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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대 Apr 19. 2020

슈퍼라이터, 그 천하장사스러운 이름

역마살 DNA가 다시 꿈틀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고,
여행도 잘하는



예전에 출판업에 있을 때 <슈퍼라이터>라는 책을 기획했다. 책 제목을 지어놓고 혼자 흐뭇해했다. 제목에서 어딘가 천하장사스러운 기운이 느껴져 잘 팔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슈퍼라이터란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고, 여행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한 곳에 정주하지 않는 여행자로살아가며 역경도 잘 극복해 내는 그야말로 사상과 근육 모두 울퉁불퉁한 여행작가를 일컫는 말이라고 창작자로서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페친이자 이 책의 작가로 참여하신 분께서 페이스북에 소식 하나를 올려주셨다.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자료로 국가에서 활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그 후로 더 이상 자세한 말을 듣지 못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기획한 책이 시간이 지나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니 뿌듯했다. 또 출판계를 떠난 지 거의 10년이 돼가는 내게 아스라한 추억을 불려 일으켰다.


이 책은 당시 내가 꼭 만들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책의 편집자로 여행작가들의 생활 비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나 스스로 여행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 당시 10년 가까이 여행서를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많은 작가들을 만났지만, 이 책을 인연으로 만난 분들은 모두 나의 선생님이나 다름없다.


책의 다섯 작가님들과 함께 하며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테크닉을 넘어 그들이 여행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본인들의 일을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친절한 소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업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모두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작가님들은 오늘도 어느 하늘을 날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 하늘이 물리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낭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좇는 자들만이 볼 수 있는 그런 블루가 가득한 세계( 그 세계가 얼마나 고달픈지 아시나 하는 말씀들이 들리는 듯합니다ㅠ).


아 집에 있는 여행책들을 보면 음지의 흐릿한 습기처럼 몸속에 잔류하는 역마살 DNA가 또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꾸물꾸물거린다. 이 팬데믹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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