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예민한 행복
내 행복의 책임
감정적으로 너무 지치는 날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사람들이 예사로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때리는 날이 있지요. 그 누구도 딱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 예민한 나는 쌓이고 쌓인 감정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 강도의 폭우를 동반합니다. 정말 마음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 같은 흔들림과 불안을 느낍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이런 감정까지 솔직히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훨씬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선 그럴만한 상대가 없어요. 괜히 말을 꺼냈다가 상대가 비난을 당했다고 생각해 도리어 더 크게 화를 내며 공격해 오거나, 내가 지나치게 이상한 성격의 사람으로 몰리게 되거나, 아무리 잘 포장하고 신경써서 대화를 해도 결국 사소한 일을 크게 벌이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사실 내 감정이 힘든 것은 정당한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상황을 그렇게 힘들게 몰고간 이유가 있고, 잘못을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의도한 일이건 아니건 나에게 잘못을 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잘못을 한 사람의 명단에는 분명 나 자신이 끼여있습니다. 그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보지 못한다면, 그건 나를 속이는 일이에요. 그중 가장 큰 책임은 따져보면 십중팔구 결국 나에게 있기마련입니다.
타인은 나를 보호하고 내 기분을 하나하나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내 마음을 100% 공감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어요. 타인 자신의 잘됨, 혹은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일을 잘 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 나 한 개인의 안정감이나 만족감이 목적이 될 수 없어요.
나를 지키고 세심하게 배려하고 하나하나 준비할 수 있는 나를 위한 최적의 존재는 오직 나 하나 뿐입니다. 나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상황을 개선하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도 나 뿐이에요. 믿을 사람, 나를 위해 책임을 다 해줘야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한 사람인 것입니다. 결국 내가 나에게 어떻게 하는가에 내 행복과 잘됨이 달려있는 것입니다.
힘들 때 나를 구해내기
내가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감정이 휘몰아 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면, 나를 고통스런 감정 폭우 속에 내버려 둘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 대화를 해 보거나, 잠시 심호흡을 하며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소화 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야 합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잇점이 많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 존재와 대화 창구를 열어놓은 상황이기에, 어떤 상황이건 잠시 마음으로 초월적 존재에게 상황을 털어놓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달라고 요청하는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안정감을 빨리 회복하고 충전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감정을 털어놓고 마음을 추스리는 것으로만 끝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명심하고 해내야 할 것은, 이 상황이 말해주는 교훈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나는 통제할 수 있고, 남에겐 억지로 강요할 수 없지만, 내 행동은 바꿀 수 있습니다. 즉, 나를 바꾸어, 다시는 이와 같은 감정적 고통에 스스로를 몰아 넣는 일을 피할 방도를 찾아내야 합니다. 타인의 잘못을 곱씹을 것이 아니라, 내가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 내가 비상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것,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기까지 넋놓고 있었던 것,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깨어 세심히 살피지 않고 대충 대충 안일하게 해 왔던 면들을 꼼꼼히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실수,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의 처음 사는 인생이기에 한 번의 실수는 어쩔 수 없습니다만, 실수의 반복은 막을 수 있어요. 실수의 반복을 막아주는 일은, 내 삶을 최대한 고통에서 구원해 주는 일이자, 나를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나의 감정은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나의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하나의 큰 시스템이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매일 살피고 돌보며 재정비 하는 일입니다. 이는 마치 커다란 대기업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평소엔 별탈없이 잘 돌아가고, 고품질 생산이 이어질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잘못만든 것을 리콜 처리해야 하는 막심한 손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나의 감정 시스템도 그렇습니다. 평소엔 좋은 인격자라는 말을 듣고,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온 것 같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것 같지만, 어느 날 어떤 이유로 뭔가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과 갈등에 휘말리고, 진행되던 일은 엉망이 되고, 지겨운 인간 관계에 염증이 나고 가족마저 원수가 따로 없는 것 같은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나 자신 잘못 태어난 불운한 비극적 존재 같고,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인생 잘못 살았다 싶고, 세상 다 때려 치고 다 관두고 싶어질만큼 나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가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무기력감 우울감에 손발이 묶인듯 해도, 그 감정 위로 내 머리를 일으키고 이성적인 생각을 돌리는 것입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설득해내야 합니다. 이 상황은 영원히 지속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작은 오류 발생으로 시스템 전체가 타격을 받는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인지시켜야 합니다. 결코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리거나 무너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믿어야 다음 단계 조치가 가능합니다.
별 일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큰 불안감을 퇴치해 냈다면, 오늘과 같은 오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야 합니다. 오늘의 오류를 면밀히 관찰하고 낱낱이 조사하여, 그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다시는 같은 오류가 반복되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일어나는 실수 오류를 이기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시스템만이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믿을만한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수가 없는 사람이 아닌, 실수를 통해 배워내고 실패에서 일어설 수 있는 사람만이 성장하고 성공해낼 수 있습니다. 삶은 오류의 연속이기에, 오류는 죽는 날까지 끝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오류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우리에겐 선택권이 있습니다. 나 자신을 오류에 매몰되어 남탓하고 원망하고 우울감 절망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존재로 방치할 것인지, 오류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끝없이 발전으로 나아가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저는 저 자신을 더 사랑하는 길, 더 소중히 여기고 부지런히 관찰하고 보살피는 선택을 하겠습니다. 1시간 후의 나, 하루 후의 나, 1년 후의 나, 10년 후의 나, 20년 후의 나... 수 많은 나를 생각하며, 이 모든 내가 최대한 행복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고 모든 면에서 정성을 들여 관리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