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깨달음

by 권희대



습관의 속도는 사악한 것이다


라디오에서는 오래 전에 죽은 가수의 노래가 흐른다. 그의 죽음은 석간의 구석을 장식했을 뿐이다. 짤막한 사유가 적혀있었고, 안타깝다는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흐릿한 흔적처럼 묻어있었다. 누구도 그의 죽음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으며 폐허에 들어서는 새집처럼 신문은 다음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을 뿐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아 속력을 높일 때마다 들려오는 검은 나무들의 비명. 무심하고 컴컴한 도로에서 마주하는 가수의 클라이맥스는 무섭도록 시리다. 차는 더 짙은 어둠을 향해 질주하지만 어둠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나는 이따금씩 한밤중에 길을 나서 도로의 명상이라는 습관 속으로 빠져든다. 습관의 속도는 사악한 것이라 좀처럼 그 관성에서 자유로울수 없으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세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곳으로 몰고간다. 하지만 습관 속은 언제나 안락하다. 적어도 고민의 동승을 허락하지 않으니까.


문득 몽유병 같은 배회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은 섬광처럼 사라져간다. 으리으리한 깨달음을 기대하지 마라. 그러한 진리는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음을. 소박한 가르침을 품고 속도를 늦추며 나는 안온한 일상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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