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여행 중입니다
세상이 궁금하지 않았던 시간
내가 과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 적이 있을까. 물론 내가 태어난 부모님 집에 버티고 있지만은 않았다. 부모님 집을 떠나, 서울로 갔고, 서울에서 또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서도 첫 정착지인 서부를 떠나 동부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움직임이었을 뿐, 내 정신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 것이 맞나 의구심이 든다.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을까. 아직 온전치 못한, 상처 투성이 내면을 쉬어갈 곳 찾기만도 급급한데, 내 코가 석자인데, 세상이 궁금할 리가 없다. 오히려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찬 듯 무섭게 느껴지고, 조금이라도 통제하려 하거나, 폭력적인 기미가 보이면 피해 다니기 바쁘다. 그나마 교양 있는 사람들로 가득해 보이는, 깨끗한 푸른 잔디밭이 안전하게 회색빛 무질서한 바깥세상과 분명한 경계를 짓고 있는 듯한, 명문 대학, 대기업, 연구소에 숨어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일 것 같았다. 솔직히- 겉으로는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진취적이고 씩씩해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 오랫동안, 나는 용기 없는 도망자의 삶을 살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잘 관리된 정원, 환한 불빛 너머의 세상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한 발자국도 나가 볼 마음이 없었다.
책을 읽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남의 생각과 대적해서 나를 방어할 언어를 확보하기 위해서만 읽었고, 구미에 맞는 메시지를 주는 책들만 골라 읽었다. 책의 저자를, 저자가 전하려는 집필 의도를 깊이 이해한 적이 없었으므로, 그때 읽은 책들은 저자의 이름도 시대적 국가적 배경도 확인하지 않고 읽은 책이 많았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책은 오로지 내 심리적 불안을 위한 도피처이거나 무기저장고였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찾다
나부터 만나야 했고, 나부터 알아가야 했다. 나부터 일으키고, 나부터 성장시켜야 했다. 내 몸을 세우고 걷는 건, 태어나서 1년도 걸리지 않았는데, 내 정신을 세우고 일으켜 걸리는 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 내면 성장에 관해서는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공립교육은 책 읽고 글 쓸 시간조차 허락지 않고 주입식 교육이나 받고 수동적 인간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내가 성장해서 내가 스스로를 양육하고 교육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므로, 몹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나는 나를 세워낼 수 있게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이제 세상을 제대로 궁금해하고 본격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내가 나 자신을 일으켜내고 가장 처음 한 것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글을 썼지만, 그것은 나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나 자신을 위한 일기였다면, 몇 년 전부터 공개 발행하기 시작한 글은, 세상의 나 아닌 누군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혹은 말할 수 없이 오래 겪어 온 사람들에게 손 내밀고 그들과 연결하고 싶어서였다. 나의 치유와 성장이 확장되어, 내가 확장되어, 우리가 되고 우리의 성장이 풍성하게 일어나길 원하는 마음이었다. 봄에 하나 둘 싹이 나기 시작한 나무가 여름이 되면 끝도 없이 무성한 숲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맥으로 연결된 집단이 아니라, 내면으로 연결된 사랑 가득한 유기체의 확장. 이것이 내가 찾은 세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의미 있게 나아가는 방법이다. 온 세상을 초록빛 무성한 숲으로 덮어 가는 것! 나처럼 한 번쯤 죽었다가, 인생의 바닥에 내쳐졌다가 다시 일어난 마음들의 초록 숲!
더 큰 세상으로 확장할 수 있기 위하여
더 큰 세상으로 더 넓게 확장해 나갈 수 있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깊은 땅속으로 단단히 뿌리내리고 끊임없이 더 성장하는 일일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건, 타인과 만나는 것이며, 타인의 내면과 마주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본질을 꿰뚫어 품고 사랑하는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는 능력과 근육의 성장이 함께 일어나야,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만나고, 듣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나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강하게 성장했고, 이제 드디어 세상이 몹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세상과 마주하고 현실을 직시할 자신이 드디어 생겼기 때문이다. 초록 숲을 꿈꾸는 강한 나의 진군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또 다른 '강한 나'로 성장하여 나와 연결할 사람 나오라! 함께 나아가며 아름답고 풍성한 숲을 이루어 가자!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darksoul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