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예민한 행복
연결하는 삶
사람들과 부딪치는 게 힘들고 혼자 있는 시간을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이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연결 장치를 몸에 달고 태어난 '레고 블록'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태어났고, 의미 있는 연결이 의미 있는 진정한 삶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연결을 거부하고 고립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의 사람들과 연결이 힘들다고 자포자기한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온갖 미디어나 매체를 통해서라도, 사람을 만나기를 그만두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도는 영상을 보는 것도, SNS 피드를 읽는 것도, 독서하고 영화를 보고,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것도 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소통하려는 끊임없는 연결 시도입니다.
어쩌면, 이 블록과 저 블록을 끼워 맞춰 보면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레고 놀이' 그 자체인 것처럼,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쳐 가며 연결해 보는 것이 삶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맞춰봤다가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생기는 것, 애써 만들어 왔던 연결들을 다 부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다 괜찮은 일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힘들었던 관계, 실패했던 관계가 많았다고 해서 내가 뭔가 잘못된 사람이 아닐까 곱씹을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아요. 실패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본질 그 자체인 '연결'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는 증거니까요.
연결을 위해 손을 뻗어 노력하는 그 자체가 예민한 성정의 사람들에게는 큰 자극과 고통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 만큼, 많은 실패를 남길 만큼 수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은 오히려 박수받을 훌륭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건, 맞는 사람과 연결되고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애쓸 이유와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어요.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
수많은 관계의 실패, 수많은 감정의 고통을 거친 후에, 우리는 더 지혜로워집니다. 나하고 맞는 블록인지 아닌지 조금 더 미리 파악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에게 기쁨과 의미를 주는 '블록 쌓기' 패턴을 좀 더 파악하게 됩니다.
예민한 성정을 가진 사람은 보통의 블록과는 잘 맞지 않는 '스페셜 블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만 나오는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예민한 사람들의 관계가 힘든 이유가, 스페셜 에디션이 일반 블록과 맞추는 데 온 힘을 빼고 있었던 탓인지도 모릅니다.
스페셜 에디션은, 자신의 존재 이유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내가 남들과 다른 모습이라면, 그건 내가 남과 다른 기능을 하기 위해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나는 어떤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일까요.
오래전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Adam Leipzig이라는 유명 인사의 짧은 TED 강연 영상을 보다가 특이한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의 목적을 깨닫는 게 어렵지 않다며, 몇 가지 단순한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으로 5분 안에 자신의 인생 사명을 깨달을 수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어요. 저는 긴가민가 하면 그가 던지는 질문들에 답을 해 보았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들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 나는 누구인가
- 나는 무엇을 하는가
- 나는 그 일을 누구를 위해 하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 대답해 보기 바랍니다.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고,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는, 내 이름을 말하면 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질문 나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매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하는 일을 생각하면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많은 종류라면, 그중 가장 좋아서 하는 일을 고르면 될 것 같아요.
저의 대답은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티칭이었는데, 그 모든 것은 저에게 '배움과 성장과 나눔'이라는 한 줄에 꿰어지는 의미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면서 또한 동시에 나와 연결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의 성장과, 타인의 성장을 돕는 일이 나에게 삶의 의미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 순간 확신했습니다. 정말 신기했어요. 단 몇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니요. 이 모든 결론이 5분도 걸리지 않다니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몹시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페셜 에디션 같은 존재는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 모든 것에 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 없는 노력을 하느라 너무 많은 자극의 고통을 당하기보다, 진정으로 내게 의미 있는 일에 힘을 집중하여 쓸 수 있습니다. 연결할 가치가 있는 존재, 내 목적과 어울릴 수 있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한 존재인지를 깨달은 후에야,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새로 장착한 눈으로, 나와 한 세트인 것 같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줄 것이 많은 관계는 기분 좋고 유익하게 이어졌습니다. 내가 해 온 글쓰기 독서, 그리고 차분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나의 티칭 능력이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 나가는 데 유익한 거름이 되었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아무나 나의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동시에 나의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전 세계 여기저기 도처에 존재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연결하기 까다로운, 어차피 잘 안 맞을 '블록'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운명으로 태어난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에게는 제가 딱 맞은 파트너일 것입니다. 모두가 내 친구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모두와 연결될 수 없어도 괜찮아요. 어쨌든, 나는 나름 내 세계 안에서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존재이고, 놀이를 공유할 수 있는 블록,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내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도 분명 그런 존재일 것이라고 저는 믿고 확신합니다. 아직 제대로 연결을 해 본 경험이 없다거나 내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해도 아직 실망하지 말기 바랍니다. 적어도 이 글이 당신의 마음에 가 닿는 순간 당신과 내가 연결이 된 것이니까요. 나는 기꺼이 당신의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늘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Bru-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