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양육 7단계: 관점 바꾸기

[자아 양육서] 전문가 도움 없이 하는 자기 마음 치유법

by 하트온


아직 너무 견고한 자기혐오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이 바뀌었다. 현주가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었고, 일이 바뀌었고, 주변 사람들이 바뀌었고, 미래도 바뀌고 있다. 현주의 기분도 많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도, 일상이 더 설레고 재미있어졌다.


그럼에도 아직 현주는 사람들과 섞일 수 없는 고립감, 마음에 싸늘한 바람이 부는 순간들을 순간순간 느낀다. 자신의 기본 감정 자체가 자신에 대한 '수치심'과 '실망감'에 세팅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일이 없는 조용한 순간에 느껴지는 익숙한 감정 온도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마치, 아무리 겉을 열심히 단장해도 속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는 집이 손님을 들일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좋은 사람 좋은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해도, 현주의 내면 깊숙한 곳, 자신의 중심을 이루는 무엇이 엉망진창이라는 느낌, 자신을 이루는 모든 조건들에 대해 느끼는 낯 뜨거운 감정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내면 깊숙한 데를 만지는 자아 양육 일기


자신이 정말 꺼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깊숙이 숨겨진 무엇에 다가가는 느낌으로, 심장 한가운데까지 손을 넣어 파헤치는 느낌으로, 현주는 마음이 찢어질 각오를 하고 자아 양육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한가운데 비틀어진 중심을 바로 세우지 않곤 결코 행복할 수 없겠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면 아이: 나는 뭔가 태생부터 재수가 없는 느낌이 있어. 인격 장애자들 득실한 망조가 든 집안에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된 것 같아. 미성숙한 어른들이 성질대로 휘두르는 사이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도록 훈련된 거야. 나는 변할 수 없을 것 같아. 누굴 만나도, 늘 호구당한다는 느낌, 상대가 나를 만만히 보고 함부로 한다는 느낌에 시달리게 돼. 난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을 수 없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만난 부모라는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 마음은 이미 세상에 대해 철벽을 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요즘처럼 좋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배우는 좋은 나날들이 계속되는 순간에도, 시간이 갈수록 저들은 나를 싫어하게 될 거고, 관계는 다 틀어질 거라는 불안이 결코 물러나지 않고 나에게 달라붙어 있어.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내가 나 자신을 믿지도 못하는 것 같기도 해. 결국 못난 사람들에게서 제대로 못 배운 대로, 못나게 굴다가 인생 망할게 뻔하다는 내 안에 자기혐오의 뿌리가 너무 깊은 것 같아. 내 인생 이미 망한 세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엄마 자아: 우선, 너를 칭찬해주고 싶어. 자신의 가장 중심부를 열어 보여준다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네가 그 일을 해 내서 난 너무 고맙고 기뻐. 오늘은 내가 미국 출신의 한 심리학자를 소개하고 싶어. 수치심 전문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브레네 브라운 박사야. 학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내면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고 행복해지는 여정을 직접 걸었던 사람이기도 해서, 그 사람의 책과 강연은 참 큰 진정성과 울림이 있어. 그녀가 쓴 여러 저서를 읽어보았는데, 다 좋아서 모두 추천하는 바이지만, 특히 나는 최근에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I Thought It Was Just Me)>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굉장히 인상 깊은 구절을 읽었어.

강점관점은 우리가 가진 한계나 결점이 어떻게 강점으로 연결될지 살펴보는 것으로, 열심히 생각하다 보면 '죽도록 바꾸고 싶은 그 무언가 가 다른 관점으로 보면 나를 나답게 하는 장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다다른다.(The strength perspective involves examining how our limitations or flaws can be connected to strengths. Through careful consideration, one may come to the realization that something they desperately want to change can also be a unique advantage that makes them authentically themselves when viewed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장점일 수 있다는 이야기야. 사회 기준이 어떤 성향, 조건들을 단점으로 취급한다 해도, 나 자신만은 외부 기분에 휘둘리지 말고, 내 조건과 성향을 나 다운 장점으로 끌어 안아 줄줄 알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거야. 그래야 독특한 내 모습 그대로 스스로를 사랑하며, 수치심에 매몰되지 않고 진실되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브라운 박사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또 다른 유명한 저서 <불완전함의 선물(The gift of Imperfection)> 에서 이렇게 정리했지.

진정성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놓아버리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포용하는 일상적인 연습이다. (Authenticity is the daily practice of letting go of who we think we’re supposed to be and embracing who we are.)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빠져,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가는 고통에 시달리는 삶,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실은 현대인 모두가 미디어가 그려내는 이상적인 사회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깊은 수치심을 잊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를 가동시켜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하지만 완벽주의는 더 큰 수치심으로 이끄는 자기 파괴의 늪이라고 브라운 박사는 설명하고 있어.

완벽주의는 자기파괴적이고 중독성을 가지는 믿음 체계다. 완벽주의는 완벽한 모습으로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낸다면 수치심.비판.비난의 고통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강화한다.(Perfectionism is a self destructive and addictive belief system that fuels this primary thought: If I look perfect, and do everything perfectly, I can avoid or minimize the painful feelings of shame, judgment, and blame.)

브레네 브라운 박사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사회 기준'을 버리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내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거야. 가령, 많은 어른들이 '고집 센 성격'을 단점이라는 듯 말하지만, 일론머스크나, 빌게이츠 같은 CEO가 자기가 뜻한 바를 반드시 이루고 성공하는데 꼭 필요한 좋은 성향이 '자기 고집'이라는 거까지 보라는 거지. 또 다른 예로 '예민한 성격'을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게 말하지 않지만, 그 감수성 예민한 날카로운 감각 없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생각하라는 거야. 우리가 이러한 '관점 바꾸기'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을 고립시키고 고통으로 몰아넣는 '수치심'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야. 브레네 브라운 박사는 관점을 바꾸어 자존감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진정한 공감과 연결 유대를 이루는 길만이 사람을 수치심에서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그래서 난 너에게 권하고 싶어. 네가 너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너의 수치심의 근원이 되는 것들을 다 꺼내 놓고 공감하는 눈, 긍정적인 시선,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해석해 보자는 거야. 남들이 너를 판단하고 정의한 대로 두지 말고, 너만의 소신을 가지고, 네가 들었던, 혹은 비관적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 해석했던 모든 너에 대한 평가, 너의 조건에 대한 평가를 재해석하라는 거야. 우리 같이 해 보지 않을래? 내가 너의 모든 너다운 특징들을 다 사랑하는 것처럼, 너도 너의 특징들을 다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 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현주의 단점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다


'지금부터 너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깊은 수치심을 불러오는 너의 조건들을 다 적어 봐.'라고 엄마 자아가 제안하자마자, 현주는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일이라는 듯, 예전에 비뚤어진 아이가 찾아 놓은 비난 거리들 - 아직도 현주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악담들 -을 쭉 적었다.



남들이 부탁하면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는 호구

그렇다고 진짜 착한 것도 아니면서 착한 척하는 천사병 위선자

탑 대학 못 나온 이류 인생

인맥도 없고 늘 끈 떨어진 연처럼 사는 아슬아슬한 사회부적응자

맨날 열심히만 하고 정작 야무지게 이루는 건 없는 헛똑똑이

문제 많은 집안에서 큰 문제 인생

부모 생활비 끊은 독한 인간

어떤 집안에서도 환영하지 않을 며느리감

사람을 못 믿고 자신도 못 믿는 문제 인간

가난하고 인격 이상한 집안 기둥 K 장녀

게다가 가슴에 어릴 때 입은 화상 흉터까지 있어, 여름에 목이 파진 옷을 입을 수 없어


현주는 쭉 자신의 단점을 써 나가면서, 점점 고통스러워졌다. 자신을 이루는 뼈대가 부실 공사 그 자체인 듯 생각되었다. 아무리 겉포장을 멋있게 해서, 누군가를 만나도 언젠가는 자신을 이루는 이 모든 쓰레기들을 발견하게 될 텐데, 자신을 사랑해 줄 남편과 자식을 바라고, 미래에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을 바라는 꿈 자체가 헛된 욕심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점점 좌절감이 치고 들어왔다. 이런 부실한 토대를 가지고는, 감히 회사 설립이니, 성공적인 CEO니 하는 건 바라선 안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써 놓고 현주가 엎드려 울고 있는 동안, 엄마 자아가 새로운 관점으로 현주의 정체성을 다시 써 주었다.


상대를 존중하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약자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다정다감한 사람
좋은 사람, 좋은 인격자가 되려고 끝없이 성장의 길을 걷는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배우고 나아가고 있는 사람
생각 없이 대세만 우르르 따르기보다 자신의 소신을 가진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
과정의 중요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
쉽지 않은 어린 시절 환경 덕분에 더 강하게 단련되고, 더 많은 고민을 통해 단단한 내공을 갖게 된 사람
해야 할 때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단호한 결심을 할 수 있는 강한 사람
'며느리'라는 역할을 초월해서 더 선하고 멋진 영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끼칠 보석 같은 사람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흙속의 진주 같은 사람
부지런히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그 인격의 영향력이 너무나 기대되는 사람
자신의 힘든 조건을 이기고 우뚝 일어선 사람이 앞으로는 어떤 더 멋진 일을 해낼까 기대되는 사람
위험한 사고를 겪고도 살아난 사람. 그 강한 회생 회복력의 증거로 화상 흉터라는 훈장을 가슴 한가운데 달고 있는 자랑스럽고 멋진 사람.


현주는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일어나 눈물을 닦고 앉아 엄마 자아가 자신의 단점에 새로운 관점을 비추고 기록한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현주의 눈에서 또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에 흘렸던 자괴감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희망이 가득 담긴 처음 흘려보는 시원하고 기분 좋은 눈물이었다.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 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현주의 내면을 이루는 중심기둥이 점점 튼튼하게 다시 세워지며, 내면 한가운데서부터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sas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