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양육서] 전문가 도움 없이 하는 자기 마음 치유법
연결과 유대
현주는 대수술을 받고 회복실에 누워있는 느낌이 드는 고요하고 잔잔한 며칠을 보낸 후에, 갑자기 식욕과 의욕이 함께 크게 물결치며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늘 혼자 먹던 밥인데, 혼자 먹고 싶지 않았다. 홍보 팀장 현민에게 오늘 점심 같이 먹으면서 내일 미팅 전에 미리 프로젝트 진행 상황 이야기 할 수 있냐고 문자를 넣었다. 전화기를 손에 쥐고 있었는지, 곧바로 그러자고 답장이 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동안 함께 일하며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긴 했지만, 남의 부서 팀장이 그렇게까지 편할 일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현주는 현민이 이 회사에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장 부장의 추천도 있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을 눈여겨 봐주고 실력을 좋게 평가해 주었던 사람, 자신이 이 직책을 맡는데 가장 공이 큰 사람이 현민이었다는 걸 현주는 함께 일하면서 점점 느낄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자신을 경계하거나 아랫사람처럼 대하려고 하지 않고 진심으로 동등한 동료로 대해주는 것이 현주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식 없이 보여줄 자신감을 주었고, 그 자신감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더 열고 있었다. 건강한 연결과 유대를 만들 수 있겠다 싶은 내 사람들과 회사에서 즐겁게 지내라는 엄마 자아의 조언이 효과를 발휘하는 건지, 자신이 현민에 대해 가진 호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현주는 자기 나름대로 연결을 위해 노력했다.
두 사람은 회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샌드 위치 가게에 앱으로 주문을 넣어 놓고,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 그래도 내가 말할 거 있어서 좀 보자고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통했네요."
"무슨 말씀하시려던 건데요?"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브랜딩 성공 사례에 대해 좀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스터디 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스터디 팀 리더하고 주말에 만났는데, 지금 함께 하던 두 사람이 나가서 자리가 있다는 거예요. 그 자리에 나하고 현주 씨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했죠."
"와, 정말 좋은 기회네요. 저까지 생각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당연하죠. 현주 씨가 지금 우리 회사 미래를 짊어진 우리 모두의 희망인 걸요."
"아이고 그런 말씀하시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내일 퇴사할지도 몰라요."
두 사람은 회사 프로젝트에 더해 '브랜딩 성공 사례' 스터디까지 함께 하면서, 단짝 친구처럼 친해져 갔다.
행복한 '우리'
현주와 현민이 새롭게 가입한 스터디 모임은 원래가 '리더십 개발'을 위한 모임이라고 했다. 여기 모인 모두가 창업 혹은 다음 단계 승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현민과 현주가 합류한 주부터, 존 맥스웰의 리더십 책이 선정되어 함께 읽기 시작했다. 현주 또한 CEO라는 정체성을 마음에 새겨두긴 했지만, 아직 리더라는 개념,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방법론이 아직 머릿속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반면 현민은 정말 감동하며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팀장으로 보낸 시간이라는 경험치와 지식치에 따라 아는 만큼 더 보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
현주는 엉뚱하게도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는 별 특별할 거 없어 보이는 문장에서 마음이 찡해오는 걸 느꼈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우리가 사전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우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일 것이다. ( The happiest day of your life will be the day when you realize “we” really is the most important word in the English language.)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현주에겐 '우리'야 말로 지금 막 그녀가 경험하고 있는 만큼의 성장치를 보여주는 단어였다. 엄마 자아와 내면 아이가 맺은 '우리', 스터디 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스터디 동료 '우리', 그리고 회사 프로젝트를 비롯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하고 있는 단짝 동료 현민과 현주가 맺은 '우리'.......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 정도 '우리'만 있으면, 현주는 그토록 갈구했던 소속감, 유대감이 충분히 충족되었다는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현주는 내내 특정 대학을 나왔다고 함께 쉽게 유대하는 동료들에게 몹시 질투심을 느껴 괴로웠던 건지도 몰랐다. 어쩌면 현주의 결핍감이나 수치심이 모두, '진짜 연결'을 못하는 상태로 어린 시절부터 내내 겉돌며 부유하는 불안정한 관계들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엄마 자아를 만난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아 양육 일기를 쓰며 진짜 공감과 연결을 경험하였다. 한 번 배우고 경험한 것은 더욱 성장하고 증폭될 일만 남았다. 현주는 드디어 회복한 자신감, 새로운 시선으로 되찾은 자신을 믿는 마음을, 스스로와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확장해 갈 자신과 의지가 제 마음에 들어차 있는 것을 느꼈다.
오늘도 자아 양육 일기와 함께
현주는 '우리'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날 이렇게 자아 양육 일기를 썼다.
내면 아이: 내 삶에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아. 내가 만족하니까,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몰려다니는 동료들을 봐도 그렇게 마음이 상하지가 않는 것 같아.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갈 때도, 나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한 마음이 있으니까 뭔가 마음에 더 여유가 생기고,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도 더 넓어진 것 같아. 정말 고마워. 나 정말 잘 양육받고 잘 큰 것 같아. 이제 어떤 대단한 집 출신도 안 부러워. 과장 좀 보태서 내가 젤 좋은 집안에서 바르게 잘 큰 사람 같아.
엄마 자아: 오늘 네가 나를 울리는구나. 내가 늘 보는 너의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 멋진 삶을, 너 자신도 볼 수 있게 되어서 나도 정말 기쁘고 기쁘다. 네가 네 안의 수치심, 결핍감, 질투심, 분노,.... 이 모든 감정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직면했기 때문에, 너는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낳은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게 된 거고, 그 모든 힘든 난관을 뛰어넘어 극복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이렇게 놀랍도록 건강하게 멋지게 성장한 거야! 네가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인지, 이젠 너도 잘 알겠지! 널 지극히 자랑스러워하고 사랑스러워하는 내 맘 이제 알겠지! 너는 이제 진심으로 공감하는 건강한 관계들을 맺어 나가며, 더 행복하고 돈독한 '우리'를 경험하게 될 거야. 너의 인생을 늘 응원해! 지지해! 사랑해! 언제나 함께 의논할 믿을 수 있는 팀이 여기에 항상 있다는 거 기억해! 널 언제나 환영할 거고, 언제든 나서서 최선을 다해 도울 거야!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