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이었던 공휴일. 수요일 오후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그날의 오전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거짓말인양 하늘도 예뻤고, 적당한 바람이 불어 어디론가 나들이를 떠나기에도 손색이 없는 날이었지요. 그러더니 오후 2시쯤인가 넘어가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바람도 동반된 비였지요. 날씨 덕분에 오후엔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내리는 비를 감상했던 날이었습니다.
목요일 아침. 비가 갠 아주 맑은 날을 맞이했습니다. 태양이 높이 떴고, 하늘도 푸르고 예쁜 빛을 내고 있었지요. 창을 열고 바람을 맞았습니다. 그토록 시원할 수가 없더군요. 무언가 끼어있던 방충망의 틈새가 깨끗해졌습니다. 어제의 비가, 바람 불며 내리던 비가 방충망 틈새를 깨끗하게 청소를 해준 겁니다.
얼마 전까지 송홧가루가 많이 날리던 날이어서,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면 바닥이 누렇게 되기도 했었지요. 바닥이야 닦으면 그만인데, 방충망에 낀 그 송홧가루 털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비가 오기만을, 바람을 동반한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었습니다.
집안에서도 맘껏 상쾌한 바람을 맞고 싶었던 소원이 이루어진 날이었죠, 비 오는 수요일 오후를 지난 목요일 오전은. 목요일 이른 아침 창틀은 촉촉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착수했지요. 걸레와 물티슈를 들고 닦아냈습니다. 베란다 창틀, 각 방의 창문의 창틀.
하나씩 닦아낼수록 기분이 개운해졌습니다. 찜찜함이 사라지고 더 맑은 공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개운함이란. 닦아내고 싶고, 벗겨버리고 싶었던 묵은 때를 씻어낸 느낌이었지요. 마음에 들러붙어있던 찝찝한 무언가, 마음의 묵은 때도 벗긴 듯 가볍고 아주 상쾌했습니다.
이제 꽃가루지수도 보통이하로 내려가 전처럼 방충망 틈새나 창틀, 바닥을 노랗게 물들이는 날은 내년이나 되어야 만날 것 같습니다.
바람이 없어 잔잔한 오늘 아침. 열어놓은 창으로 맑은 공기가 들어 머리도 마음도 가볍습니다. 눈에 깨끗한 풍경이 들어 더 상쾌한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