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마이 드림
비행기가 이륙하는 굉음을 들으며
나는 어떤 기시감을 만났다.
나리타 공항에 내리면 언제나 비가 왔다. 예외적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공항에서 비를 만나지 않으면 택시에서 내리거나, 지하철역에서 나올 때 비가 퍼붓기 일쑤였다. 그날도 그랬다. 비행기는 두꺼운 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내려왔지만, 아직 공항에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오늘은 좀 늦는군, 하고 일어서서 여행가방을 캐비닛에서 꺼내려는 순간, 빗줄기 하나가 비행기창에 확실한 직선을 그었다. 기내는 순간 웅성웅성해졌다.
그런 날이면 꼭 호텔에서 흉몽을 꾼다. 가끔씩 가위에 눌리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꾸는 꿈은 정말 특이했다. 특산물처럼 장소에 지배되는 꿈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호텔룸 데스크에 누군가 숨어 있다. 바리톤의 굵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이다. 그는 내가 잠들기를 기다려, 그 굵은 목소리로 욕을 쏟아붓는다. 정확히 어떤 욕인지, 성적인 욕인지 잠이 깨면 기억나지 않는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한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칭찬이나 노래 따위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나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 그가 쏟아내는 욕을 모조리 듣고 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는 욕이라는 주문을 외며 내 몸의 모든 땀을 불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그 시간이 한 시간인지, 1분인지, 아니면 다섯 시간인지 분간할 수는 없다. 이 땅의 시간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 산 채로 매장당했다 깨어난 느낌만 들뿐.
어느 날 그렇게 눈을 떴을 때, TV가 켜져 있었다. 일본의 개그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젊은 여자를 희롱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게 싫지 않은지, 울다가도 때론 숨 넘어갈 듯이 웃곤 했다.
나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벽 4시, 내린 비로 인해 네온이 반사된 거리는 심하게 번들거렸지만, 이케부쿠로는 깊은 적막에 빠져 있었다. 도시는 내 혼란한 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고요하게 새벽을 지나고 있었다. 이따금씩 실내에 불을 밝힌 택시나 자가용이 도로를 미끄러지며 내가 현실로 돌아왔음을 알려주었다.
사요나라.
내 흉악한 꿈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지길 기대하며 뿌옇게 흐려진 창가에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다시 잠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내가 출국하는 날 나리타에 도착하면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굉음을 들으며 나는 어떤 기시감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예감은 으슥한 골목, 내가 버린 꿈들이 어리숙한 외국인의 주머니 속으로 찾아드는 몹쓸 환영을 닮았다.