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고 싶었던 일을 마감하려고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집에서 해도 되었겠지만, 많은 소리들이 섞이는 집보다 조용한 회사에 가서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해주는 그의 의견에 따라 늘 작업하는 일이 많은 큰 딸과 함께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일요일 자정 전에 끝내고 싶었던 나의 의지도 있었지만, 그 의지를 지지하며 오늘은 내가 아이들 챙길 테니 집중력 높여 마무리하고 오라는 그에게 감사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차 한잔을 준비해 놓고 초집중을 하였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타이핑하다 보니 목이며 어깨가 굳은 것 같았습니다.
일어서 몸을 주~욱 늘리고 좌우로 스트레칭하다 창가로 갔습니다. 화초들이 제법 많이 컸구나 쳐다보지 않아도 이렇게 크는구나 기특했습니다. 사무실 화초는 그가 관리를 합니다. 집의 화초는 저의 몫이지만.
그러다 시선을 끄는 예쁜 아이를 만났지요. 요즘 그도 많이 바쁜 날들이라 분갈이를 못했나 봅니다.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가 그래도 힘을 내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두 송이의 꽃은 이미 피고 졌는데, 져버린 꽃은 저도 그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사진 찍어 보내며 풍란이 꽃을 피웠네요 했더니 그랬더라 라는 말이 옵니다. 그도 이번 꽃은 보았던 모양입니다. 수분 관리를 하느라 작은 온실처럼 해놓은 아이들. 그래서 열어보지 않으면 습이 차서 안쪽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그렇다고 핑계를 서로 대봅니다.
집의 베란다에서 백점 넘는 풍란과 석곡을 키웠던 오래전 그날엔 풍란 꽃과 석곡 꽃이 온 집을 향기로 채웠는데, 손 많이 간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90%를 팔거나 나눔 하며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남긴 10여 점의 아이들을 사무실에 놓곤 무관심하게 비닐온실 속에 두었네요.
작은 여유를 들여다보며 좋았습니다. 예쁜 이 아이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잠깐의 스트레칭 타임도 없이 마감에만 초집중하다 그대로 사무실 불을 껐다면 못 만났을 아이. 그에게도 여유의 시간을 주어 그토록 좋아하던 풍란 분갈이 시간을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배려 덕분에 자정전, 2주간의 틈새 시간을 이용해 준비했던 일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의 날에는 그와 작은 여유에 감사하며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꼭 해보고 싶던 일을 계획했던 시간안에 마무리 해낼 수 있는 날이기도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