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 초월주의에 대한 짧은 메모

미국 르네상스를 일으킨 문예 정신 운동

by 하트온

초월주의는 언뜻 보면 초월적 존재를 인정하는 기독교 신앙의 연장인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플라톤의 관념론 기독교의 영혼불멸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나, 인간과 신과 자연이 우주정신을 공유하며 공존한다는 범신론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반기독교적 사상이다.


미국의 초월주의는 기독교적 가치관 바탕 위에, 플라톤의 이상이 더해지고, 유럽을 강타한 낭만주의 트렌드가 스며들어 19세기 초중반 미국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으며 일파만파 번져간 사회 문화 현상이었다. 이는 미국의 청교도적 세계관이 집단적으로 강화되다 못해, 개인의 마음을 짓누르는 압제가 된 현실에 맞서, 인간 정신 해방을 지향하는 미국식 르네상스 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랄프 왈도 에머슨, 핸리 데이빗 소로 등을 중심으로 한 뉴잉글랜드 작가들이 이 초월주의를 기반으로 한 문예 정신 운동, 사회정신 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19세기 초중반 뉴잉글랜드 작가들의 글을 보면, 기독교 교리들을 좀 느슨하게 풀어낸 자리에 인도의 힌두교 불교 경전과 중국 철학서들을 들여오려 했던 시도가 많이 보인다. 소로의 <월든>에서도 인도 페르시아 경전과 중국 공자 사상을 공부했던 흔적이 많이 보이고, 멜빌의 <모비딕>에서도 작가가 이교도 경전을 읽고 연구했던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그 시대 미국 지식인들에게는 내면을 누르는 기독교 압제를 벗어내기 위해, 이교도 교리과 남의 나라 철학을 공부해서리도 인간 이성의 균형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고, 그 과정이 그 시대의 숙제이자 시대정신이었던 듯하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최고의 소설, <모비딕>의 화자 이름이 이스마엘인 건 그 시대 분위기에 정말 딱 맞는 설정이다. 기독교 세계와 이교도 세계 사이 경계에 서 있는 인물, 성경 인물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이방인인 존재가 바로, 아브라함의 아들이면서 하녀 하갈의 아들인 이스마엘인 것이다. 이스마엘이야 말로 초월주의의 상징적 인물인 것이다. 초월주의자들의 행보는 바로 이스마엘의 행보라는 것을 멜빌 작가는 꿰뚫어 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붉은빛이 감도는 설레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