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차리는 아침밥

[힐링 푸드 에세이] 내 마음을 먹여 살리는 밥

by 하트온

밤새 축축하고 음산했던 공기를 황금빛 햇살이 바싹 말려버린 쾌청한 토요일입니다. 어제까지 무슨 일이 있었건, '다 별 일 아니야'라고 외치고, 모든 눅눅한 감정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가뿐한 기분이 듭니다.


새로운 시작도 좋지만, 모든 '어제'가 오늘부로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어제 사온 고구마를 오븐에 넣고,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톡 깨뜨려 구우면서 생각합니다. '어제' 장을 본 결과로 풍성한 식재료의 호사를 '지금 이 순간' 실컷 누리고 있으니까요.


잘한 것과, 잘못한 것, 좋았던 것과 싫었던 것 중에서, 잘한 것 좋았던 것은 더 부풀려 생각하고, 잘못한 것 싫었던 것은 축소 제거 하려는 내 의식의 흐름을 자각하면서, 인간은 행복을 위해 내면을 반드시 왜곡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왜곡'이라고 비하할 필요가 있나, '발상의 전환'이라는 보다 긍정적인 표현도 있는데 생각을 번복했습니다.


가장 처음 떠오르는 다소 냉소적인 날 것 그대로의 평가를 솔직한 생각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사고 조정을 자기기만이라 비난할 수도 있지만, 저는 솔직히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감정을 편안히 유지하기 위해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가볍고 즐겁게 해 준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 해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보다 긍정적인 언어로 재해석하는 노력은 민폐 없이 건전하게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상당히 괜찮은 방법 아닐까요.


나의 내면을 이루는 모른 것에 대해, 나의 성정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는가, 어떻게 해석하는가,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을 덮어줄 것인가 그것은 내가 나를 위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고, 조정해도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나의 양심에 거리끼지 않아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 나는 잘못한 적이 없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 자기 마음만 편히 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 윤리 도덕 조건을 만족하는 범위 안에서, 나의 내면을 내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는,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이고, 그것은 오롯이 나 혼자 해결해야 할 나의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구마가 커서 보통 고구마를 굽는 온도보다 10도를 올리고, 시간도 10분 더 늘려서 구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조리 과정에 내 판단과 결정이 몹시 중요합니다. 요 며칠, 18세기말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는 브론테 자매의 소설을 읽다 보니, 아침을 해 주는 하인도 없고, 아침을 하라고 시키는 주인도 없는, 내가 내 일을 알아서 하는 이 시대의 이 삶이 너무나 특별하게 자유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평등한 세상에 깊이 스며있는 쓸쓸한 단절감이 심장을 가격합니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키운 닭이 낳은, 어느 농장에서 왔는지 모르는, 그저 브랜드 이름만 익숙한 달걀을 마트에서 사 와 조리하는 내 모습이, 이 삶 자체가 어느 기업이 제조해서 전국 마트에 넣고 전 세계로 수출하는 라면 한 봉지 - 면과 스프와 건어물이 세트로 들어 있는 - 같이 맥락 없이 번드르르한 인스턴트 삶처럼 느껴져서입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일으켜 위로해 봅니다. 라면 한 봉지가 일종의 완제품인 것처럼, 내 삶 또한 이대로, 이해 안 가는 모순 투성이 집합체라도, 적어도 이 시대에는 적당히 어울리는 일종의 완제품으로 역할을 다 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정리해 봅니다. 내 인생이니까요. 내 인생을 보다 의미 있게 정리하고 가장 진심으로 좋게 봐줄 사람은 나 자신부터여야 하니까요. 자꾸 낙심하여 흐물흐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려는 내 마음을 내 삶을 끈질기게 붙들어 내겠다는 내 안의 의지가 오븐에서 금방 꺼낸 고구마처럼 뜨겁습니다. 나는 삶에 큰 애착을 가진 사람인 게 분명합니다.


시간과 온도를 더 높여 구운 고구마는 옛 길거리 군고구마 장수가 드럼통 기계를 열고 꺼내주던 고구마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구워졌습니다. 계란 프라이와 방금 내린 신선한 커피, 사과, 바나나도 함께 곁들여 먹었어요. 내 손으로 준비한 아침 식사 메뉴를 식탁 위에 펼쳐놓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맛있다고 먹으니 꽤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든 아침밥은 '어제'의 결과로 차려집니다. 장을 봐 둔 것이 있기에 먹다 남은 무언가가 있기에 아침밥 걱정을 하지 않고, 최대한 늦잠을 잘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삶 구석구석에서, 잘 준비한 '어제'의 결과로 늘 건강하고 맛있는 아침밥이 차려지는 일이 끝없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늘 '어제'를 의미 있게 여기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22년 11월 -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OvidiuTep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