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시간의 무덤

by 권희대


여름의 한때를 폭죽처럼 보내고
이별을 한 자들은
강화도에 와서는 안 된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강화도에 갔다. 섬이 풍화되지는 않았는지, 풍랑을 견디었는지 알고 싶었다.


강화도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쓸쓸해 보이는 섬이다. 한 무리의 관광객이 빠져나가면 바다는 가난해지고 낙조가 드리우면 곳곳이 빛의 폐허로 변한다.


그곳을 여행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총성이 들리고 새들이 날아오른다고 해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풍경이겠지만, 그 퇴행은 이 섬의 본질 같은 것이다. 시간은 섬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한다. 웅덩이에 고립된 물고기처럼.

처연한 총성은 숲을 흔들고 새의 무리를 흔들고 결국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고야 만다. 낙엽처럼 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순간, 땅 위에서 함께 죽어가는 것은 소리를 들은 자에게서 뜯겨진 마음의 잔해들이다.


시간의 사체를 찾는다면 강화도로 가야한다. 강화도의 뻘에선 타살된 시계들이 수도 없이 파묻혀 있을 테니. 하지만 어떤이는 강화도에 와서는 안 된다.
늦가을, 벼의 몸뚱이를 잘라버린 논바닥이 그렇게 황폐해 보이는지 누가 알았을까. 가녀린 코스모스가 그토록 억세게 마음을 후벼 팔지 짐작이라도 했을까.


여름의 한때를 폭죽처럼 보내고 이별을 한 자들은 강화도에 와서는 안 된다. 실연의 상처와 동행한 자들은 마음속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두운 심연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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