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전우원의 폭로
악의 꽃
<악의 꽃>은 얼마 전에 본 이준기 배우가 주인공 도현수라는 인물로 명연기를 펼쳤던 드라마 제목이다. 도현수는 연쇄 살인마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살인죄를 덮어쓰고 도망친 뒤 가명을 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드라마의 첫장면부터, 그가 얼마나 현재의 행복을, 지금 이루어 살고 있는 가정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과거는 결국 줄기차게 따라붙어 그의 발목을 잡고 그때까지 쌓아 올린 평안한 삶 전체를 흔들고 붕괴시킨다. 정상인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거짓말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정서적 문제까지 안고 있어 그는 쉽게 오해받고 문제는 더 복잡해져 간다, 하지만 도현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스스로를 믿는 믿음과,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나씩 문제를 풀어내고 누명을 벗고 위기에 처한 주변 사람들까지 구해내기에 이른다. <악의 꽃>이라는 인상 깊은 제목과, 선과 악을 엮어 잘 짜내려 간 스토리라인과, 도현수라는 인물의 입체성, 이준기 배우의 탁월한 연기, 연출력,...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생 드라마 한 편을 내게 선물해 주었다.
전두환이라는 악
나는 오래전에 망한 집 딸이고, 우리 집안 패망 뒤에는 전두환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전두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은 다 공중분해 되던 시절 흔한 사연이었고, 온 가족의 삶이 수렁 속에서 다 무너져가는 참담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도무지 그에게 조금의 책임도 물을 길은 없었다. 그 대머리 영감이 90세가 넘는 나이까지 장수를 누리다 갈 때까지, 그리고 그가 죽고 몇 년이 흘러가도 잘잘못을 가리고 바로잡자는 흐름이 전혀 형성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나는 온몸으로 깨달았다. 이 집안의 검은돈엔 너무나 많은 세력가 권력자 자산가들이 연루되어 있고, 그 검은 집단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최강 최부호 집단이라는 걸 말이다.
그러면서도 드러난 것은 전재산 29만 원 밖에 없는 눈을 가리는 뿌연 안개 판타지 같은 애매한 그들. 전두환 집단, 이 거대하고 모호한 존재를 탓하며 살아갈 힘도 여유도 없었다. 물을 수 없는 남 탓을 포기하고, 나와 우리 가족은 우리의 내면으로만 파고들어 우리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잘못한 부분, 잘못된 부분은 없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아왔다. 각자의 쓴 경험을 나를 강하게 만드는 좋은 훈련이었겠거니 온갖 긍정과 낙관을 끌어모아 스스로를 일으켜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이 불의로 가득한 사회에서 미쳐버리거나 죽지 않기 위해서,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한 악을 무시할 수 있는 대로 깡그리 무시하고, 떠날 수 있는 대로 멀리 떠나가 나는, 우리는, 여기 미국,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최대한 머나먼 타국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덤빌 수 없고, 탓할 수도 없고, 뚫고 나아갈 수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는 존재는 멀리멀리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악의 꽃 전우원
떠나도 발악을 해도 죽어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한 그런 인물, 그런 가족을 건드릴 수 있는 막강한 존재가 나타났다. 그런 거대하고 거짓된 악에 덤비는, 진실과 정의로 아름답게 무장한 진짜 '악의 꽃'이 피어났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이라는 청년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진실을 드러내는 빛의 전사처럼 '살인마 전두환'을 밝히고, 자기 집안의 죄와, 주변 인물들의 죄를 낱낱이 드러낸다. 마치 '하나님의 심판의 날'이 도래한 것처럼, '버닝썬'의 불길로도 드러내지 못했던 마약쟁이 성범죄자들의 정수리 위에 도무지 막을 수 없는 빛을 날카롭게 비춘다. 악인 집단 한가운데서 태어나 주변에 물들어 저질렀던 자신의 죄 또한 숨기지 않는다. 제 삶 속에 들어 찬 악을 뽑아내기 위해, 법의 심판을 각오하고 용기의 봉기를 들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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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씨가 틀어 놓은 정의의 물꼬가 어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씻어내는 사회 정의 구현으로 이어질지. 미친 망상에 시달리는 정신병자로 몰리고 욕만 실컷 먹고 잊힐지, 어딘가에 갇혀 버릴지, 매장당할지, 자살로 위장한 타살을 당하게 될지. 스스로 친족과 친구를 고발한 내부고발자의 자리에서 현타를 맞게 될 고립감과 거절감을 견뎌낼 수 있을지. 워낙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들의 벌집을 헤집어 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 예상할 수 없다. 다만, 이 청년의 용기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그가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길을 여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고 싶을 뿐이다.
나는 이 정의의 물꼬가 콸콸 터져 흐르기를, 그 물살이 모든 썩은 것을 씻어내기를 바란다. 지난 100년 안에 일제압제와, 한국 전쟁과, 아이엠에프까지 뛰어넘어, 마침내 IT 강국으로 우뚝 서, 한류 문화의 물결로 전 세계를 뒤덮기 시작한 나라, 이 나라는 크게 일어서기 전에 한 번 씻고 청소하고 정리할 때가 되었다. 전우원이 틀어준 청소의 물꼬를 헛되이 말려버리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빗자루 걸레 들고 일어서야 한다. 가진 게 없고 힘없는 우리지만, 모두가 함께 일어나 동시에 청소를 시작하면 아무도 당해낼 수 없다. 같이 일어서자. 함께 청소하고 '정의'라는 깨끗하고 맑은 향기로 가득하게 하자.
청년 전우원이 자신을 낮추고 진실을 말하는 겸손과 용기의 씨앗을 전국방방에 뿌리고 있다. 그 씨앗이 내 마음에도 한 알 떨어져 무슨 일을 시작하려는 걸 느낀다. 내 안에 드디어 ‘용기’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