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있는 삶 ep.11 (by 코리하 라이브)
열 한 번째 이야기: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글: 코하
코하는 이제 2년 6개월 정도 함께 살고 있는 반려묘가 있습니다. 이름은 호두씨.
호두씨는 생후 1~2주만에 버려진 고양이에요.
지인 사무실 앞에 버려져 곤란하다는 지인의 소식에 고심끝에 입양하게 된 고양이지요. 당시에 마침 반려동물을 키워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코하였던지라 갑자기 소식을 접하게 된 호두씨가 마치 운명인양 느껴졌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내게 온 호두씨는 나와 함께 지내며 나름 잘 컸습니다. 서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없는 관계라 호두씨가 얼마나 행복한지는 알 수 없지만 난 호두씨 덕에 행복한 지점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그렇기에 우리는 썩 잘지내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호두씨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2년 6개월 된 코숏임에도 벌써 무게가 8kg이 넘어가는 큰 고양이에요. 갈색 태비 무늬인데.. 뭔가 전통적인 브라운 컬러의 아메숏 분위기가 좀 나기도 해서 선조 중에 그쪽 DNA를 받은 게 아닐까? 하고 있어요. 덩치가 크니 더더욱 말이죠.
그에 더해 성격은 본 투 비 개냥이에요. 일단 사람을 좋아해요. 물론 여느 개(?)가 그렇듯 자신의 영역 밖의 사람에겐 경계도 하지만 일단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겐 부비부비도 잘해요. 그에 더해 꽤 겁이 많긴 하지만 호기심이 겁을 능가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며 사고도 잘 치구요.
특이한 점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제가 목욕만 하면 욕조주변을 거닐며 물장구를 치기도 해요. 단! 남이 자신에게 물 튀기는 건 싫어해서 목욕은 결사항전으로 안하려고 들지만요.
개냥이 특성인지 이빨로 물길 좋아하고 (희안하게 발톱은 거의 안써요.) 무엇보다 좋아한다는 애정표현 방법으로 애정표현의 상대를 물기 때문에 곤란한 때가 많아요. 이게 어린 애기냥이었을 땐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젠 많이 아프거든요. 물리면 피도 날 정도니까 말이죠.
이런 호두씨 성향이나 버릇을 수의사에게 문의했더니 너무 어린 나이에 버려지는 바람에 엄마 고양이에게 사회성 훈련을 못 받아서 지금 호두씨의 성격과 무는 버릇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해서 더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호두씨가 좋아하는 많은 물건 중에.. 베스트 3 안에 드는 물건이 바로 휠체어에요.
처음 호두씨는 (여느 고양이들이 그렇듯) 휠체어와 서먹한 상태였어요. 아무래도 주변의 다른 인간들은 다들 걸어다니는데.. 자신의 집사라는 녀석은 희안한 의자를 타고 다니니 어리둥절할 밖에요.
더군다나 휠체어의 이동방식과 간격이 일반적인 보행자의 이동 방식과 간격과는 다르다보니 초반엔 휠체어 바퀴에 꽤 많이 밟히기도 했죠. 물론 지금도 가끔 휠체어 바퀴에 꼬리 끝이 살짝 밟히곤 해요. 저도 조심한다고 하긴 하는데.. 후진과 동시에 방향을 들리거나 할 때 호두씨가 알아서 피해주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생기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두씨는 내가 휠체어에서 내려간 후의 빈 휠체어 오르내리는 걸 꽤나 즐기는 거 같아요. 호두씨의 어렸을 적 기준으로 휠체어가 꽤 근사한 캣타워처럼 느껴진 거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이런 호두씨의 휠체어 선호는 호두씨가 많이 성장한 후에도 변하지 않더라구요. 내가 휠체어를 타지 않고 내려와 있으면 어김없이 휠체어에 올라와 거기서 놀거나 자거나 합니다.
왜 이렇게 휠체어를 좋아하는지… 뭐 호두씨의 생각이야 정확하게 알 길이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호두씨가 휠체어를 꽤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 사실이 호두씨와 제가 서로 잘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그렇게 2년 반의 시간을 함께 보낸 티를 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고, 서로를 그 자체로 존중하고, 서로의 특징에 적응하고, 서로의 주변에도 적응을 하면서 말이죠.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 호두씨가 저의 상황을 맞춰주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저도 물림 내성을 키운다던지 하고 있으니 쌤쌤으로 하고) 그렇게 우린 함께 살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제법 잘 어울리는 집사와 반려묘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