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예민한 행복
새로운 나의 시작
저는 운동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4년째 매일 운동을 하고 있어요. 2019년 겨울, 그러니까 코로나 시작되기 직전부터 운동을 시작한 거였죠. 처음엔 10분이라도 일어나 움직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40대가 되고, 이젠 정말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하는 심정이 들었지만, 평소 운동하는 습관이 있지 않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꾸준한 운동으로 실천하기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 체크업을 갔다가, 예년에 비해 아슬아슬해진 수치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느끼고서야, 일어나서 뭘 하든 10분만 움직여 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이지요.
처음엔 운동 유투버들의 영상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런 분들의 영상 10분짜리를 찾아서, 그들과 함께 10분 움직이기가 가장 쉽게 느껴졌었어요. 비슷비슷한 영상들에 질리면, 다른 유투버로 갈아타고 알고리듬 타고 이 영상 저 영상 열어보다가 이름만 대면 다들 아시는 운동 유투버들과 널리 일방적인 친분을 쌓았답니다.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좀 자리 잡힌 후에는, 예전에 하던 요가를 다시 시작해 보았습니다. 몸에 힘이 있는 날과 힘이 없는 날, 그날그날 컨디션에 맞게 조정해서 필요한 부분 스트레치를 하는 방식으로 저만의 요가 루틴을 짜서 해 보았습니다. 조금씩 몸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들고, 몸을 20분 이상 움직이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제 근력 운동을 제대로 해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고, 매일 똑같은 스트레치 루틴에 질려갈 때쯤, 근력 운동을 도와주는 운동 앱의 세계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하루 20분 정도를 투자해서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근력 운동을 하는 챌린지 프로그램 앱을 찾아 스트레치 루틴에 근력운동을 추가해서 새로운 운동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근력 운동과 스트레치를 꾸준히 계속하다 보니, 일 년 만에 매일 40-50분 정도는 편안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변화와 깨달음
매일 운동을 하면서 저는 많은 변화들을 경험했습니다. 일단 군살이 빠지고 허리 라인이 날렵해지면서 몸이 몹시 가벼워졌고요. 40대엔 배가 나오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30대에 키운 배를 들어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고, 덕분에 셔츠 바지 안에 넣어 입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심했던 생리통이 없어지고, 그 외 수시로 찾아오던 몸의 각종 통증들이 없어지는 신기를 경험했었어요. 원래는 운동을 하다 잘 다치는 편이었고, 지병처럼 어깨와 무릎 통증을 달고 살고, 종종 침 맞으러 한의원을 전전하던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운동을 하면서, 몇 가지 배운 것이 있습니다. 나는 못하는 사람이다, 나는 운동에 재능 없는 사람이다, 골골한 저질 체력이라 약해서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도전을 막아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그런 거짓 가득한 마인드로 살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 삶이 부정적인 거짓말로 가득했던 건, 오랫동안 좌절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 둘을 낳았기 때문에 몸이 망가졌고, 내 몸은 앞으로 평생 이럴 것이고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라는 망연자실한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운동을 하고 발전과 개선을 경험하면서, 전에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들은 저 스스로가 만든 무기력 무능력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어요. 시작이 반이고, 일단 시작을 하고 점점 늘려가면 체력도 키우고 실력도 발전할 수 있다는 진실을 경험했어요. 또한, 저는 매일 꾸준히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스스로를 더 믿고 신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들고 귀찮아도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저 자신이 매일 고맙고 대견하다 보니, 저를 기특하게 여기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마음도 더 커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정체성이 낳는 새로운 삶
운동은 그 사람 자신도 바꾸지만, 그 사람의 주변 세계도 바꿉니다.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과 신뢰,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은 전혀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 사람에겐 힘이 느껴집니다. 결국 사람들은 힘에 끌리는 법입니다. 힘이 느껴지는 사람을 좋아하고, 힘에 가까이 다가가고 닮고 싶어 합니다. 사람을 끄는 에너지가 생기고,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엔 존경심과 신뢰감 같은 것들이 담뿍 배어 있기 마련입니다. 꾸준한 운동이 나를 보는 스스로의 시선을 바꾸어 내고,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도 바꾸어 냅니다.
운동은 나를 일으켜 우울과 무기력에서 빠져나오게 했을 뿐 아니라, 나 스스로와 더 좋은 관계를 맺게 만들어 주는 매개였으며,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꾸준히 해 낼 내가 못할 일은 없다는 자신감, 자기 효능감까지 굳건하게 다져주고, 스스로를 잘 돌보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직한 정체성과 자아상을 세워주고, 자신과 타인의 시선의 온도까지 바꾸는, 너무나 많은 면에서 나를 건강하게 강건하게 해 준 내게 꼭 필요했던 훈육이고 훈련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는, 수많은 부정적인 말들 속에 무너져 가던 제 정체성이 다시 세워진, 너무나 멋진 일입니다. 내가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지금까지 내 삶을 끌어내리던 그 모든 말들이 다 거짓말이라는 증거이며, 내가 그 모든 부정적 사고를 이기고 극복해 냈다는 승리의 기록입니다.
저는 이 정체성을 평생 놓지 않고 꼭 붙들고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합니다. 운동은 내 인생의 바다 위 높다란 등대처럼 우뚝 서서 내 사고의 방향을 지킬 것입니다. 나의 성격 성향을 불편해하고, 나에 대해 나쁘게 보는 시선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부정적인 말들도 끊임없이 생겨나겠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나에 대한 나의 신뢰, 나의 정체성을 꿋꿋이 스스로 세워갈 수 있다는 믿음, 어떤 부족한 점도 개선하고 성장해 갈 수 있다는 변화에 대한 확신을 덕분에 지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