게 포기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생겼다. 학교 인테리어는 아이들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법이었다. 교실에도 복도에도 온통 아이들의 미술 작품으로 가득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은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학교 환경이 관심에 목마른 내 마음을 파고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곧장 화가의 꿈을 꾸며, 나를 훈련시켜 줄 화가 선생님을 찾아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녔다. 미술 학원 안에서 비교의식, 서열의식에 시달렸다. 사람들의 눈에 띄게, 상을 받을 수 있게,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림의 즐거움을 몰랐다. 미술 대회 결과가 나올 때마다 누군가 내 심장을 절벽 아래도 밀어 던지는 느낌이었다. 내 그림이 뛰어나다고, 그림을 계속 그려보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없었고, 부모님도 내 그림은 커리어가 될 수 있을 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확신하니, 나는 결국 자신감을 다 잃고, 조금 가지고 있던 열정도 바닥이 나고 말았다.


내가 시도한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었다. 피아노, 컴퓨터, 서예,... 동네에 학원이 문을 열기만 하면, 나는 찾아가서 배웠다. 뭐든 다 잘하고 싶었다. 뭐든 잘하는 만능이 되어야만 내가 필요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안심이 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대충 재미로 학원을 다닌 것이 아니었다, 죽기 살기로 연습하고, 내 목숨이 걸린 일인 듯 임했다. 학원 교사들이 감동을 받아 어찌할 바를 모를 만큼 땀을 뻘뻘 흘리며 집중했다. 결국, 아빠 사업이 파산하고 각종 레슨을 이어가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다,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가면서 학교 수업 외 모든 특별 활동을 깨끗이 접었다. 이제 더 이상은 시간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현실에 꿈꾸던 마음들이 깨끗이 밀려난 것이었다.


모든 것에 외부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꿈도 그 꿈을 위해 걸어가는 길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내내 살피느라,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그것을 위해 누가 뭐라 해도 끝까지 노력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었고, 그만큼 나는 휘둘리고 휘청거렸다.



꿈이라고 다 좋은 것일까


꿈이 허상을 좇는 것이라면, 그건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좇는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바라고 노력하는 것은 결국 자기 파괴, 자기 학대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좇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거기에 있는 것이 맞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는 20대 내내 모두가 선망할만한 명문 기관에서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명예로운 위치를 잡는 꿈을 좇았는데, 그것은 내 마음이 상처입지 않고 존중받기를, 평화롭고 안정된 행복한 생활을 바라는 마음이 투영된 꿈이었다. 그 꿈에 가까이 가서, 그토록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 삶 속에 내가 원하는 열매가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끊임없는 삶의 아귀다툼이 그대로였고, 삶은 여전히 사람을 상처 입히고 흔들어 댔다. 원하지 않는 결과에 실망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으로 가슴이 찢어지고, 하루를 버티기 위해 우울증 약을 먹고, 병들고, 늙고, 더 똑똑하고 더 힘 있는 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인생 어느 지점에 도달해도 삶은 그런 것인 모양이었다. 직업이 돈이 사람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달았다.


물론 특정 직업을 꿈꿀 수 있고, 그것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 직업이 자신의 모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완벽한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은 정말 열심히 인생을 허비하고도 원하는 열매를 얻지 못하는 끝이 너무나 허무한 인생낭비가 될 수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제대로 꿈꾸자


존중을 꿈꾸고 있다면,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존중받는 직업을 꿈꾸는 것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돌아볼 일이다. 내가 어떤 순간에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지, 그것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타자의 문제인지, 내 안에 응어리진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문제인지. 어쩌면 그것은 나의 직업이나 내가 가진 조건과 아무 상관없는 일일지 모른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어야 해결되는, 내면이 성장하여 당당한 자신감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일지 모른다.


많은 경우,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것 - 타인이 선망할만한 학벌과 직업에 도달하는 것-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타인의 사랑과 인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꿈과 목표를 내가 나를 잘 돌보고 믿어주는 삶으로 삼고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

내가 나의 편을 더 잘 들어주기

나의 부족함에 대해 괜찮다고 격려해주기

내가 내 몸의 말을 더 잘 들어주고 잘 돌보기


꿈이 더 현실적일수록 - 허상이 아닌 실체일수록-, 꿈에 도달하는 방법과 과정이 더 구체적이고 쉽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꿈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점점 뿌듯한 만족감이 들기 시작한다. 허상 신기루를 좇을 때 점점 더 목마르고 절망감에 시달리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꿈은 나를 돕는 것이어야 한다. 나를 제대로 잘 돕는 꿈이 바람직한 나만의 꿈이다. 나를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나를 도울 줄 아는 실력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실력이 된다. 꿈을 위해 달리고 노력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꿈을 잘 세우는 일이다. 잘 세웠다고 생각하는 꿈도 수시로 살펴보고 두드려 보아야 한다. 꿈이 퇴색되고 변질되지는 않았는지, 헛된 허상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는 않는지. 나를 잘 도울 수 있는 '깨끗하고 순수한 꿈'을 오늘도 잘 만들고 다듬어 가야 한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G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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