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미니멀리스트의 사생활
미니멀 라이프
적게 소유하는 삶을 살고자 마음먹은 이유가 있다. 나의 한계, 내가 가진 것의 한계,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정확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안타까워하며 그 너머를 동경하며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며 살아가기에 지쳤기 때문이었다. 그 한계 바깥에 두었던 시선을 옮겨와, 드디어 한계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알고 보니 제법 넓은, 내 세상 안의 공간과 여유를 즐기고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내 한계 안에 머무른다는 의미는, 내가 욕망하는 것 - 남이 가진 것- 말고 내가 진짜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내가 필요한 것을 알기 위해서는 나를 오래 관찰하고 자세히 알아가야 한다. 자신을 제대로 정확히 아는 사람만 자신을 위한 것으로 채워진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내 삶을 사는 법을 알지 못하면, 타인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모방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습성이다. 인간의 습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미니멀리즘은 인간의 욕구를 역행하는 어색한 길이다.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고, 남의 소유가 아닌 내가 필요한 것을 찾는 삶의 태도는 생각보다 인적이 드문 고독한 길이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쓸쓸하고 낯선 길을 잠시만 견디면, 나를 찾는 길이 시작되고, 분명 그 길 위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다. 나의 한계 나의 결핍을 탓하고 원망하지 않는 삶, 나의 제법 괜찮은 세계가 즐겁고 감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엔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그 삶은 나를 성장으로 이끌며 나의 지평선을 넓혀간다. 결핍이 채워지고, 나의 세계는 넓어지고 풍요로워져 간다. 나를 잊었던 시간, 남을 너무 많이 생각하던 그 시간, 한계선 철조망을 흔들며 발버둥 치고 악을 쓰던 그 시간엔 꼼짝도 않던 그 철벽 같았던 한계가 어느새 한층 시야 밖으로 물러난 듯 더 이상은 장애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성장은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의 세계를 충실하게 돌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구나 깨닫는다.
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
물질적 물리적 선은 명확하다. 정확하게 보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내 삶을 파악하는 일, 물질적인 의미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사는 일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나의 정신이나 감정은 어떤가? 어디까지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고 아닌지 정확하게 그 선을 알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그 선을 느낄 도리가 있는가?
나의 한계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거기에 있고, 그 한계 안에 사는 길을 찾아내는 것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한계선 탐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일까. 그 답은 나의 정서적 고통 안에 있다. 내 마음이 아프고 괴롭고 답답한 순간들이 바로 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의 정서적 한계를 발견할 때마다, 고통스러워하고 나를 미워할 일이 아니라, 정확히 '선'을 그어 표시를 해 두어야 한다. 내 마음이 아팠던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마침내 전체 지도를 그려내고, 나는 내가 거해야 할 나의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나의 세계 안으로 가져오는 법을 익혀야 한다. 물질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서적으로도 나의 한계 밖에 시선을 주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미워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나의 한계 안, 나의 가장 중심부, 나의 본질에 도달하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찾아낸 본질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데서부터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을 시작한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매일 충분히 인정의 햇살을 비춰주면서,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의 비를 내리면서, 나를 결코 포기하는 일 없이 지극정성으로 돌보면서, 나 자신이 쑥쑥 자라는 성장의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선은 양방향으로 의미가 있는 보호 장치다. 나도 선을 넘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타인이 내 선을 넘어오지 않도록 지키기도 해야 한다. 정서적인 선은 물리적인 선보다 훨씬 파악하기가 어렵다. 누가 내 집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내 몸에 폭력을 휘두르는 것 같은 물리적 선이 짓밟힌 순간은, 나도 남도 분명히 안다. 법과 경찰도 나서서 돕고 보호해 준다. 하지만 정서적인 선은 나도 보기 힘들고 상대도 보기 힘들다. 그래서 기회 되는 대로 내가 찾은 나의 선을 주변 사람들에게 정확히 보여주고 알려야 한다.
주말에는 가만히 쉬어야 재충전이 돼요.
나는 건강을 위해 술 안 마셔요.
하루에 여러 개의 약속을 감당할 수 없어요.
몸이 약한 편이어서, 코로나 혹은 감기 증상 있는 사람과의 자리를 조심해야 해요.
너무 많은 사람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는 너무 에너지를 많이 뺏겨요.
내면 깊은 대화, 진솔한 내 이야기를 하는 대화를 선호해요.
2시간 정도 사람과 대화를 하고 나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널리 교류하고 알아가는 일에 쓸 에너지가 없어요.
나의 정서적 한계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내 몸이 약하고, 에너지가 적은 것이 어딜 가나 호감을 얻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거짓 포장으로 숨기는 것보단 낫다. 시원하게 드러내면, 다른 사람이 내 선을 밟는 대형 충돌 사고를 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항상 정확히 선을 그어 두어서, 서로가 다닐 길로만 다니는 교통질서 확립을 이루어야 살기가 편하다. 선을 잘 긋는 삶, 내 마음이 그 명확한 선 안에서 자유롭고 편해지는 길, 그리하여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길,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 이것이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진정한 미니멀리즘이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TheDigital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