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양육서] 전문가 도움 없이 하는 자기 마음 치유법
미래 일기가 찾아준 꿈
미래일기를 쓰고 나서부터, 현주는 자신이 진짜 바라는 속마음을 알게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결혼을 통해 가족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으며, '출판'에 대해서 자신이 그렇게까지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신의 잠재의식 어딘가에 책과 출판에 대한 모종의 뜨거운 열정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 모양이었다. 자신이 글과 그림과 책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그저 이것저것 해 보는 시도 같았으나, 실은 자신의 잠재의식은 정확히 방향을 잡고 자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다 노력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출판'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튀어나온 이상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었다. 출판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를 시작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 취업기회가 있다면 들어가서 일을 단계단계 배워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홍보팀장님은 왜 미팅을 하자고 하셨을까.
그날 오후 4시, 홍보팀 회의실에 찾아갔을 때, 홍보 팀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회사 내 디자인 팀 아트 디렉터와, 기획부서 팀장에, 심지어 회사 본부장까지 참석해 함께 미팅을 하는 자리였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모른 채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돌아가는 분위기를 읽으려고 했다.
분위기를 파악하고 보니, 회사 브랜딩 및 회사 이미지를 새롭게 다시 혁신하고, 회사 광고 전략을 새롭게 잡아 나가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며, 이 일을 담당하기 위해, 디자인팀, 홍보팀, 기획팀의 의견을 조율하며 중간 역할이자 중심 역할을 할 브랜딩 담당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인문학적 지식도 있고, 요즘 트렌드에 빠르고, 기본 디자인 감각에 문장력과 재치를 함께 갖춘 실무 능력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내 상사인 장 부장이 나를 추천했다는 거였다.
'오 마이 갓!'
그 모든 요건을 다 갖춘 사람으로 자신이 추천되었다니! 현주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었다. 좋은 점은, 회사 내 디자이너가 하는 일, 기획자들이 하는 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회사 제품을 소개하는 홍보팀 전략 같은 다양한 업무를 관찰하고 배울 기회가 있는 것이 좋았다. 여러 부서에서 보는 관점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 하나의 융합된 무언가로 만들어 가는 일도 재미있고 많은 배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파악 분석하고 매일 산더미 분량의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하니, 현주의 시간은 점점 없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현주는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겨우 우울하고 지친 상태의 과거 자신에서 빠져나왔는데, 이대로라면 곧 또 지쳐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옛날로 돌아가 버리지 않을까 불안감이 들었다.
현주는 운동도 하고, 전처럼 책도 읽고 그림도 꾸준히 그리고 싶은데, 지금 겨우 하고 있는 건, 밤마다 자아 양육 일기를 쓰는 정도밖에 없었다. 뭔가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일들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눈덩이가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자아 양육 일기를 통해 매일 만나는 엄마 자아가, 회사 일로 멘털이 나가는 일만은 막아 주는 것 같았다. 현주는 몹시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어느 저녁에 이런 일기를 썼다.
내면 아이: 혼란스러워. 새롭게 회사에서 맡게 된 일도 배우는 게 많고 재밌는 부분도 있긴 한데, 내 꿈과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무엇보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 지치기도 하고, 내 에너지와 시간을 다 뺏기고 있다는 걱정되는 면도 있는 것 같아. 내가 추천받아 이 직책을 맡게 되었지만, 이 직책 자체가 임시라 불안정하고, 아직 완전히 인정을 받은 입장이 아니라, 마치 테스트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여기서 꼭 인정받고 이 기회를 잘 붙들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이 임시 직책이 결국 없어져도 관련 세 부서 중 하나에는 흡수되기를 내가 은근히 바라고 있어서, 나 자신이 나를 더 힘들게 몰아가는 것 같아.
엄마 자아: 나는 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도전을 잘 감당하고 있어서 참 기특하다 생각하고 있었단다. 또한 분명히 추천한 사람의 안목 수준이 있을 거라 믿어. 조금 여유를 가져 봐. 지금 막 새로운 일을 시작한 거잖아, 너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에 적응 중이라는 걸 잊지 말고 자신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길 바라. 새로운 일을 통해 배우는 바들, 기획 홍보 디자인 팀에서 하는 일들을 파악하는 것이 네가 앞으로 사업을 해 나가는데 정말 도움이 될 거야. 나는 네가 너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세우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를 '지금 회사에 충성할 사원'으로 정의하느냐, 혹은 '3년 뒤에 내 사업체를 차릴 미래 CEO'라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너의 행동과 일상 습관은 완전히 달라져.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번 읽어봐.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거야. 난, 네가 바빠도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더 신경 써 줄게. 이번 주말에 너에게 휴식이 될 수 있는 계획을 잘 세워서 너를 데려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바람도 쐬게 해 줄게. 사랑해!
미래를 이루어가는 현주의 일상 리스트
현주는 엄마 자아가 조언해 준 대로, 제임스 클리어 작가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책을 하루 한 페이지라도 읽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작가가 글을 재미있게 써서, 피곤한 컨디션으로도 꽤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조금씩 쭉 읽어나가다 어느 날 어떤 메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마 엄마 자아가 말한 게 이 내용인 것 같았다.
본질적인 동기가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습관이 정체성의 일부가 될 때다. "나는 이런 것은 '원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The ultimate form of intrinsic motivation is when a habit becomes part of your identity. It’s one thing to say I’m the type of person who wants this. It’s something very different to say I’m the type of person who is this.)
현주는 미래에 자신이 되고 싶은 꿈, 꿈을 위해 실천하고 싶은 것들에 관해, '나는 이런 사람이야' 자신을 정의하는 '정체성' 몇 가지를 떠오르는 대로 기록해 보았다.
- CEO (사업체를 차리는 꿈)
- 작가 (글)
- 북 커버 디자이너 (그림)
- 독서가 (독서)
- 자기 관리하는 건강한 사람 (운동, 식단)
뭔가 정체성을 정하고 나니, 할 일들이 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회사에서 현재 새롭게 배우고 있는 일은 실력 있는 CEO가 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라 생각이 들어, 달게 받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 회사에 평생 충성할 것은 아니니, 모두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그 부서의 존속에 대한 책임감은 좀 내려놓자 싶었다. 그러자 모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일을 나서서 도맡아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는 게 보였고, 정말 자신이 담당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한 사람 정도 도와줄 사람을 더 뽑아 줄 수 있는지도 물어봐야겠다 생각하자 현주는 더욱 마음이 편해졌다. 그림 그리기는 주말에 집중해서 하기로 결정했고, 집에 와서는 자아 양육 일기만 계속 쓰고 당분간 쉬고 재충전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자기 관리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현주는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빠졌다.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운동이 너무 하기 싫다 보니, 회사일이 바빠지자마자 아침 운동이 가장 먼저 나가떨어졌다. 제임스 클리어는 자신의 책에서 '습관을 매력적으로 만들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토록 하기 싫은 운동을 어떻게 매력적인 일, 하고 싶은 일로 바꿀 수 있을까.
매력적인 운동을 고민하던 어느 날, 현주는 홍보 팀장 현민과 미팅 후에 남아 대화를 나누다, 그가 회사에서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제자리 뛰기와 팔 굽혀 펴기, 스쾃 같은 운동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자투리 시간에 맨손 운동만 잘해도 따로 시간 쓰고 돈 들일 필요 없이 유산소에 근력운동까지 충분히 한다는 거였다. 자신은 오후에 커피나 밀크티 한 잔 하는 시간을 일과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생각하는데, 운동루틴을 다 끝내고 자신에게 그날 기분에 따라 원하는 종류의 커피나 차를 좋은 습관 실천에 대한 보상으로 사준다는 것이었다.
현주는, 현민이 하는 방식의 운동이 제임스 클리어가 말한, 하기 싫은 일(운동)을 좋아하는 일(커피)과 묶어 보다 매력적인 일로 만든 케이스구나 깨달으며,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어딜 가서 운동하느라 소비하는 시간도 아까운데, 일상 속에서 조금씩 하는 운동이 참 매력적으로 들렸다. 홍보 팀장 현민이 조언한 대로, 자신도 운동과 좋아하는 커피를 묶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 매일 틈나는 대로 실천해 보기로 했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ger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